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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an 19. 2022

<인라인 2> 이번 건은 대가리 속 꽃밭이 다 했다.

셀프 디스를 잘 하는 편…


본 에피소드는 위의 에피와 이어집니다.



전단지 나눠주는 아르바이트 구합니다.
단, 인라인을 탈 수 있으신 분 우대합니다.

 어학연수생을 위한 어학원이었다.

영어? 전에도 말했듯이 굳이 필요 없다. 게다가 전단지 돌리는데 뭔 말이 필요하겠는가. 인라인 실력?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내 머릿속은 예나 지금이나 그저 꽃밭이었다. (전형적인 대가리 꽃밭 스타일…)


 면접을 보러 들어갔더니 사장님께서 물으셨다.


 “(영어로) 영어는 잘합니까?”

 

 허허. 내가 그걸 잘하면 왜 여기서 너랑 이러고 있겠습니까? 조국에서 취업을 했겠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영어가 안 되니…

 

 “No. but no problem.”


 대충 압축해서 말했다. 물론… 다소 앞뒤가 안 맞고, 저럴 때 쓰는 말도 아닌 거 같지만… 그러자 사장님께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다음 질문을 하셨다.


 “(영어) 인라인은 잘 타세요? 인라인 타고 돌려야 하는데.”


 내면에 잔잔하게 존재하는 새털 같은 양심이 나를 잠시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대답은 꽃밭이 했다.


 “아… 흠… No problem.”

 

뭐 어쨌든 이래나 저래나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하는 꽃밭 덕분에 면접은 무사통과했다.

(이 꽃밭은 실제 회사 면접 때도 맹활약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인라인을 신고 손에는 전단지를 잔뜩 든 상태로 길바닥 위에 섰다. 그래도 며칠을 빡시게 연습한 덕분에 직진 주행은 가능했다.

 

 …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사소한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전단지를 돌려야 하는 장소가 길바닥, 즉 보도블럭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의 주행은 매끈한 공원 바닥 한정이었다. 직진이고 나발이고 앞으로 엎어지고 뒤로 자빠지기 시작했다. 벚꽃처럼 흩날리는 전단지와 함께 10분 전에도, 5분 전에도… 그리고 현재도 나는 도저히… 어학원 문 앞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치 학원 문 앞에 시공간 경계막이 존재하는 듯 했다.


하…. 젠장… 안 되겠다.

자빠지더라도 사장님 시야 밖에서 자빠지자. 하여 인라인을 벗고 시공간 경계선을 벗어나 큰길로 나갔다. 거기서 다시 인라인을 신었다.


 매끈한 바닥 덕분인지 큰길에서는 전진이 가능했다!!! ‘오오!! 됐다!!!!’ 라고 기뻐한 순간!! 또 자빠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젠장….


 ‘아… 일어나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과 인라인 바퀴가 헛돌았다.


홍보의 시작은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했던가.

내 주위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주목받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리고 몇몇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영어) 오 마이… 괜찮아요?”


 그럼… 괜찮아야지 어쩌겠는가.

이게 다 내 꽃밭이 저지른 일인데… 그런데 이 빌어먹을 놈의 꽃밭은 도대체 어딜 간건지. 왜 늘 이 사단을 벌여놓고 잠수를 타는건지. 니가 싼 똥은 왜때문에 항상 내가 치워야하는건지.


슬슬 현타가 왔다. 모든걸 포기한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현지인들이 내 손에 든 전단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영어) 혹시 이거 나눠주는 거예요?”


 그러더니 내 손에서 전단지를 직접 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다른 현지인들까지 몰려들어서 내 전단지를 마구 강탈해 가는 것이었다?!?! 인라인을 신은채 앉은뱅이가 된 나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내 전단지를 뺏길 수밖에 없었다.


 “이봐…. 잠깐!! 어이!! 현지인들!!! 늬들이 그게 왜 필요해?? 그거 영어 학원 전단지라고!!! 야!! 기다려봐!! 도로 내놔!!!! 그거 우리 사장님 꺼야!!!!”


라고 말해봤자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현지인들은 ‘힘내.’ 라며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망했다.


친절한 그분들 눈에는 내가 인라인도 못 타는데 돈까지 벌어야 하는 불쌍한 유학생이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나자빠진 상채로 전단지를 반절 이상을 뺏겼다. 하하하.


그때 어떤 현명한 현지인이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영어) 저… 인라인을 벗는 게 어때요?”


아뿔싸?!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비록 신발은 어학원에 두고 왔지만 (뭔 배짱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엎어져있는 것보단 맨발로 서있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주섬주섬 인라인을 벗고, 맨발로 나머지 전단지를 나눠줬다. 물론 맨발로 서있어도 불쌍해 보이기는 매한가지인지라 전단지가 줄어드는 속도는 어마무시했다. 와우, 이 인류애 보소.


 전단지는 순삭 되었고, 그 자리에는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들었다. 패잔병처럼 터덜터덜 어학원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기뻐하셨다.


 “(영어) 우와!! 벌써 다 돌렸어요???”


아…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아… 저… 돌렸다기 보단 뺏겼어요….”

 

그러나 사장님께서 고개를 갸웃갸웃하시더니,


 “(영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나눠줬어요?”


으흥… 역시 내 말을 못 알아들으셨다.

그… 비법을 물으시는 거라면… 그냥 불쌍해 보이면 됩니다. 여기 시민들 인류애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사정을 알리 없는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내일도 할래요?”


와우!!  놉! 네버!!

망할 꽃밭이 잠수탄 지금!! 얼른 대답해야했다. 오늘 나간 전단지는 지금쯤 아이들 종이비행기가 되어있을 것이다. 사장님께 두번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사장님께서는 내가 일을 잘한다며 좋아하셨고, 그만둔다며 아쉬워하셨다.



2019년 가을

하… 내가 이런 짓까지 했는데!!

종국에는 인라인을 잘 타게 되었다… 로 끝났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성장 에피가 되었을까.

허나 인생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닌지라. 나는 끝까지 인라인과 친해지지 못 했다.


 그리고 15년 뒤… 도통이랑 다시 이 짓을 시작했다. 이번에야 말로 잘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나 말고 내 꽃밭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때 못 탔던 것을 지금 잘 탈 수 있을리 없었다.


아직 개통 전이라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입니다. (2021년 가을)

결국 내 인라인은 훌쩍 커버린 도통이에게 물려줬다. 내 인라인을 신은 도통이 하는 말.


 “우와!!! 엄마 꺼 진짜 좋아!!!”


당연하지. 니껀 3만원짜리였고, 내건 11만원 짜리였거든. 비싼  사면    알고


 씨발라먹을 꽃밭 어디갔어!! 나와!!



덧붙.


어머님께서 캐나다에서 뭐 재미있는 일 없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물주가 원하시면 즉답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여 이 에피를 이야기해드렸죠.

저는 제 꽃밭이 참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랬더니 고여사님이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말씀하시길…


 “딸… 너는 왜 해외까지 가서 거지처럼 살았냐.”


우와… 어머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거지라니요?!?!


기왕이면 생활력이 강하다… 라고 ….

아니, 이 모든 것은 내 대가리 속 꽃밭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리고 제 꽃밭은 지금도 활약 중입니다.

제 소재의 원천이기도 하구요.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오고 싶습니다.

꽃밭!!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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