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Aug 28. 2022

도보 여행, 어디까지 가능?? _ Day1

& 도보여행 Tip도 드려요

“언니, 우리 북쪽으로 여행 가자!”

“뭐? 북?? 어… 근데 왜지?”

“(씹음) 걸어서.”

“왓더… 왓?”


…… 하… 신재희…

이 나라는 기온이 최고 35도에서 최저 -10도를 오가는 현란한 국가이며, 그중에서도 지금은 가장 불타오르는 시즌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지금… 8월이다. 이 미친것아.


“신재희. 잘 생각해봐. 이건 미친 짓이야.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할 거야.”

“다들? 누구?? 그 사람들은 우리를 모르잖아.”


그래. 우리는 모르겠지. 그런데… 8월은 알지.

이 나라의 8월은 그게 누구라도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너 도대체… 왜 그러는데?”

“그냥… 내 버킷리스트?”


아하?? 버킷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즉, 그녀는 나에게… 이 불타오르는 시즌에…

이유, 목적 심지어는 목적지도 없는 도보여행을 하자고 말하고 있다. 오로지 북쪽이라는 방향과 ‘걸어서’ 라는 룰만이 존재하는…

그녀는 이 미친 짓을 버킷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나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ㅇㅇ. 안다.

절대 말릴 수 없다. 쟤나 나나 꽂히면 밀어붙이는 불도저들 아닌가. 그래, 취소할 수 없다면 미루기라도 해보자.


“그래! 가자!! 근데 지금 말고… 가을에 가자.”


그러자 그녀는 예상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마법의 단어를 내뱉었다.


“언니… ?”


하?! 내가??

… 의지가 나약한 인간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에 저보다 더 좋은 단어가 또 있을까… … 저 한 단어에 나의 의지는 8월의 태양보다 더 불타올랐다.


그렇게 이 도보여행은 시작되었다.


솔직하게 고백한다.

출발하는 그날 까지… 무엇이든 취소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기길 바랬다. 예를 들면 신재희의 둘째 임신이라든가, 김국주의 셋째 임신이라든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내 신랑이 나에게 당부했다.


 “여보야, 그런 미친 여행은 무조건 덜 미친 사람에게… 아니,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 맞춰야 해요. 니가 괜찮다고 강행하면 절대로 안 되는 거예요. 배려라는 것도 꼭 해줘야 해요. 알았죠?”


친구들이 말했다.


 “야!! 김국주… 너 또 왜 미친 건데?”

 “하… 됐고… 뭐든 적당히 해라…”

 “사람들이 다 너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해.”


내 운동팸들만이 비로소 나를 걱정해주었다.


 “와… 하루 종일 걷는다고??? 완전 근손실각인데?”

 “가다가 철봉 보이면 턱걸이 50개! 콜?”

 “그리고 숙소 가면 씻기 전에 푸시업!!”

 “틈틈 단백질 먹어가면서!! 알지?? 먹는 거까지 운동인 거!!”


하… 알긴… 개뿔…

그리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국주 회원님, 가시기 전에 하체 다지고 가실까요?”


으르흥?? 눼????


 “스승님… 혹시요… 저 못 걷게 만들어 주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물으니 스승님께서 어이없다는 듯 말씀하셨다.


 “눼?? 아뇨… 더 잘 걷게 만들어드리려는 거죠…”


나는 그렇게 모두의 벅찬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출발했다. (진짜로 하체 다지고 출발했음)


드디어 디데이… 첫날부터 비가 추적추적 왔다.

첫날부터 비옴

젠장… 첫날부터 홀딱 젖으면서 가야 하다니…

날씨가 마치 내 마음과 같구나…라고 생각했건만 이땐 몰랐다. 한여름의 도보여행은… 우천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경기 광주 이배재 제빵소

비가 온다며 투덜대던 우리들은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빵집으로 들어갔다.


빵집 사장님 말씀하시길…


 “우와… 도보 여행하시나 봐요. 어디서부터 걸어오셨어요??”


응??? 왜??? 우리… 고작 한 시간 걸었는데???

왜때문에 벌써 이런 질문을 받는 거지?

우리가 벌써 그렇게… 거지처럼 보이나요??


“저… 흠… 경기 광주요.”

(저 빵집도 경기 광주임.)


잠시 할 말을 잃으신 사장님…


“…… 네… 어디까지 가세요?”


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북 이요?”

“네?? 아… 네….”


어쩐지 사장님께서는 대화를 포기하신 듯하였고

여기 나름 유명한 집임

빵은 맛있었다.


민소매 아래로 드러난 드넓은 어깨, 언더 그립을 시전 하는 팔뚝에서 튀어나오는 이두와 삼두를 보며… 깨달았다. 아하… 우리가… 어디서 무슨 오해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비주얼이구나.


사장님… 우린 그냥 순하고 착한 헬창들입니다.


