prologue. 요즘 퇴사가 유행이라면서요?
세대별로 다르겠지만, 30대 사이에서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아보면 '퇴사'가 아닐까 싶다. 서점에 가도 퇴사 관련 책이 넘쳐나고, 최근 즐겨보는 유튜브를 봐도 '내가 00살에 대기업을 퇴사한 이유', '신의 직장을 퇴사하고, 백수가 된 이유' 등의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난무'라고 표현한 것은 비하하거나 낮잡아 부를 의도라기보다는 (나도 그런 콘텐츠를 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정말 너무나 많아서 굳이 난무라고 표현해보았다.
6개월이 지났다. 퇴사한지.
하도 SNS로 동네방네 나의 생활을 알리는 편이라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퇴사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4년 차 마케터, 두 번의 퇴사. 비교적 짧은 경력에 두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한창 회사에서 대리로 진급하고, 팀에서 중요한 일부터 잡일을 도맡아 할 시기에 도대체 난 왜 퇴사를 한 것일까?
나에게 좋은 동료와 진한 사회생활을 선물해 준 첫 번째 직장, 내가 관심있고 배우고 싶은 것을 알려준 두 번째 직장.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슈퍼 꼰대도 딱히 없었고, 말도 안 되는 업무 강도도 아니었다. (물론 첫 번째 직장은 업무강도가 나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확실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나는 평균적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회사 만족도가 '중상'이었는데, 왜 내 발로 쩌벅쩌벅 회사를 나왔을까?
도대체 왜 퇴사한거야?
위 질문의 답은 3개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내가 오랜 시간 애정을 쏟아온 '책은 습관이다' 때문이다. 2년 전, 우연히 '책은 습관이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꾸준히 책 리뷰, 서점 리뷰 등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존재이며, 나에게 짭짤한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책은 습관이다'가 하나의 북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전 세계에 있는 책방과 도서관을 탐방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것을 실천하려면 난 백수여야만 한다.
회사에 '저 두 달 휴가 쓰겠습니다.'는 할 수 없진 않은가?
앞으로 두 달 뒤에 유럽으로 출발해 남미까지 세상의 유명 서점, 도서관을 들여다보고 올 생각이다. 유튜브 채널을 위해 영상 콘텐츠도 만들고, 책도 출간 할 생각.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많은 사람이 정규직 보장을 외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점점 더 사회는 단기 계약직, 프리랜서 위주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가 나쁘게 바라보는 '계약직'의 의미가 아니라, 프로젝트 단위로 실력 있고 FIT 맞는 사람을 모아 업무를 하는 형태.
그렇기에 미리 사회에 나와서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내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음, 뭐랄까. 회사에 있으면서 항상 나는 퇴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마음 한켠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의 이익을 벌어다 주고, 회사 높은 건물에 벽돌을 하나, 둘 놔줄 바에는 나만의 건물을 세워서 벽돌을 놓자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AE로 일을 하면서 광고, 마케팅의 생태계와 실제 운영에 대해 조금씩 익혔고, 3년 정도 배우고 나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 이직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시장에 마케팅해서 알리는 것까지 혼자서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 됐다. 물론 엄청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하는 편도 아니라고 본다.
(중상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살아가고 있다.)
내 콘텐츠와 경력이 시장에서 얼마에 팔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과연 나는 시장에서 잘 팔렸을까? 그거슨 앞으로 연재하면서 차차 밝히도록 하겠다.
(눈물 좀 닦자...)
어디서 본 건데, 나다움이 있어야 내 다음이 있다는 말. 회사에 있으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적다고 느꼈다. 조금 더 나의 내면에 집중하고, 배우고, 깨지고, 경험하고 싶었다. 회사는 언제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사회에서 말하는 회사의 높낮이만 달라질 뿐. 근데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쓴다.
내 쓰임이 잘 쓰일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일단은 회사 밖에서 나다움에 집중해보고 싶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퇴사를 선택한 이유다. 회사에 나를 정말 괴롭히는 꼰대가 있었다거나, 일이 나랑 정말 맞지 않아 나온게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일 했다고 생각한다.
1편으로 끝내기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앞으로도 펼쳐질 것 같아서 10편으로 나눠 연재하려고 한다. 앞으로 연재할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다.
0. 프롤로그
1. 프리랜서 마케터? 그런게 있어? 응 있어~
2. 누군가 그럽디다. 월 500만원 벌면 행복하다고.
3. 프리랜서라고 소개팅 까여 봤음?
4. 프리랜서의 워라벨에 대해 파헤쳐봅시다.
5. 프리랜서의 장점, 단점
6. 직장인 시절, 내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7.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퇴사를 준비했다.
8. 언젠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
9. 퇴사 후,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
10. 에필로그
나 다움이 있어야, 내 다음이 있다.
이 글을 완성하고 나면 조금 더 나다움을 찾아서 내 다음이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