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이 둘 엄마, 평범한 가정주부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런 말들을 듣는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무덤엔 풀도 안 난다고,
그만큼 독한 사람만 가능하다고,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글쎄, 진짜 그럴까?
하여 이번 편에서는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고,
짧다고 하면 짧을 수도 있는,
나의 15개월간의 다이어트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시작일 2021년 2월 18일.
체지방률 31.7.
뱃살 표준 이상.
지방 多, 근육 無, 전형적인 C형 인바디. 하하.
당시 내 몸에 근육이라곤… 괄약근뿐이었다.
가능한 운동… 당연히 거의 없었다.
근육이 없으면 운동이 힘들고,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안 생긴다. 젠장
하여 시작했다.
多인 지방을 털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했고,
無인 근육을 만들기 위해 근력 운동을 했다.
스퀏의 ㅅ 자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딱히 운동에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퀏 자리 잡는데 3개월,
데드는 6개월,
푸쉬업은 7개월,
턱걸이는 1년,
벤치 프레스는 무려 14개월이 걸렸다.
(벤치는 불과 지난주에 감이 오더이다. 허…)
그리고 2021년 3월.
1킬로를 감량한다.
체지방율은 20퍼센트대로 들어온다.
그래봤자 29 대지만…
자… 유산소 & 근력 계속한다.
이맘때쯤 이런 질문들 들어온다.
“운동 얼만큼 해야 해요??”
이봐들… 나도 이제 한 달 했다고…
그런데 해보니까 유산소는 어차피 그 순간만 힘들다. 다 하고 나면 안 힘들다. 진짜로…
그러니까 그냥 죽을힘을 다 해 뛰면 된다.
절대로 안 죽으니까.
근력운동은?? 힘들 때까지…
가 아니라 ‘안 될 때까지’ 다.
즉 ‘운동 불능’ 상태가 올 때까지.
이로 인해 생기는 근육통은 지극히 정상이니.
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맘때쯤 ‘나는 운동을 한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야! 언니, 운동한다.
(그거 말곤 생기는 거 없다.)
2021년 4월, 또 1킬로를 감량한다.
과다 상태이던 내 뱃살이 드디어 표준으로 진입하는 순간이다. 브라보. 체지방률도 27퍼센트를 찍고, 역시 표준으로 진입한다.
(눈으로 보기엔 여전히 뱃살은 많다.)
여전히 유산소와 근력 병행한다.
이맘때쯤…
저중량 고반복, 고중량 저반복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슬슬… 중량 압박이 들어온다. 하…
선택권 따윈 없다.
2021년 5월, 또 1킬로를 감량한다.
체지방률 26대…
느린 거 같아도 느린 게 아니다.
지속적인 감량 상태이니…
지금부터 유산소 & 근력과, 식단까지 병행한다.
굶는 식단, 절대 아니다. (하루 4끼 먹었음)
식단은 개인 피티 하면서 배웠다.
그리고 운동은 더 이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 자신과는 이미 협의가 된 사항을 스승님과 티키타카 해야 함.)
2021년 6월, 2킬로 감량한다
식단까지 들어가니 속도가 붙는다.
체지방율 25, 근육, 체지방 모두 표준.
계속 유산소 & 근력& 식단 병행한다.
이맘때쯤 빈봉은 조상님이 들어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워밍업은 빈봉으로…
너의 중량이 나의 워밍업이다.
(절대 아님. 그냥 이 말이 무지 해보고싶었음)
더불어 닭가슴살의 위엄을 알게 된다.
닭 위령제를 지내야 할 판.
2021년 6월 30일 , 한 달 채 안 됐고 또 1킬로 감량한다.
체지방률 22,
드디어 체중 앞 자릿수가 바뀌고,
팔다리 체지방률은 표준 이하가 뜨면서
마음이 하염없이 흐뭇해진다.
여전히 유산소 & 근력& 식단 병행한다.
이때쯤 울면 근손실이 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울 에너지가 남아있다면 운동을 덜 한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울어봤자 소용없다.
(울 스승님 못 본 척하시고 다음 셋트 준비하심.)
2021년 7월, 또 1킬로 감량ㅋ
체지방률 17.
체지방율 평균 이하로 진입한다.
이 달,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은 늘었다.
그리고… 어깨 근육이 평균 이상이 떴다.
ㅇㅇ. 난 그 이유를 알꺼같다.