이배제 제빵소 - 추천 메뉴가 맛있어요

쿨럭…

혹시나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자면 평소엔 이것보다 적게 먹는다. 오늘은 갈 길이 멀어서… 쿨럭…


간소하게 식사를 마치고 빵집을 나선 우리는 곧,

편의점을 만났고, 편의점이라며 또 쉬었다.

그리고 도보여행을 이따위로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편의점마다 쉬면 경기도를 벗어나는데 한 달 걸림.)


그렇게 꿀 같은 시간을 보낸 우리…

사진 찍는 중

곧… 재난의 길을 걷게 된다.

차도다. 분명 차도인데… 마치 개천인 듯 물이 흐르고 있었고 땅은 쿠크다스 마냥 박살이 나있었다.

(결국 경기 광주시는 재난 지역으로 선포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배제…. 응??

닭을 만난다?!? 응????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닭을…

심지어는 이 녀석… 꽤 늠름하다.

니가 왜 거기서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지나갔다. 별 수 있나 뭐… 물어볼 수도 없고…


이베제 고개길

그리고 성남시 표지판을 만나자마자…


이배제 고개 길

길이 바뀐다???

재난의 도시에서 그냥 비 오는 도시로…

응??? 땅에 줄이라도 그어놨나??

어쩜 이렇게 바로 달라지는지?


성남이 좋구나…

경기도 성남 어딘가

라고 생각하자마자…

어마무시한 업다운들을 만났다.

내가 도시를 건너는 건지 산을 넘는 건지…


힌지 접고 엉덩이에 힘주고 무게 중심 뒤로 쏠리지 않게 발바닥 전체에 힘주고!!!!


힘이 남아돌면(?) 럿지를 하며 걸으라는 스승님의 조언(?)이 생각났다.


ㅇㅇ. 우리 스승님도 정상은 아니다.


그렇게 강제 핫체 운동을 한 우리는 결국

산성역 사거리 어딘가… 맛 없…

성남을 벗어나지 못하고 저녁을 먹게 된다.


그래… 첫날 도시 하나 건넜으면 되었지 뭐…

과욕은 금물이다…

이제 그만 하루를 마무리할까…

생각하고 숙소를 검색하는데…


아무리 가도 가도 근처에 숙소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산 넘고 물 건너 서울에 도착하고 말았다.


예상치 못 한 성과에 우리도 모르게

 “우와!! 서울이다!!” 를 외쳤고, 우린 서울 시민들에게 시선 집중을 받았다.


아니, 그게…

우리가 서울이 신기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아니, 서울도 신기하긴 한데…

그것보다는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그 기쁨에 그만..


이라고 설명할 방법은 없었다.


뭔가 길을 잘못 든 거 같은 그녀들…


그렇게 우리는 어거지로 서울을 가로질러…


잠실까지 가게 된다… 젠장…

보이는가 사우론의 눈이…


숙소는 미리미리… 제발 좀…




Day-1  (8월 11일 목요일)


총 이동거리 24.54km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장기 도보여행 Tip

1. 우천 대비 등산화? 고어텍스? No!!
  비에 젖더라도 가볍고 푹신한 러닝화 같은 것이 좋습니다. 비에 젖는 불편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아요.

2. 운동화는 무조건 살짝  걸로!!
    백퍼  붓습니다!

3. 초반부터 압박붕대 너무 동여매지 마세요
     붓습니다!!

4. 짐은 무조건 가볍게!!!!!
  혹시나 하고 챙기신 물건들!!! 전부 원수 됩니다. 필요할  현장 공수하세요.

5. 가벼운 슬리퍼는 챙기세요
  숙소 가서는 절대로 운동화 따위 신고 싶지 않을 겁니다.

6. 우비, 가방 방수커버 챙기세요.
   우천 대비는 이거면 충분합니다.

7. 현금 챙기세요.
  요즘 무인빨래방 대부분이 코인입니다. 옷은 최소한으로 하시고 빨래방 애용하세요.

8. 모자는 선캡이 좋아요.
   선캡이 태양은 물론 비도 막아줍니다.

9. 신분증 챙기세요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심신 안정을 위해.

10. 화장실은 걱정 마세요
   하루만 걸어봐도 화장실 따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1. 압박붕대, 밴드, 후시딘, 작은 가위 챙기세요.  까지는데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12. 항생 진통제 챙기세요.
   없다면 좋겠지만

 13. 긴바지 챙기세요.
 풀독 오릅니다. 우리 지금 치료 중입니다.
  레깅스는 금물!

 14. 기회가  때마다 (카페, 식당) 화장실, 핸드폰 충전 필수입니다.

 15. 초반에 너무 많이 쉬지 마세요.
   있을  빠르게 당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쉬는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16. 예행연습하지 마세요.
  죽기 전에 굳이 저승을 먼저 경험해보진 않잖습니까.

우리도 예행연습했다면 절대 안 왔음. 젠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