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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May 31. 2021

아이의 아토피, 그 끝없는 전쟁

꽃들과의 전쟁.

 도통이가 태어나고 첫봄, 아이의 피부에 이상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몸이 울긋불긋해지고, 배넷머리가 빠지는 것이었다. 무지했던 나는 그것이 태열인 줄만 알았다. 당시 도통이가 백일무렵이었으니 마침 시기가 딱 그러했다. 봄이 지나가자 증상이 사라졌고,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다.


 그것이 태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일년 후였다. 이듬해 봄, 녀석은 온몸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긁은 부위에 상처가 나서 피와 진물까지 났다. 그때 병원에서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생기는 아토피라고 했다. 원인은 꽃가루, 송진가루 등등 온갖 가루들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계절 중 봄에만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무릎 뒤, 팔꿈찌 뒤, 목 뒤 등 접히는 부분이 가장 심각했다

 그 뒤로 우리는 봄마다 전쟁을 벌였다.

알레르기로 인한 아토피는 꽃과의 전쟁이었다. 일단 꽃가루에 한번 침투당하면 적군에게 성문을 열어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꽃가루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하여 우리는 전쟁장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 진영을 지킬 전투력을 키워야 했다. 그 유일한 전략은 기승전보습. 바로 보습이었다. 이걸 놓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그때는 외부에 지원 요청을 해야 했다. 바로 스테로이드 연고. 하지만 이 스테로이드는 상처를 낫게 해주는 든든한 우방인 동시에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임시적 동맹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여 자체 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술 무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무려 10년 전에 배운 전문(?) 기술을 끄집어낸 것이다. 삶의 의욕이 대기권을 뚫던 시절인 20대에 배운 지식, 천연 화장품과 비누 만들기였다. 그냥 듣기에는 굉장히 잡스러워 보이겠지만, 이는 결코 스치듯 배워 금방 때려치워버린 어설픈 잡지식이 아니었다. 나는 무려 5년을 화장품과 비누를 직접 만들어서 썼다. 그리고 도통이를 임신하고 나서야 그 짓을 그만뒀다. 행여나 태아에게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지금... 마음 한 구석에 꼬깃꼬깃 접어놨던 이 고난도(?) 전문 스킬을 녀석 때문에 다시 꺼냈다.


실패한 바세린들

 나의 첫 목표는 보습의 수장, 천연 바셀린이었다.

 바세린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 물론... 수많은 실패작들을 줄 세우면 방안이 몇바퀴지만... 어쨌든 나는 녀석에게 맞는 바세린을 만들어 냈다. 오예.



똥같은 감태 비누

 그리고 그다음은 냉파 비누... 아니 천연 비누였다.

 이건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순전히 내 취향이었다. (냉파 하기도 딱 좋고.)

  

 그렇다 보니 가끔 반발이 들어온다.

 오른쪽에 있는 못생긴 감태 비누... 우리 집에서 가장 홀대를 받았던 친구이다. 일단 막냉이는 울며 불며 극구 거부를 했다.


 “엄마! 나 저 으로 목욕하기 싫어!!”


뭐? 똥? 어이, 말이 너무 심하잖아.


 “응, 막냉아, 저거  아니야. 비누야.”

 “ 저리 가!! 은 변기통에 버려!!”

 “....... 이 새...  아니라고....”

 “ 빠이빠이!!”


... 그래, 넌 니 맘대로 하렴. 나는 내 맘대로 할 테니.

그 모습을 본 도통이가 상당히 차분하게 말했다.


 “엄마. 저 비누는 뭔데 저렇게 처럼 생겼어? 좀 잘 만들 수는 없었어?”

 

하하하. 니가 더 열 받는다.

 

 “어... 감태... (시끄럽고) 그냥 써. 좋은 거야.”

 “아... 이 비누가? 좋은 거야? 이 비누?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이렇게 처럼 생긴 거야? 처럼 생기려면 엄청 좋아야 할 텐데. 그 정도로 좋은 거야?”


 이제 고만 그 입을 다물거라.



