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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an 12. 2022

<인라인> 해외까지 가서 운동 덕질을 하고 왔다?!

코로나 발생 전 이야기입니다.

“엄마, 나 인라인 타고 싶어.”


갑자기??

뭐… 오우케이!! 그래서 샀다. 니꺼, 내꺼, 쟤꺼.

그랬더니 도통이 녀석이 물었다.


 “엄마, 왜 3개나 사?”

 “응. 엄마도 타게.”

 “엄마, 인라인 탈 줄 알아?”


글쎄… 이걸 탈 줄 안다고 해야 하는지…



15년 전이었다.

나는 어학연수라는 미명 아래 밴쿠버행 비행기를 탔다. 동행인 없이 혼자였다. 친구는 현지 조달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때는 5월이었다.

금가루가 쏟아지는 햇살, 끈적이지 않는 따뜻함, 좀처럼 지지 않았던 황금빛 태양… 그렇다. 나는 애초에 공부할 생각 따위는 1도 없었다.


몽환적인 도시만큼 사람들도 여유로웠다.

나랑… 쟤들만 빼고…


 ‘우와, 엄청 빠르다. 나도 저 바퀴 달린 거… 타고 싶다.’


 하여 밴쿠버에 도착하자마자 구입한 첫 물건은 인라인이었다. 영어는? 밴쿠버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깟 영어 못 해도 크게 문제없다. 인라인 실력은?? 오늘부터 다지면 그만이다. 늘 그래 왔듯이…


 포획물을 어깨에 걸쳐 메고 밴쿠버의 인라인 족들이 모인다는 뭔 파크로 갔다. (이름 까먹음)

 아… 여기서 잠깐!!! 이렇게 쓰면 필자가 해외까지 가서 운동만 처하다 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잠시 여행 분위기를 내기 위해 미사여구를 갖다 놓겠다. 황금빛 햇살과 비취빛 펄을 뿌린 듯한 바다, 그리고 완두콩 색과 녹색을 버무린 듯한 잔디!! 캬…. 아무튼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랑 내 인라인만 빼고)


 그중 가장 완벽한 것은 단연 내 허벅지였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도저히 인라인 위에 올라탈 수가 없었다?!? 아니, 이 놈을 신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와우, 이거 그냥 신발에 바퀴 달아놓은 거 아니었나?? 낑낑대며 놈을 신는데 10분이 걸렸다. 그리고 일어섰… 서려고 했는데… 그냥 일어나면 엉덩이로 넘어지고, 손을 짚고 일어나면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렇게 20분을 고군분투를 하고 나서야, 사지를 바들바들 떨며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 해냈다!!

물론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면 벌써 공원 한 바퀴를 돌았을 테지만, 뭐… 공원이야 지금부터 돌면 되니까!!


 자… 이제 한 발을 떼어볼까? 씁… 하… 그런데… 내가 일어나는 데만 30분이 걸리지 않았던가. 지금 이 순간 발꼬락이라도 꿈틀댔다간 도로 나자빠질 것이다. 라는 합리적인 믿음이 생겼다. 하여 대둔근에 힘을 빡 주고 그냥 서있었다. 그대로 그렇게 또 10분을… 하… 언제까지 이렇게 석고상처럼 서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움직여야만 했다. 할 수 없이 첫 발을 떼기 위해 가슴에 열십자를 그려가며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반대편 발목에 온 힘과 세상의 기운을 몰아넣었다. 순간… 옆구리에 바람이 불었다?!? 왓더… 나는 발목에만 힘을 줬는데 왜 옆구리에서 바람이 나오는 걸까? 동시에 내 궁뎅이는 땅바닥에 패대기 쳐졌다! 이런, 옘병!! 이게 어떻게 일어난 건데!!!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옆구리 바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하?! 어떤 불한당 같은 놈이 나를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나는 그 불한당을 최선을 다해 째려봤다.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도저히 용서 못 해!!’

(용서할 것이 없습니다.)


 인라인을 신은 채로 패대기 쳐진 덕분에 움직일 수 있는 신체라고는 뇌와 입뿐이었다. 그리고 내 어리석은 뇌는… ‘여기는 외국이고 저 사람은 한국어를 못 알아들을 것이다.’ 라는 판단을 했으며, (상대방이 못 알아들어도 절대로 욕을 하면 안 됩니다.)

내 입은…


 “이런 씨발라먹을 시키야!!! 왜 선량한 시민을 밀치고 ㅈㄹ이야?!? (밀친 적 없음 & 안 선량함).”


