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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Dec 02. 2021

<등산> 아니고 산책. (feat. 남한산성)

 “내가 울 가룡이가 하자는 것은 다 해줄게.”


 이 말이 시발점이 되었다. 그렇다. 입이 웬수다.


가룡: 오우케이. 그렇다면 언니, 나랑 등산 가자.

국주: …… (등산 싫어함)

미룡(우리 센터 1대 헬창) : 기왕 가는 거 재질이 돌로 되어있고, 기어서 올라갈 수 있는 산으로 가자. 우리 상체 운동도 해야지?

가룡: 뭐? 이런 헬ㅊ… 기어서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님?

국주: 룡아… 우린 그런 걸 암벽등반이라고 하기로 했어. 사회적 약속이지.

돌키 (남한산성 근무자) : 하… 헛소리들 그만 하고… 우리 그냥 가볍게 남한산성 어때?

 

그래, 그러자. 뭐든 돌산보다는 나을 듯.


 나는 등산을 싫어한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무궁무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도대체가 왜때문에 쉬라는 주말에 쉬지도 않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는건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 이 사태를 신랑에게 말했다.


 “하… 여보야, 나 등산가요.”

 “뭐?!? 등산?? 여보가?? 누구랑?? 왜?? 어떻게? 도대체 왜?”


그러게나 말이에요.

 

 “네, 울 센터 헬창들이랑요.”


신랑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아니, 그 또라… 헬 ㅊ… 아무튼 그 친구들이 너랑 고작 동네 뒷산을 간다고 깝칠리는 없고… 혹시 늬들… 금강산 가니?”


… 여보야, 도대체 내 헬창 친구들을 어찌 생각하시기에 그런 한서린 발상이 나오는 건가요?


 “여보야… 금강산이라니요. 가능은 한건 가요?”

 “가능하지! 월북하면.”


아하! 월북이요.

여보야, 우리가 고작… 남한산성을 간다고 하면 우리 여보가 저한테 많이 실망하시려나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기어이는 고작 동네 뒷산, 남한산성을 등산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인솔자는 남한산성을 본인 앞마당이라 우기는 남한산성의 산군 돌키였다. 우리의 돌키가 말하길…


 “내가 원래 오늘 근무를 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을 인솔하기 위해 근무를 제끼고 여기 온 겁니다. 훗”


 그러니까 저 말은… 지 근무를 째고 지 근무지로 놀러 왔다는 뜻이다. 그래 뭐… 니 인생이니까.


 남한산성의 안주인 돌키 선생님께서는 인솔자답게 매 장소마다 역사적 설명을 곁들여 주셨다.


 “여러분!!!! 병자호란은 12월 초(음력)부터 시작되었답니다!! 자, 여러분!! 우리 모두 옷을 벗고 병자호란의 추위를 몸소 느껴보도록 합시다!!”

 

다행히 병자호란의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왓?? 뭘 벗고 뭘 느끼라고??

뭐 저런 또라이가… 나는 주섬주섬 옷을 벗었다. (선생님 말을 꽤 잘 듣는 편)


그때 선두에 있던 미룡(센터 1대 헬창)이 외쳤다.


 “돌키 선생님!! 이 쪽 길로 가면 됩니까?”


 그런데 미룡(헬창)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마음을 비우고 봐도 길 따위는 없었다.


 “이런 헬ㅊ… 미룡아, 거긴… 낭떠러지란다?!”

 “아니야! 언니!! 우리라면 충분히 내려갈 수 있어!!”

 

 아… 그렇겠지. 네발로 내려가면.

그리고 우리라니… 너랑 우리를 싸잡아서 취급하지 말아 줄래? 1대 헬창님?!


 5분에 한 번씩 조심하라고 외치며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남한산성의 요정 돌선생님께서는 결국… 길이 아닌 곳을 길이라 우겨서 등산을 한방에 끝장내려고 한 미룡(미친 헬창)에게서 선두를 빼앗고 경고를 주었다. 휴… 응급실에서 눈 뜰 뻔.

 

억지로 따라나온 거 맞음. 진짜임

 7명 중 4명이 억지로 따라 나왔으며, 심지어 그중 한 헬창은 우리를 낭떠러지로 유인해서 등산을 일찌감치 마감 치려고 한 거 치고는… 우리는 상당히 즐거운 산행을 했다.


남한산성 9암문… 이라고 남한산성 요정 돌선생님이 그랬음


 그때였다.


 “조심해애앵애애애애애애액#£#¥#$!!”


 메아리가 들렸고, 곧이어 뭔가 공기를 가르며 내 정수리를 치고 지나갔다.


  ‘아아악!!? 뭐지?? 혹시 노루?? 아니, 남한산성에 산짐승이 출몰한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괴생명체가 휩쓸고 지나간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리의 산군 돌선생님께서 하악하악 거친 숨을 내쉬며 우리를 노려보고 계셨다. 아니, 왜… 이게 무슨…


 아… 아하!! 나는 감동했다!!!

우리의 돌선생님께서는 그 어떤 가파른 내리막도 저런 미친 전력질주가 가능하신 분이셨는데… 그동안 우리와 보폭을 맞추시느라 게걸음으로(개걸음 아님) 걸어오셨던 것이었다.

역시산신 돌선생님이셨다.


아님, 그냥 돌부리에 걸린 거임 (그림 by 김국주)

그렇게 돌선생님께서는 노루 스텝을 밟으며 위험 상황을 몇 차례 더 몸소 보여주셨고, (심지어 평지에서도…) 우리는 왜때문인지 등산하는 내내 쫄깃해진 심장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등산을 마쳤다.


억지로 등산 간 김국주 (feat. 3옹성)

 등산을 마치니 가룡(등산 처돌이)이 말했다.


 “언니, 우리 다음은 청계산 갈까?”


아니야, 가룡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 남한산성에서도 이토록 목숨이 간당간당 거리는데… 청계산을 갔다가는 7명이 가서 6명이 돌아오게 될 것 같아. 오늘도 남한산성은 무려 산주를 잃을 뻔했잖니.

(도대체 근무는 어떻게 하는 건지…)

 

역시 등산은 위험한 것 같아.

우리… 안전한 쇠질이나 하자.



덧붙


집에 갔는데… 정수리에서 흙이 나오더라고요?!?

응?? 오늘 산을 구른 건 산신이었는데…. 왜때문에 내 머리에서 흙이 나오는 거지?


Break time

아하! 이 사진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다음은 청계산입니다. 여러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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