똥같은 식초 비누

그리고 이건 식초비누... 안다. 이건 내가 봐도 이상하다. 실패작이다. 이걸 본 신랑이 질문을 했다.


 “여보야... 이게 뭔가요?”

 “네, 여보야. 식초 비누예요. 그리고 이건 우리 여보야꺼에요. (애들이 거부할 것이 뻔하기에).”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 똥덩어리 두 개 좀 내 책장에서 치워줄래요?”

 “여보야, 이건 똥이 아니라 식초비누예요. 그리고 여보야꺼니까 지금부터 정 붙이도록 해요.”

 “...... 이것의 정체가 무엇이건 간에 나는 손대기 싫어요. 여보야가 좀 치워줘요. 나 책 꺼내야 해요.”


허허, 그거 니 거라고. 사람 참 까탈스럽네.


신랑 : 여보야, 왜 메주가 여깄어요?    나 : 여보야꺼에요.

 사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무턱대고 덤비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도통이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물론 완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봄만 되면 이 알러지성 비염과 아토피가 함께 찾아온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 불청객들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마스크와 방풍 안경으로 1차 수비를, 로숀과 바세린으로 2차 전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예방은 외출을 안 하는 것이다.

 2019년 겨울방학 때 코로나가 발생했고, 이듬해 학교의 개학이 늦어졌다. 그리고 개학을 한 후에도 등교는 사실상 자율이었다.


 그래서 그 해 도통이는 학교를 가지 않았다.

 공식적인 이유는 ‘코로나 지역 감염 우려로 인한 가정 학습’ 이었다. 하지만 마음 깊이 숨겨둔 또 다른 이유는 아토피였다.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이 망할 아토피가 올해는 쉬이 넘어갈까 하여...

그래도 행여나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어 녀석에게 물었다.

  

 “도통아, 친구들 보고 싶지 않아?”

 “아니, 친구는 이미 충분히 만나고 있어.”


니가 언제 친구를 만났는데?


 “학교 안 가고 싶어?”

 “엄마, 내가 엄마를 성가시게 하는 건 없는 거 같은데 이 시국에 왜 굳이 학교를 보내려고 해?”

 

이 자식이. 이 시국이라는 말은 어디서 배워서...


 “도통아, 초등학교는 의무 교육이야.”

 “엄마, 나 밥도 잘 먹고, 수학 숙제도 하고, 토리랑도 잘 놀고... 내 의무는 다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허. 이 녀석... 본인의 의무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엄마, 나 없으면 토리는 누가 봐? 엄마 혼자 토리 못 보자나?”


하하. 심지어 내 약점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나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는데 하기 싫은 거까지 해야 해?”


 오케이. 거기까지.

 그래서 그 해 녀석이 등교를 한 횟수는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 도통이가 너무 집에 있으니 신랑이 물었다.


 “여보야, 도통이 요즘 학교 안 가?”

 “네. 여보야.”

 “코로나 때문에?”

 “뭐... 겸사겸사. 도통이도 가기 싫다고 하고.”

 “다른 애들도 학교 안 가?”


아니, 다른 애들은 당연히 학교 가지.


 “여보야... 다른 애들이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안 보낸다는데.”


 순간 그는 숟가락질까지 멈추고 나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왜인지 감탄을 하며 말했다.


 “우와... 우리 여보야... 멋있다.”


 아니, 그게 왜... 멋있.... 당신 좀 이상해.

 그보다... 당신은 출근 좀 하세요.


 



 덧붙.


 바세린은 치유보다는 보습, 보호의 역할입니다.

 아이의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증상이 나빠진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발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살짝 팁을 주자면, 약을 바르건 로숀을 바르건 그 위에 바세린을 덮어주시면 좋아요.

보습이 확실히 되면 가려움증도 많이 완화되지만, 아이가 긁었을 때 피부를 덜 상하게 해주더라구요.

같은 이유로 손톱도 늘 짧게 깎아주시는 것이 좋구요.


아토피와 전쟁중이신 모든 분들의 종전을 기원합니다. 안되면... 평화 휴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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