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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Nov 22. 2021

<폴댄스> 내가 무용을 한다고 깝친다고요?!?

체지방 9킬로 감량. 근육 2킬로 증량.

프리웨이트 운동 후, 미달이었던 근육량은 평균으로 진입했고, 체지방은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심지어 상체 근육은 평균 이상이 되었다.


오우케이. 이제… 때가 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폴댄스를 시작할 때가.


벨리댄스를 했기에 리듬 타며 웨이브? 완전 가능하다. 근육량은 많고 체중은 적으니 봉에 매달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라고 생각했다. 젠장.


폴댄스 첫날.

봉 위에서 팅커벨처럼 날아다니는 선배들을 슬쩍 구경했다. 왠지 대놓고 보면 안 될 것 같은 포스였다. 벨리댄스 복장이 티오*라면 폴댄스 복장은 스*벅스의 에스프레소 더블샷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선배님들의 상체에 근육이 많지 않았다?!?


 ‘어? 근육이 없어도 봉에 매달리는 게 가능한가?’


궁금했다. 그래서 신랑에게 물어봤다.


 “여보야. 폴댄스를 갔는데 회원님들이 의외로 근육이 많지 않네요. 근육이 없어도 매달리는 거 가능한가 봐요.”


 그랬더니 신랑이 하는 말.


 “여보야. 보통 여보야 같은 근력 헬창들은… 무용을 한다고 깝치지 않아요. 너 같은 그런(?) 근육은 없는 게 당연하지요.”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응? 잠깐… 나 같은 근력 헬창? 여보야, 내가 지금… 무용을 한다고 깝치고 있다는 뜻이에요?

 저기요. 잊으신 모양인데… 나… 벨리댄스가 먼저예요. 태크니컬하게 말하자면 댄스를 하는 사람이 중량을 치고 있는 거라고요!


아니에요. 너한테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요.


그렇게 신랑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시작한 폴댄스의 이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4일 차쯤 되면 봉에 올라갈 거예요.”


 하… 4일?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나 빨리 봉 위에서 날고 싶단 말이에요.


라고 생각했건만… 그땐 몰랐다. 봉에 올라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봉 위에서 날고 싶다는 나의 꿈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드디어 4일 차, 나는 꿈에 그리던 봉에 올라갔다.

아니, 올라갔다기보다는… 사지로 봉을 끌어안은 채 사활을 걸고 매달렸다. 마치 나무에 매달린 코알라처럼… 봉을 잡고 있는 두 손은 바들바들 떨렸으며, 봉을 끼고 있는 두 허벅지는 왜때문인지 주리를 틀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종 고문이었다.


그렇게 동아줄에 매달린 햇님달님 오누이의 심정으로 악착같이 매달려 있었건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국주 회원님, 발끝 포인!!”


 선생님… 초장부터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을 하는 사람의 발끝이 포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양다리로 봉을 끌어안은 그 자세 그대로로… 발끝만 부들부들 폈다. 하… 선생님께서 이걸 원하시는 게 아니라는 것쯤…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그걸 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 엔젤 자세합니다. 봉에서 손 떼세요.”


눼?!?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선생님… 이 손을 떼라고요?”

 “네, 어깨 앞으로 빼시고 손 떼세요.”


 눼?!? 뭘 빼라고요??! 저… 사람에겐 어깨뼈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막 그렇게… 빼도 되는 건가요?

아니, 그보다 저는 죽어도…


 “손은 못 뗍니다!! 선생님!!!”

 “손을 떼셔야 엔젤을 하시죠.”

 “네… 그래도 절대로 못 뗍니다!!!”


 그보다… 이거 자세 이름이 왜 엔젤인거죠??

아하!! 죽으면 만나는 게 엔젤이라 이름이 엔젤인건가요?! 나는 그렇게 봉을 끌어안은 채 선생님과 의미 없는 실랑이를 하다가 질질 끌려내려 왔다.

그리고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 저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이만 집에 가보겠습니다.”

 “……. 국주 회원님, 수업 아직 안 끝났어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전 앉아서 구경하겠습니다.”

 “국주 회원님…. 지금 봉 딱 한번 타셨잖아요.”


 그런가요. 그것도 탔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네, 선생님… 제가 나이도 많고요. 체력도 딸려서 너무 힘들어요.”


 하… 진정 구차하다.

40킬로 백스퀏을 하면서도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고, 50킬로 데드를 치면서도 체력이 딸린다는 말은 안 해봤건만…

지금 내가… 세워진 빈봉 하나에 이토록 비굴하게 귀가를 구걸하고 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나는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는 동안 한 일이라곤 봉을 닦거나, 봉에 매달려서 짐승처럼 울부짖은 거밖에 없건만… 왜때문인지 성취감이 벅차올라 신랑에게 자랑을 했다.

내 영상을 다 본 신랑이 하는 말…


 “울 여보야… 디게 못 하는데 어쨌든… 날씬하니까 못 해도 이쁘긴 하네.”


아?? 칭찬이신지 욕이신지…

나는 화를 내야 하는가. 웃어야 하는가. 아니면 화를 냈다가 웃으면 되는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웃기로 했다. 왜냐하면…


 “여보야. 고마워요. 이런 삶을 살게 해 줘서.”


왜냐하면 내 신랑은 내 물주… 아니, 은인이니까.

내가 날씬한 것도, 폴에 매달려서 울부짖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덧붙.


솔직히… 저는 제가 처음부터 잘할 줄 알았습니다.

그 자신감 어디서 나오는 거냐 물으신다면, 근육에서 나온…달까요. 제가 이렇게까지 낑낑댈 줄은 몰랐습니다.


저 봉은 하늘이 내려준 생명 동아줄

그래서 폴 경력 6개월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어차피 그쪽도 초짜임)

 

 “난 왜 봉에 매달리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울까.”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


 “글쎄…. 꾹, 너 등 근육이나 팔 근육이 부족한 거 아니야?”


왓더… 근육??!?  헬창의 자존심인 내 근육???



매달리는 것을 못 하는 건 아닙니다만…

글쎄… 그건 절대로 아닌 거 같은데???

내가… 무려 풀업이 가능하거늘.


그래요. 뭐…

하다 보면 언젠간 잘하지 않겠습니까. 늘 그랬듯이… 봉 위에서 날아다니니는 그날까지!!


글 발행하는 요일을 바꿔볼까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자면…
다음 메인에 자주 올라가고 싶습니다.
지난 번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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