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어렵다??!?
“괴물 만들어주십시오. 스승님.”
개인 피티의 목적이 무엇이냐는 스승님의 질문에,
나는 앞으로 석 달 간을 이를 갈며 후회할 말을 싸질러버렸다.
“체력, 근력, 운동능력, 정신력(?)… 그리고 비주얼까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넘사벽을 만들어주십시오.”
하… 누가 저 주댕이 오바로크 좀…
물론 여기서 비주얼은 얼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얼굴이 못 생긴 건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해결해 줄 수 없다. 몸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몸의 비주얼이란 것은…
그 자리에서 즉시 수치로 계산이 가능했다.
젠장할 인바디. 그것이 개인 피티의 시작이었다.
인바디를 맹신하지 말라고도 하지만, 시작점이 수치로 보이면 목표치를 정하기가 수월합니다. 그리고 중간 과정 체크하기도 용이해요.
그리고 보통은 눈바디 역시 인바디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개인 피티 첫날 잰 나의 인바디는…
체지방률 16.9% 였다.
이런 말 하면 조금(?) 재수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목표치일 수도 있는 이 숫자가 나에겐 시작점이었다.
하? 솔직하게 말하면, 저 숫자… 예상하지 못했다.
그럴 리 없었다. 전날 아침에 파스타, 점심에 탄탄면, 저녁은 짜장면… 이렇게 3면타를 쳤건만.
어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했다. 상당한 중량의 부담감이 승모근을 짓눌렀다. 나도 이러한데 우리 스승님은 어땠을까.
그렇게 나는 개인 피티 1회차부터 구만리 강 건너 조상님을 뵙고 왔다. (내 봉 좀 들어달라고 할걸…)
무량억겁의 운동 시간이 끝나고, 조상님 면회도 끝마쳤건만… 영혼이 탈탈 털린 내 귀에다 대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체지방률을 13%까지 낮추기로 했잖아요?”
으흥?? 왓??? 이건 또 무슨 느닷없는 소리인가.
“… ㄴ… 눼?? 제가요??? 제가… 언제요????”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씹으심) 그러려면 운동량을 더 늘리셔야 해요.”
아… 이런… 차분하게… 차분하게 설득해보자.
“스승님, 저 지금 17인데 13은 좀 어려울 듯합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네. 체지방을 낮추려면 오전 운동이 중요합니다.”
ㅇㅇ. 차분이고 나발이고 씹혔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습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그냥 원하시는 대로 하실 거 같아서 눌러 삼켰다. 대들어봤자 나만 x 된단 사실을 이미 일 년 반을 겪어봤다.
그렇게 조상님과 손뼉을 마주하던 2주가 흘렀다.
체지방률은 15%로 떨어졌고, 나에게는 주말 운동 미션이 추가되었다.
“쉬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면 충분합니다.”
아하하하하하하.
스승님, 주 5일제는 국가의 명령입니다만.
이라는 말은 당연히 못 했다. 현시점에서는 국가보다 스승님이 더 무서우니까.
그럼에도… 스승님과의 오전 운동 전쟁은 계속되었… 아니, 계속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스승님, 오늘 오전 운동 빼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안 됩니다. 힘드시면 유산소만 살살하세요.”
그리고 나는 그날 정말 유산소만 살살했다.
뮤직복싱 14곡… 40분을 전력 질주한 효과.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KO패 당했다.
이쯤 되면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됐는데…
내 체지방률은 계속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때쯤 친정에를 갔다. 어버이날이 있어서…
그리고 난관에 봉착했다.
고여사님께서 튀김을 주신 것이다.
하여 지금은 못 먹는다 했더니 이번엔 약(소화제)을 주셨다. 아파서 못 먹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 후, 저울로 밥양을 쟀다. 그리고 등짝을 처맞았다.
하… 그래도 어쩌겠는가.
국법보다 지엄한 것이 일일 단백질 섭취량이거늘…
하여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사 왔다.
그랬더니 고여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느자구없는 짓 하지 말고 주는 대로 처먹어라.”
라며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하… 어떡하지?
사태가 이쯤 되면 스승님도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톡을 드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으세요.”
라는 답변을 받았다.
으르흥?? 도대체… 무슨 수로요??