(하…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추억들…)
계속 유산소 & 근력& 식단 병행한다.
이때부터 거울만 보면 근육에 힘을 주기 시작하고,
철봉만 보면 매달리기 시작한다.
ㅇㅇ. 남의 시선따위 개나 줘버린 시점이 온 것이다.
(대충 그런 사진이 한 오백장 있는 듯.. )
석 달 후, 21년 10월, 또 1킬로 감량한다.
체지방률 17대.
사실상 이쯤 되면 변화는 더뎌진다.
슬퍼할 거 없다.
목표지점이 보인다고 보면 된다.
아, 인바디 종이 위에 저거…
눙물 자국 아니다.
지금부터는 다이어터가 아닌, 유지어터다.
개인 피티 종료하고,
식단은 일반 식단으로 변환한다.
절대로 평생 식단을 할 수는 없다.
유산소와 근력은 계속한다.
이때부터 나를 헬린이라고 해야 하는지,
헬창이라고 해도 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인별의 피드가 운동 피드로 넘실거리게 되고,
헬창들과 맞팔을 시작한다.
헬창들과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2021년 12월, 체지방율 16대로 진입한다.
엥? 언제 이렇게 되었지?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다이어트가 아닌,
운동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어깨가 사각이 되고 민소매가 아닌,
반팔을 입어도 근육 티가 나기 시작하면서,
장사꾼, 도인이 안 붙기 시작한다.
(예전엔 엄청 들러붙었음.)
그리고 신랑에게
“여보야, 지방이랑 인성이랑 같이 뺀 거 같아요.”
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다.
오해예요. 여보야.
체력이 곧 인성이랍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현재, 체지방율 15대…
15개월간,
체지방률 31.7에서 15.3까지 감량.
체지방량 10kg 감량.
근육량 2kg 증량.
건강, 체력, 비주얼…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나이 마흔에 다이어트 멋지게 성공했다.
사진을 멋지게 찍은 게 없네요.
덧붙.
지인들이 물어요.
다이어트 어떻게 했냐고. 얼마나 힘드냐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는 별로 안 힘들었습니다.
다이어트는… 느려도 꾸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너무 힘들면 안 돼요.
즐거워야 하지요.
즐거우려면 운동이 즐거워야 합니다.
반드시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느긋하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석 달에 10킬로… 이런 거 말고,
한 달에 1킬로씩만 감량해도 충분합니다.
그럼 1년이면 12킬로입니다.
그리고 절대 혼자 하지 마세요.
옆에서 응원해주는 동료,
그리고 열정적이고 좋은 스승님이 있는 곳을 찾아가세요.
그러면 가끔 이런 말도 들어요.
“유툽 이런 거 보면 운동법 다 다르던데… 무조건 니 스승님 방법만 다 맞는 건 아니야.”
네, 백번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요…
산길을 가는 것보다 고속도로 달리는 것이 더 쉽지 않겠습니까. 스승님은 내 앞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길을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일이지요.
내 스승님을 믿어야 다이어트가 쉬워집니다.
아, 그리고 이런 질문도 들어옵니다?
“운동 너무 많이 하면 근육이 울퉁불퉁해지지 않아요? 저는 그냥 날씬해지고 싶어요.”
네,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냥 날씬해지는 것이 울퉁불퉁해지는 것보다 쉽습니다.
정상 체중으로 진입하는 것이 easy mode,
그냥 날씬해지는 것이 hard mode 라면,
근육 울퉁불퉁은 hell mode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일단… 그냥 날씬해지는 것부터 해봅시다.
애들이랑 워터파크 가는 중이에요.
싸우러 가는 거 아닙니다.
저는 이제 슬슬 hell mode로 진입해볼까 해요.
기왕 하는 거 끝장을 보려 합니다.
덧붙2.
믿을 수 없지만 이런 요청도 들어옵니다.
“다이어트 약 좀 추천해주세요.”
아니, 저게 어딜 봐서 약 먹고 뺀 몸으로 보입니까.
네, 저 예전에는 다이어트 약 많이 먹어봤습니다.
그리고 전부 실패했고요. 그래서 절대로 추천해드릴 수 없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입니다.
다이어트 때문에 건강을 해치면 안 되어요.
주객이 전도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같은 이유로 무작정 굶어서도 안 되고요.
우리의 다이어트는 반드시 건강을 디폴트로 깔고 가야 합니다.
건강하게 백 살까지.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