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Jan 26. 2022

다이어트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여보야, 개인 피티 받아볼래?”


반년 전, 신랑이 나에게 한 말이었다. 하… 근데…


 “여보야… 흠… 개인 피티를 해야 한다면, 여러모로 나보다는 여보야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 100kg, 나 50kg…)

 “응. 아니야. 난 힘들어. 근데 여보야는 안 힘들 거 같아.”


와우, 그게 무슨 개논리… 나도 힘들…


 “우리 여보야, 근육 만들어오면 내가 옷장 싹 갈아줄게.”

 “으흥?!? 언제 시작할까요?!?”

(자고로 물주의 명은 어기는 게 아니랬다.)


그런데 막상 개인 피티를 하자니 마음에 걸리는 사항이 있었다. 운동 강도? 스승님께서 설마 하니 날 죽이시진 않을 것이다. 식단?? 나는 세상에서 닭이 제일 좋다. 닭가슴살을 주식으로 삼는 것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바로… 이었다.

개인 피티 절대 금지 항목 술!! 그리고 나는 금주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개인 피티를 시작하기 전에 이걸 반드시 협상을 봐야만 했다.


하여 스승님을 찾아갔다.


 “네, 국주회원님 개인 피티를 하시려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너의 목적이 다이어트냐, 근력 증진이냐, 체력 증진이냐를 묻는 것이었다. 대답에 따라 지옥의 종류와 난이도 또한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넵! 내 물주께서 근육 만들어오면 플렉스 하게 해 준데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근육 증가요. 상체를 근육으로 덮어주세요. (딱 봐도 티 나게).”


대충 비스무리한 이유를 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스리슬쩍 꺼냈다.


 “스승님, 술… 은 아예 안 되나요? 제가 사실은 글을(브런치) 맥주를 마시면서 쓰거든요. (그래서 글에서 술냄새가 납니다.)”


그러자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끔은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저 말을 ‘허락’으로 받아들였다.

몰랐다. 이 ‘가끔’의 기준이 사람에 따라 시베리아 벌판만큼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개인 피티라는 것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맥주 한잔을 허락받기 위해 스승님께 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답이 오길…


 “국주회원님…. 오늘 피티 이틀째인데 벌써 이러시면 제가 많이 속상할 것 같습니다.”


왓… 아니, 왜요. 왜 속상하신 건데요??? 된다면서요?? (된다고 하신 적 없음.) …라고 반항할 용기는 절대로 없었다. 그렇다고 이미 깐 맥주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


 “스승님… 그럼 반잔만요.”


그냥 구차해지기를 선택했다.


 “마지막입니다.”


하… 나는 그렇게 맥주 반잔에 초장부터 신뢰를 잃었다.


내 다이어트 식단… 절대 배고플 수가 없음 ㅋㅋㅋ

 그래도 우리 스승님께서는 식단에는 관대하신 편이었다. 개인 피티를 하면서 결코 배가 고픈 적은 없었다. 다만…


 “스승님,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오늘 저녁은 닭가슴살 안 먹어도 되죠?”

 “아뇨. 시간이랑 상관없습니다. 닭가슴살 드시고 주무세요.”


왓… 곧 자정입니다만…


 “스승님, 이거 먹어도 되나요?”

 “네, 닭가슴살 드시고 드세요.”


으흥?!? 먹고 또 먹으라고요?!?


 “스승님, 제가 지금 외출 중이라… 닭가슴살 못 먹을 거 같은데요.”

 “편의점에 닭가슴살 팝니다. 사서 드세요.”


으르흥?!? 그런 식으로 헬밍아웃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스승님, 저 라면 먹어도 되나요?”

 “네, 닭가슴살이랑 드세요.”

 “…… 눼? 라면을요??”

 “네, 닭가슴살을 반찬삼아 드시면 됩니다.”


왓더!!! ₩&&@₩& 젠장할 닭가슴살!!!!!

내가 살다 살다… 닭이랑 사이가 나빠지게 될 줄은 진정 몰랐다!!!!! 뭐든 적당해야 애정 관계도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나의 닭을 향한 애정 곡선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안 되겠다.

 이 짓을 더 했다가는 영원히 닭이랑 결별하게 될 거 같았다. 정줄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가서 커다란 케이크를 사 왔다. 그리고 크게 4등분을 한 후, 스승님께 톡을 쳤다. 물론 사진은 안 보냈다. 내 생명은 소중하기에…


 “스승님, 저 당이 너무 딸려서… 운동 가기 전에 케이크 딱 한 조각만 먹어도 되나요?”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니었다. 커다란 조각도 한 조각은 한 조각이니까. 곧 스승님께 답이 왔다.


 “네. 케이크 드세요. 운동으로 다 털어내면 됩니다.”


아싸!!!! 오예!!! 허락받았다!!!

라고 좋아했건만. 어리석은 헬린이었던 나는 ‘운동으로 케이크를 털어내자는’ 스승님의 말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그날 운동을 하면서 바닥을 기어 다녔고, 수십 번을 맹세했다.


 “스승님… 다시는 케이크 안 먹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벌.

백번의 잔소리보다는 한 번의 지옥행이 낫다. 특히 나 같은 뺀질이들한테는… 그 후… 그 어떤 일탈의 가능성도 뇌에서 지워버렸다. 상명하복.


 그러던 어느 날 스승님께 이런 선톡을 받았다.


 “국주 회원님, 오늘은 든든히 드시고 오세요.”


 하?!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가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인지 곱씹고 곱씹었다. 딱히 떠오르는 비행은 없었다. 뭔진 몰라도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고 해볼까도 생각해봤다. 아… 도대체 왜때문에 저런 무시무시한 선방을 날리시는 것인지. 이날… 내 하반신은 해체되었고, 다시 정상 기능을 하기까지 약 삼일이 걸렸다.


 나는 그 뒤로도 저런 선방을 심심찮게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스승님의 완급 조절 방식이었다는 것을 갠피가 끝날무렵에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1년…

 나는 여전히 스승님과 티키타카하며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다. (개인 피티는 석 달)

20대에도 못 입은 크롭티를 40대에…

그리고… 40 평생 가장 예쁜 결과물을 얻었다.


누가 그랬던가.

다이어트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나는 나 자신과 싸운 적이 없다. 애초에 싸움이 가능한 지부터가 의문스럽다. 도대체 내가 나를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나를 향해 투쟁하는 짓… 번아웃되는 지름길이다. 무작정 힘들기만 한 운동도, 주구장창 굶기만 하는 식단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어떤 것이 안 그렇겠냐마는 다이어트 역시 꾸준해야 성공한다. 또한 이 꾸준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즐거움’ 이 아닐까 싶다. (덕후들을 무슨 수로 따라가겠는가…)


그리고 내 즐거움의 원천은… ‘사람’이었다.


스승님, 운동 메이트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1인분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하여 다음 화는 사랑하는 내 운동 메이트의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라인 2> 이번 건은 대가리 속 꽃밭이 다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