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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Feb 02. 2022

운동 목표?! 그게 뭐죠??

 “언니, 뛰어서 올라가면 괜찮아요.”


우리 운동 센터는 3층이다. 그깟 3층 계단 올라가는 것이 뭐가 대수겠냐마는, 오전 9시 반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올라가기엔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 아닌가…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걸(?) 생각하면 지옥으로 가는 길인 건가. 암튼 그래서 징징댔더니 우리 센터 에이스 장미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장미야, 이 계단이 짧고 굵게 끝난다는 것과… 괜찮다는 의미가 동의는 아니잖니?’


 심지어는 정상에 도착해서 벅차오르는 숨결은 자치적 통제가 불가능했다. 도대체 나는 왜!! 운동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집에 가고 싶은 건지…

… 만 반항을 할 수는 없었다.


  우리 운동팸에는 엄연한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서열의 기준은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아닌 운동 능력치… 즉 ‘전투력’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에겐 본능적으로 ‘전투력 스카우터’가 디폴트로 장착이 된다. (스승님께 절대로 개기지 않는 것도 동일한 맥락.)


하여 우리의 서열 1위는 단연코 장미였다.

(비록 그녀가 막내지만…) 나이고 나발이고 내가 그녀에게 반항하는 것은 절대적인 하극상인 것이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합니다.

 스승님께서는 운동 시작 전에, 근력 운동 루틴을 주신다. 예를 들면…


 “데드 - trx - 버핏 - 복근’ 하세요.”


저 간단한(?) 것들을 제한 시간까지 무한 반복하면 된다. 그런데 사실… 스승님 눈만 피하면 하나씩 빼먹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슬쩍 복근을 빼고 스트랩을 감고 있자니 장미가 와서 말했다.


 “언니, 자꾸 복근을 빼먹네요?”


왓더… 너 그걸 어떻게 알았?!? 아니, 그보다 니가 왜 내 하복부에 신경을…


 “그럴리가… 스트랩 끼고 나서 복근 하려고 했어.”


 …써야지. 너 아니면 누가 내 복부에 신경 써주겠니.

스트랩을 끼고 복근?! 어느 각도에서 찍어봐도 헛소리였지만, 뭐 그딴 거 에이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손에 스트랩을 감은 채 어기적 어기적 복근을 하려고 눕고 있으니, 그녀가 발로 뭔가를 툭 밀어줬다.


 “언니, 그거 발에 끼고 해요.”


뭐? 이건 또 뭔데?! … 우와… 공이었다?!

3kg짜리도 공이라고   있다면 말이다. 아니, 맨몸으로도 힘든 복근을 이걸 끼고 하라는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그녀가 말했다.



 “언니, 못 한다고 하려고 그러죠? 마치 못 할 거 같죠? 그런 생각은 버려요. 하면 돼요.”


 으흥?! 이게 의지 문제였니??

막 의지만 있으면 다 되고 그런 거였니? 그런데 의지고 나발이고 그녀의 눈을 보니 1초 안에 이걸 다리 사이에 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군말 없이 3킬로짜리 공을 끼고 다리를 들어 올렸다. 입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니, 신음소리라기보다는 흐느낌에 가까웠다. 그러자 신재희가 다가와서 말했다.


 “언니, 힘들어?… 울지 마.”


아흑!!? 나 우는 거 아냐.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맙다. 역시 너밖에 없…

  

 “울면 근손실 와. 웃으면서 해.”


 와우!! 이런 또라… 헬창들 같으니라고!!

운동을 같이 하면 친구라기보다는 전우에 가깝다. (때로는 적…) 사방에 전우와 적이 섞여있고 여기저기서 고통의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곳… 그곳이 우리 운동센터였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대략적으로 뒷벅지와 옆구리(어제 다진 곳), 그리고 어깨와 팔뚝, 등, 복부(오늘 다진 곳)의 근육을 다짐육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바벨을 쥐었던 손바닥은 굳은살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다. 하… 이게 손바닥인지 발바닥인지…

그때 가룡이 물었다.


 “언니, 괜찮아?”


하… 이렇게 스윗할 수가. 감동했다.

이 달달한 스윗함에 노곤노곤해져서일까. 근육통이 날뛰는 솔직한 부위를 다 토설했다.

그랬더니 그녀 말하길…

 

 “언니, 그럴 땐 그냥 온몸이 아프다고 하면 돼.”


 아냐, 친구야. 온몸이라니… 아직 두피랑 발바닥은 멀쩡하단다. 그래도 니가 우리 센터에 마지막 남은 유일한 천사구나. 내 근육의 안부도 물어주고…


운동 후 쉬는 시간… 아… 집에 가고싶다.

는 개뿔…

그녀는 ‘언니, 괜찮으면 한 번만 더…’를 주문했고, 덕분에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이런저런 다채로운 짓을 할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언제 괜찮다고 했는데?!)

헬창들이 괜찮냐고 물었을 때, 근육통으로 답을 하면… 괜찮다는 뜻이 됩니다. 헬창들에게 근육통은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일 뿐이지요. 심지어… 아주 흐뭇해합니다.
하… 집에 가고 싶다.


멀찌감치서 그 모습을 본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전우 지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대단하죠. 목표도 없이 저렇게까지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지요.”


이보다 더 적절할 순 없다. feat. 카카오톡 이모티콘


왓더… 전우야. (내가 목표가 없?! 없었구나…)

내가 목표가 왜 필요하니??

나에게는 이런 헬ㅊ … 너희들이 있는데…


이 마음이 내 마음

제가 운동하는 이유의 팔할은 그대들입니다.

운동으로 맺어진 벗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등장인물은 가명이며, 소재로 사용 전 사전 허가(사실은 통보)를 받았습니다.




덧붙.


제가 목표가 없다는 친구의 말에 살짝 뒤통수가 얼얼했습니다. 그 사실을 그때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만 충격받은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들은 후 스승님께서 자꾸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국주 회원님, 바디프로필 찍으셔야죠.”


아니, 너도 안 찍는 바프를 내가 왜 찍…

우리 운동센터는 바디프로필 스튜디오랑 연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여 스승님의 저 말은 스튜디오 회원 유치도 홍보도 아닌 ‘니가 알아보고 니가 준비해서 니가 찍고 너만 감상해라.’ 라는 뜻이 되겠네요.


네, 목표가 없는 김국주 회원에게 목표를 심어주려는 스승님의 노력의 일환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우와! 국주회원님!! 데드 60kg 성공하셨네요!! 잠깐만요!!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하여 스승님께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언제나 저보다 더 기뻐해 주시고, 더 호들갑 떨어주시고, 더 슬퍼해주시는 (이번 달 인바디 죄송합니다.) 스승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브런치 소재 떨어질 걱정은 없네요.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 다음 주에는 오랜만에 도통이 이야기를 올려볼까 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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