여러모로 궁금한 답변이었지만 딱히 토 달지 않기로 했다. … 우리 스승님이니까…
이때부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때문인지 체지방률은 내려가는데 떡대는 더 우람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애써 외면했지만, 사실 여리여리한 느낌은 15%에서 이미 끝났었다. 하여 이 배려심 끝장난 팔뚝을 좀 가려보고자 민소매가 아닌 반팔을 입어봤다.
그리고 울 체육관의 회원님들에게 물었다.
“저 반팔 입으니까 좀 여리여리 해 보이지 않아요?”
그랬더니 울 남자 회원님들 말씀하시기를…
“…. 여리여리요??? 그 이두때문에 소매가 터지려고 하고, 전완에는 핏줄이 튀어나와 있는데요?”
아하?? 그때 알았다.
니들이 나랑 요새… 많이 친해졌다는 사실을…
“오셨으면 턱걸이나 같이 하시죠?”
그렇다.
우리 운동팸은 여리여리고 나발이고 그냥 눈 마주칠 때마다 턱걸이부터 냅다 하면 장땡인 것이었다.
근데 저 가방은 좀 내려놓고 합시다?
더 이상의 하강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내 체지방률이 바닥을 처부수고 내려간 이 날…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스승님께서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추억을 소환했다.
“각자 원하시는 중량을 들고 오세요.”
이 말에 우리 회원님들은 진짜로 각자 원하는 무게를 들고 왔다. 그랬더니 스승님 말씀하시길…
“그건 제가 원하는 무게가 아닙니다.”
ㅇㅇ. 운동처돌이들의 2개의 인격을 처음 겪어보시는 분들은 이 상황이 의아할 수 있다.
내가 해석해준다. 무리를 하되 자발적으로 하란 뜻이다. 시켜서 하는 거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말란 뜻이다. 즉, 사선을 즐겁게 자의적으로 넘나들으란 뜻이다. ㅇㅇ. 이해는 안 가겠지만 그런 뜻이다.
하여 악소리 나는 중량으로 10rm을 뛰고 구석에 처박혀서 유체 이탈하려는 영혼을 달랬다.
그리고 뒤를 돌았는데…
“아오!!!! ㅆ… 깜짝이야!!”
스승님께서 바로 뒤에서 지켜보고 계셨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저승사자인 줄 알고 욕했습니다. 절대로 스승님께 욕한 거 아닙니다.
며칠이 지나고 날이 부쩍 더워졌다.
“요즘 너무 더워져서 국주 회원님 체력이 걱정이에요.”
감동했다.
걱정도 해주시고… 우리 스승님도 감정이 있는 보통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벅찬 마음을 부여잡은 채 요단강을 넘나드는 운동을 마친 후, 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었다.
신었는데… 스승님 말씀하시길.
“국주 회원님… 복근 하고 가셔야죠.”
응?? 눼????! 스승님, 저 신발 신었…
지만 도로 벗고 했다. 복근….
40개씩 6 sets를 마치고 하직인사를 드리니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행잉으로 20개씩 3 sets 더 하고 가세요.”
하하. 스승님… 아까는 제 체력이 걱정되신다면서요.
그리고 그때 문득… 새삼 깨달았다.
내가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그 어렵다던 내 체지방률의 이유,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이 결과물은,
스승님, 내 운동팸들…
내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 눙물이…
스승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운동 친구들 감사합니다.
덧붙.
사실상 체지방률이 이 정도로 내려가려면,
마냥 체지방만 빼는 것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근육이 다소(?) 필요하지요.
운동 시작하시는 분들이 묻습니다.
“이 근육통은 언제까지 계속됩니까?”
네,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근육통 때문에 잠이 깹니다. 일어날 때는 등짝이 마비되는 것 같지요.
유산소 할 땐 누가 팔에 중량을 매달아 놓은 느낌입니다. 이게 뮤직복싱을 하는 건지 굿을 하는 건지…
운전하면서 브레이크 밟을 땐 복근에서 신음소리가 나고요. 변기에 앉을 때, 계단을 내려갈 때는 엉덩이가 통곡을 합니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이 모든 근육통을 사랑합니다.
더불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저 등근육,
이제는 보이는 여섯 조각의 복근,
반팔 소매가 꽉 차서 터지려고 하는 내 팔뚝,
한 손으로 안 쥐어지는 내 어깨,
핏줄이 튀어나오는 내 전완근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나를 제일 사랑합니다.
* 다이어트 보조제, 다이어트 약은 먹지 않았습니다. 추천하지도 않습니다.
다음엔 바디 프로필 강행 글이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