 라고 내뱉고 있었다. 하… 누가 내 주댕이에 오바로크 좀… 그러자 그 사람이 우뚝 멈추더니 서서히 뒤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저… 방금 뭐라고 하셨… 아하… 인라인 처음이세요? 가르쳐드릴까요?”


이런 ㅆ… 젠장… 한국인이었다.

나는 그렇게 내 인라인 선생님을 만났다. 동시에 현지 조달한 첫 친구였다.


 다행히 그 친구는 본인이 인라인을 잘 탄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으며, 나 같은(?) 인간을 가르치는 걸 즐거워했다.


 “자, 우선 멈추는 법부터 배워볼까요?”


그렇다. 즐거워만 하셨다.


 “네, 저기… 그런데요… 제가 초면에 반항하고 싶진 않은데요. (초면에 욕했었음.) 제가 일단 출발을 해야 멈출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제대로 멈추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위험합니다.”


 아니, 그니까… 아까 너만 아니었으면 난 안전했다고요.


 “저… 선생님(?). 전 지금은 위험하지 않습니다만…”


나는 정성껏 항의했으며, 내 항의는 즈려씹혔다. 그리고 그가 나를 끌고 간 곳은… 살짝 경사가 있는 내리막이었다?!?


 “자, 여기서 내려가면서 브레이크를 잡을 거예요.”


와우, 나 인라인 오늘 샀는데요?!?


 “저… 선생님?? 아까 제가 욕해서 이러시는 거라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럴 땐 빠른 인정과 급한 사과만이 살 길이다.

그러자 그 친구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브레이크 잡는 법부터 배울 거예요. 여기서 살살 내려가면서 오른쪽 인라인 뒤에 있는 브레이크를 잡아보세요.”


하여 나는 그 길을 멋지게… 데굴데굴 굴러서 내려갔다. 물론 그 친구는 몹시 당황했다


 “.으아악!!! 살살 내려가야지!!!! 요!!! 이… 저… 흠… 그런데 이름이 뭐죠? 뭐라고 불러야 하죠?”


우와… 이름요?? 우리 여태껏 통성명도 안 했습니까? 그리고… 살살 내려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만?! 모르시는 모양인데, 지구의 중력이 생각보다 빡셉니다. 못 믿겠으면 풀업(턱걸이)을 한번 해보시등가요.


 “아!!! 어떻게 하면 ㅆ 살살 내려갈 수 있는데요?!? 아… 저 욕한 거 아닙니다!!”

 “브레이크로 완급 조절을 해보세요!!”


 완급… 뭐?!? 내가 내리막에서 그딴 걸 할 줄 알았다면 너랑 이러고 있지도 않겠지!! 몇 차례 더 구르는 동안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sos를 쳤다. (아마도 인라인 동아리 친구들) 이제서야 든 생각인데 아마 그 친구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던 듯싶다. 곧 인라인 고수들이 몰려들었고 수근대기 시작했다.


 “우와…. 디게 못 한다.”

 “아니, 저 사람은 넘어져도 안 아픈가 봐.”

 “멈추라는데 왜 안 멈추지? 나 저렇게 말 안 듣는 사람 처음 봐.”

 “재능은 없는데 근성이 있네.”


아?? 나 인라인은 오늘이 처음이고, 나도 넘어지면 아프고,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안 멈춰지는 거고!!

그리고 이 근성이 내 재능이다!! 이 멍충이들아!!!


라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구른 게 쪽팔려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듯 구경하던 인라인 고수들은 자빠지고 구르기만 하는 나에게 곧 흥미를 잃고 본인들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인라인 신고 뒤로 가기, 한 발로 가기, 점프하기… 뭐 이런 묘기들을.


그리고 그들이 옆에서 묘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 내리막을 수십 번을 내려왔으며, 수십 번을 더 굴렀다.

하… 시키는 놈이나 시킨다고 하는 놈이나…


 그렇게 하늘에 빨간 노을이 질 때쯤, 내 발목과 무릎에도 시뻘건 피멍이 들고 있었다. (보호대를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음이 내 마음…

나는 그 뒤로 매일매일 어학원을 마치면 해질때까지 인라인을 탔다.

그러던 중… 이런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보았다.

전단지 나눠주는 아르바이트 구합니다.
단, 인라인을 탈 수 있으신 분 우대합니다.


흐흐흐흐흐. 이거 나를 위한 거다?!?


참 별거 안 했는데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글이 여기서 더 길면 그것도 예의가 아니온지라…

다음 화에서 이어지겠습니다.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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