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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Dec 15. 2021

<다이어트> 한 달에 1킬로씩 뺀다고?! 언제??

인바디는 다이어터의 성적표.

체중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동일한 키와 체중이라도 근육량에 따라 쉐이프는 우동 면발과 국수 면발 수준으로 달라진다. 그것은 헬린이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인바디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어떻게!!! 의미를 안 둘 수가 있겠는가!!!

인바디 결과의 정확성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냥 내 근육량과 지방량이 소수점까지 표시된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우리 초보 다이어터들은 이 숫자에 집착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스승님은 스윗하시다.

칭찬을 참 잘해주신다. 솜털 같은 중량에도 벌벌 떨던 햇병아리 시절이었다. 나는 고작 10킬로에도 사지를 떨며 온몸에서 고혈을 짜내고 있었다.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은 나의 체지방입니다.)


 “우와, 국주 회원님!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 우리 센터 에이스예요!!”


 아… 스승님께 칭찬을 들으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이 칭찬이 신입 한정이란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녹음을 좀 시켜놓을 것을…


 나는 그때 정말로 내가 에이스인 줄 알았다. 정말이지… 참으로 순진한 헬린이었다.


 그렇게 한달의 시간이 흘러 첫 인바디를 측정하는 날이 왔다. 때는 올해 2월이었다.


인바디 공개!! 용감하다 김국주! (21년 2월 18일)

 왓더… 그러니까 저것은… 체지방률은 표준을 훌쩍 넘어섰으며, 근육은 전무한 전형적인 C형 인바디였다.


 하… 쉽게 말하면 뼈다귀에 붙어있는 거라고는 지방뿐이고, 내 복부의 오장육부를 보호하고 있는 것도 지방뿐이며, 내 몸에 근육은… 괄약근뿐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사실 예상 못 했던 결과는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저 결과를 예상했다. 그런데… 우리 스승님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국주 회원님!!! 중량을 안 치셔서 그렇잖아요!!”


 눼??? 스승님 방금 뭐라고 하셨… 중량이요??

예상치 못한 급습에 당황했고, 스승님께서는 대충 저런 메아리만 남기시고는 휭하니 사라지셨다.

와, 인성 쩔…

 

 “저… 스승님. 잠깐만요. 지금… 제 인바디 보고 삐지신 거 아니시죠??”


나는 스승님의 뒷모습… 아니, 스승님의 잔상에다 대고 의미 없는 독백을 했다. 하하하. 면전에서 읽씹당했다. 아, 내 인바디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텐데. 스승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서러움이 밀려왔다. 아니, 스승님!!! 언제는 저더러 에이스라면서요!!! (아님, 그냥 신입 버프였음.)


 사태가 이렇게 돼버리니 인바디를 할 때가 되면 스승님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마치… 내 수학 성적 따위 나는 상관없는데, 우리 엄마한테는 무척 상관이 있을 듯하여 할 수 없이 엄마 눈치를 보게 되는… 그런거랄까.


 그리고 3월, 딱 1킬로의 체중을 감량했다.

다시 말해 한 달 동안 1킬로를 뺀 셈이었다. 그걸 보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휴… 국주 회원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실 거예요?”


하… 안다.

그깟 1킬로… 화장실만 다녀와도 걷어낼 수 있는 무게라는 사실을!!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왜 눈치를!!

봐야지. 어쩌겠는가. 내 스승님인데.


 “죄송합니다. 다음 달엔 2킬로 감량해보겠습니다.”


빠른 사과 후, 또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또 1킬로를… 감량했다. 하… 망할 1킬로…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국주 회원님, 계속 이런 식으로 하세요.


하하하하하. 스승님….

제발 저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스승님의 저 말씀이 포기 선언이 아니라, 정말로 그냥 천천히 가자는 의미였음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5월, 또 1킬로를… 또 꿋꿋하게 1킬로만을 감량했다. 허… 나도 참 대쪽 같다. 학교에서 받은 성적표는 숨길 수라도 있었지. 이건 뭐… 눈앞에서 시험을 치르는 격이니… 그때마다 스승님의 잔소리를 정통으로 받아내야 했다. (이 때 우리끼리 불렀던 스승님의 별명이… 아니, 아닙니다.)


 그리고 6월, 스승님에게서 인바디 이야기만 나오면 필사적으로 도망 다녔다.


 “국주 회원님!!! 인바디 재셔야죠!!!”


 스승님!! 내일요!! 내일 잴게요!!!

 월요일은 너무하잖아요! 수요일에 잴게요!!

 아, 어차피 1킬로일 텐데 뭐하러 재요!!

 그냥 1킬로 회원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진정 구차하다.

엄마가 성적표를 내놓으라고 할 때도 저렇게까지 하진않았다. 진짜 별의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으며 도망 다녔다. 그렇게 한 달쯤 시달리고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저 운동처돌… 아니, 우리 스승님은… 절대로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 그래. 그냥 체중계에 올라가자.

그게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겠구나. 하여 결국 6월 30일, 6월을 하루 남기고 인바디를 쟀다.


6월 30일

와우!!! 드디어 무려 2킬로를 감량했다.

그런데 사실 6월 한 달을 도망 다녔으니 날짜로 치면 꼬박 두 달… 결국 또 한 달에 1킬로씩 감량한 셈이었지만… 뭐… 그딴 계산 따위….

이걸 보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운동은 힘든데, 몸의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을 때, 인바디로 위안을 삼는 겁니다.”


 아하?!? 뭘로 위안을 삼는다고요??!

저는 스승님 속상하실까 봐 도망 다닌 거였는데요. 언제부터 성적표가 학생의 위안이 되었었나요. 그건 모범생들이나 가능한 거 아닌가요??


 라고 말했다가는 나만 죽어날 듯하여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달 후.

7월 30일 (드디어 D자형 인바디)

다시 1킬로를 감량했다.

그리고 드디어… 근육량은 평균에 진입했고, 체지방량은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이걸 본 스승님께서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우와!!! 국주 회원님!!!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지요? 우리 이거 액자에 걸어놓을까요? 아!! 저 이거 친구들한테 자랑 좀 할게요.”


 우와… 저 온도차 어쩔… 인성…

그리고 스승님, 어찌하여 그리 놀라시는 건가요? 이거… 니가 만들어준 거잖아요.

(아니, 그리고 내 인바디를 왜 스승님 친구들한테 자랑을 합니까?)


히… 어쨌든…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훗.


나보다 더 기뻐해주신 스승님, 감사합니다.






덧붙.


, 최종적으로 체지방은 9킬로 감량했으며, 근육량은 2킬로 증량했습니다. 요요는 없냐고요?


12월 8일

 네, 우리 스승님이 요요를 두고 보실 리가 없지요.

지금은 다이어터가 아니라 유지어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님께서 인바디를 재라고 하시면 지금도 도망 다닙니다. 모범생들도 성적표는 무서우니까요.


 “스승님!! 월요일 인바디는 너무 하잖아요!! 수요일에 재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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