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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Nov 29. 2021

<크로스 핏> 헬창들의 천국인가? 지옥인가?

* 이번 화는 친구의 경험담을 듣고 그녀의 시선에서 쓰였습니다. 절대로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 헬스장의 2대 헬창이다.

횟수면 횟수, 중량이면 중량… 그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으며, 더불어 유산소 운동 역시 장의 탑을 달린다. 아! 그렇다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을 상상하지는 말아주시길. 오히려 여리여리한 편에 속한다. 물론… 허벅지는 제외하고! 헬창의 심장은 허벅지에 있으니까.


그런 내가 ‘크로스 핏’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운동 경력만 6년 이상인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다. 대학도 4년이면 졸업시켜주고, 의대도 6년이면 인턴을 따는데… 도대체 크로스 핏이라는 운동은 그 얼마나 심오한 운동이기에, 6년이 지나도 하산을 못 하시는 걸까… 그것이 궁금했다.


그렇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그 심오한 크로스 핏의 상담을 하러 가는 날 아침, 문득…. ‘얼마 안 되는 기회인데… 나도 신입 대접을 받아보고 싶다. 며칠만이라도 따사로운 보살핌이란 것을 받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근육을 꽁꽁 숨기는 헐렁한 옷차림과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얼굴을 장착하고 헬린이 코스프레를 하고 체육관을 찾아갔다.

  

 “저… 상담하러 왔는데요.”

 

아?! 사람이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맞아주신 코치님의 인상은 상당히 차가웠다. 마치 얼굴에 얼음찜질을 한 듯한…

와우! 우리 스승님이랑은 인상이 정반대네.


 “네, 들어오세요. 운동은 해보셨어요?”

 “아니요. 운동은… 처음이에요.”


 하, 거짓말을 하려니 2대 헬창의 양심이 아파왔다.


 “그래요. 그럼 오늘 체험부터 해보실까요?”


아니, 벌써? 상담은?? 여기는 대화 같은 거 안 해??

우리 일단 얘기 먼저 해요!! 잠깐만 기다려요!! 나도 같이 가요!!!


상담이고 나발이고 쇠질부터 하라는 무대포 코치님을 따라 들어갔다. 들어갔는데… 응? 왜때문인지 남자 회원들이 전부 상탈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남자는 상의 착용이 금지인가…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에 눈호강… 아니, 당황을 하고 있는 데 무대포 코치님이 몸 풀고 있으라며 자리를 비우셨다.


그래, 신입한테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시키겠어?

준비운동이랍시고 대충 어깨뼈를 돌리고 있자니 한 상탈 회원님께서 다가오셨다.


 “새로 오셨나 봐요. 운동은 해보셨어요?”


아오!!! 옷 벗고 나한테 말걸지 마십셔!!

지금 내 눈알을 어따가 둬야할 지 모르겠으니 치던 중량이나 마저 치십셔! 니가 방금 던진 바벨이 속상해 하고 있잖아요?! 라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아… 운동 안 해보셨구나. 여기… 이게 바벨이라는 거예요.”


와우, 뭐지? 크로스핏 식 인사인가?

우리 헬스장의 2대 헬창인 내가 방금… 바벨을 소개받았다. 마치… 생면부지의 상탈한 남자에게서 우리 엄마를 소개받은 느낌이었다.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놀던 육중한 바벨을 바닥에 내던져버리고 나한테 인사를 하러 왔다. 아니, 도대체 바벨은 왜 그렇게 던져대는 건지… 그리고 바벨을 던질 때 소리는 왜 지르는건지… 혹시 화난건지… 그리고 지들도 바쁜것 같은데 왜 자꾸 나한테 말을 걸러 오는건지…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 싹다 사장님인가??? 라고 궁금해 하려던 찰나 무대포 코치님께서 다시 오셨다.

  

 “아영 회원님, 준비되셨어요? 그럼 우리도 저 회원님들 하는거 해볼까요?”


롸?! 저 회원님들이 누군데요??

하고 무대포가 가리킨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니 한쪽에서 미친 사람들이… 물구나무를 서서 정수리를 바닥에 찍어대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나더러 저 사람들이 하는 저 정수리 찍기를 하란 뜻이었다. 방금 바벨 보이한테 바벨을 소개받았건만!!!! 무대포는 내가 바닥에 정수리를 찍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그 중간쯤 되는 그런 건 없는 건지.. 심히 궁금했다. 아니면 그 신입 버프 같은 거… 그런 거라도…


 아… 아하!!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내 거짓말이 저 바벨 보이한테는 통했어도 전문가인 무대포한테는 통하지 않은 것이었다. 무코치는 내 안의 헬창 근육을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훗. 역시 숨길 수 없다니까.


 “네… 저 푸시업은 할 수 있는데요. 물구나무는 서 본 적이 없어요.”


순간 무코치의 눈에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응? 왜… 실망하시는 건가요? 보통은 물구나무 경험이 없는 게 정상 아닌가요? 실망한 무코치가 실망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 정말로 운동은 많이 안 해보셨나 보네요.”


하하하!! 나 우리 헬스장의 2대 헬창… 기어이는 운동을 많이 안 해봤다는 말까지 듣고 말았다.


 “그럼 그냥 푸쉬업으로 하세요. 와드 시작했으니까 빨리 들어가시구요.“


저… 무코치님… 와드가 뭔데요?


그렇다. 신입 대접을 원한 것은 나였다.

그런데 막상 이런 식으로 키즈 대접을 받으려니 뭔가… 내 자존심이 불편… 아니, 내 헬창의 심장에 스크래치가 났다. 하여 나는 푸쉬업을 능숙하고 빠르게 해치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정수리를 못 찍는다는 이유로 키즈 대접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기서 키즈 대접을 받고 있다. 다행히 내 근육들도 이젠 그 우쭈쭈에 꽤 익숙해졌다. 아!! 이 ‘우쭈쭈’라는 것이 결코 운동 강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긴 그딴 거 없다.


왜냐하면 여기는 헬창들의 천국이니까.


‘이번 화의 주인공은 내일의 운동 공지를 확인하고 나서 금일의 음주량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덧붙.

내 이야기 아니라고 너무 맘 놓고 중2병 환자처럼 글을 썼네요. 사실 제가 소재를 따기 위해 크로스 핏 체험을 직접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간다고 하더라고요?

김국주가 체험을 안 하면 글을 못 쓰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친구에게 소재를 부탁했습니다.
유쾌하고 빡센 소재를 들고 온 내 헬창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내년에는 헬창이 되어볼까 합니다.

사랑하는 울 독자님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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