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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Sep 06. 2022

봐라. 유산소는 이렇게 하는 거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유산소로 덮여있다.

“너 유산소 2시간 할래? 근력 2시간 할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근력이다.


그렇다면 ‘저강도 유산소’ vs ‘고강도 근력’ 은?

그래도 근력이다. 강도 따위 중요하지 않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나는 유산소가 너무 힘들다.


나는 당시 살짝 생소할 수 있는 유산소를 했다.

복싱 동작을 기본으로 해서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전신 운동 겸 댄스… 바로 뮤직 복싱이었다. 댄스이긴 하지만 복싱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동작과 안무는 타댄스에 비해 단순한 편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목에서 쇠맛이 나길래 문득 궁금해져서 심박수를 측정해봤다. 그랬더니… 3곡째 130, 5곡째 150까지 올라가서 7곡째… (오 마이) 170을 찍고 마지막 열곡째 다시 150이 되는 것이었다. 즉 평균은 150이었으며, 최고치는 170이었다ㅋ


그렇다면 이 뮤직복싱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일단 동작을 하는 내내 발뒤꿈치를 세우고 발목에 용수철이 달린 것처럼 탄력 있게 뛰면서 스텝을 밟는다. 그리고 주먹에 무게 중심을 실어야 적의 코를 깨부술 수 있기 때문에 팔을 뻗을 때마다 허리도 함께 완벽하게 비튼다. 시선은 주먹이 날아가는 쪽으로 고정한다. 훅을 날릴 땐 실제로 적의 턱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날린다. 그렇다고 휘날리면 안 된다. 실제로 타격하는 것처럼 주먹을 끊어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허공에서 주먹을 끊나? 있는 힘껏 날리던 주먹을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도로 땡기면 된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릎도 가슴팍까지 올려야 하고, 간헐적으로 고공 점프도 해야 한다. 그렇다! 동작이 단순하다고 강도까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고강도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내 자리가 1열 센터라는 것…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여 뮤직 복싱을 하는 동안 나는 카페인 한 사발에 아드레날린 한 병을 말아서 원샷 한 듯한 이계 에너지의 발원지가 되어 사냥감을 향해 쏘는 벌새처럼 날아야 한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진짜 임무다. 즉 나는 1열 멤버 중에서도 텐션 담당이다.


물론 여기에 안무 숙지는 디폴트다.

맨 앞에서 안무를 틀리면 체육관 전체가 방황한다. 내가 맞는 거 같지만 왠지 너를 따라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언니, 오늘 컨디션 안 좋아요?”


왜… 또 뭐??

물론 걱정이 앞선 말이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간에는 ‘너 오늘 살살 뛰더라?’ 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래? 난 평소랑 똑같이 뛰었는데.”


진심이다. 맹세코 단 한 번도 그 자리에서 몸 사린 적은 없다. 그렇다면…


 “언니, 오늘은 에너지가 넘치네요.”


마찬가지다. 유난히 열심히 뛰는 날 따위 없다. 항상 영혼을 갈아넣기 때문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나는 모른다.


 “언니, 오늘 화났어요?”


아하. 방금까진 괜찮았는데 너 때문에 지금 막 화가 나려고 하는 참이다.


“오늘 언니 안 가니까 나도 운동 안 갈래요.”


…..??? 나 와도 너 안 오던데???


“너무 무아지경으로 뛰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살짝 미친 거 같아요.”


허… 제군들!! 우리가 언제부터 운동하면서 생각이란 걸 했지? 원래 유산소는 무아지경으로 하는 거 아닌가!!


“너 오늘 왜 이렇게 틀려?”

“아… 오늘따라 못 따라 하겠어. 굿 하는 줄?”

“언니… 박자는 맞춰야 할 거 아니야!”


ㅇㅇ. 1열은 텐션 유지와 안무 숙지 외에, 그 어떤 말도 직접 들을 수 있는 멘탈까지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뭐 사실… 전부 애정어린 말들이라 생각하기에 그리 속상하진 않다마는…)


그렇게 복작복작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의 나날을 보내던 나에게 그날이 왔다.

한 시간의 근력 운동 후, 또 다른 한 시간의 유산소 운동을 앞두었지만, 죽었다 깨나도 더 이상은 불가하다고 느꼈던 그날이…

맨 앞에서 대충 뛸 바엔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힘드니 집에 가겠다고 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튀었다.

지금 튀면 내일 죽겠지만, 안 튀면 오늘 죽는다.

그리 생각했고, 그렇게 내일을 포기했다.

그리고 스승님께 연락이 왔다.


 “도망간 것을 후회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참고 견뎌라. 그렇지 않으면 그보다 더한 고통이 오고야 말리니.

그날 알았다. 조상님께는 개겨도 스승님께는 개기면 절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그날 운동하면서 바닥을 기어 다녔으며, 절대로 말없이 튀지 않겠다는 약속을 수차례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사라지는 고통이 지나버리고 나서야 감히 튄다는 옵션을 뇌에서 삭제했다.


그렇게 일 년 반 동안 나는

(좌) 반년만에 적살난 신발 & (우) 1년만에 작살난 신발

신발을 두 켤레를 작살냈으며,

동시에 체지방 10kg를 작살냈다.


봐라.

유산소는 이렇게 하는 거다.


QnA Time

Q. 유산소하면 근손실 오지 않아요?

A. 저는 운동하는 일 년 반 동안 유산소를 멈춰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실제로 유산소 유무의 차이를 직접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확실한 건 근선명도가 높으려면, 즉 근육이 잘 보이려면 체지방을 털어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소 근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유산소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껏 예쁜 옷 입었는데 패딩으로 가릴 수는 없잖습니까.
Q. 유산소는 얼마큼 해요??

A. 저는 아침저녁으로 30분씩, 하루 총 한 시간 합니다. 강도는… 발바닥에 땀날 때까지… 가 아니라 발등에 땀날 때까지.
Q. 어이… 너 유산소 못 한다면서요???

A. 힘들다고 했지 못한다고는 안 했습니다?!
    
    내 별명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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