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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Aug 09. 2021

아들놈이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

나도 니 아빠가 좋아.

  “도통이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응! 아빠!!”


정말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내가 물어봐도 저리 대답한다. 뭐… 이게 언제까지 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지금은 도통이에게 아빠가 세상의 전부다.


 녀석이 네 살 때였다.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놀려오셨고, 그분들은 그분들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셨다. 도통이 아빠, 즉 그분들의 작은 아들의 이름을 부르신 것이다.


 “율군아, 회사는 다닐만하고?”

 “율군아, 하트 좀 보내라. (게임 하심)”

 “율군아, 이거 등수 좀 올려봐. (다른 게임)”

 “율군아, 이거 좀 깨 봐라. (게임 스케이지)”

 “율군아, 이거 잘 안 된다. (게임 어플)”

 

이쯤 되면 회사는 예의상 물어보신 듯.

사건은 여기서 터졌다.


 “율군아, 요 쓰레기 좀 버리고 와라.”


그는 어머님의 명령을 받들어 문을 나섰고, 그의 등 뒤로 ‘철컹’ 하고 문이 닫혔다. 그러자 어디선가 도통이가 ‘오도도도도’ 뛰쳐나왔다. 그러더니 녀석이… 지 아빠가 나간 문고리를 붙들고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율군아!! 율군아!!! 가지 마!!! 율군아!! 사랑해!”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전원… 입이 얼었다.

그 누구도 섣불리…


 ‘도통아, 우리는 율군이라고 해도, 너는 아빠라고 해야지.’


 라는 말을 하지 못 했다. 왜냐하면 집안의 실세처럼 보이는 어르신들께서 전부 그를 율군이라고 불렀으니… 지도 그렇게 부르고 싶었겠지. 하…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임무는 내 몫이었다.


 “도통아… 그… 너 슬픈 건 알겠는데. 너는 아빠라고 해야지. 저 사람은 니 아빠잖아.”


그랬더니 녀석의 통곡소리가 한층 커졌다.


 “아니야!! 아빠 아니야!!! 율군이야!! 율군이었어!!”


 아 그래. 니가 뭔가 큰 깨달음을 얻었구나.

나는 모르겠다. 녀석은 현관바닥에 널브러져서 지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율군아, 사랑해.’ 를 외치며 목놓아 울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자 그의 목에 매달려서는 ‘율군아, 보고싶었어.’ 를 반복했다.

하아… 늬들… 3분 헤어져있었단다.


 그런데… 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율군은 결국 놈의 차지는 될 수 없다. 부부가 무엇인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사이가 아니던가. 나는 거기서 살짝 더 포개진다. 그냥… 침대보다 그가 더 푹신하다. 그런데 이게 단 둘이 있는 밤 시간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벽이 되면 도통이가 지 방에서 기어 나와서, 화장실을 들러 우리 방으로 온다. 그리고 지 아빠 위에, 정확히 말하면 내 위에 포개져서 잔다. 그리고 해가 뜨면 막냉이가 그런 식으로 와서 또 포개진다. 나는… 아래엔 그가 깔려있고, 위에는 녀석들이 덮어져 있는 꼴이 된다. 하아… 무슨 햄버거 패티도 아니고… 내가 숨이 막혀올 때쯤, 그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끅… 여보야… 살려줘. 나… 가위눌리는 거 같아.”


응, 여보야. 우리가 이제 기상할 시간인가 봐요.


하루는 견디다 못한 그가 우리를 전원 집합시켰다. 그리고는 뭔가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집이란… 비싼 거예요. (율군)”

 “얼만데요? (도통)”

 “오만 원 넘어요? (막냉)”

  “어… 오만 원보다 훨씬 비싸요. (율군)”


그 말을 들은 녀석들이 감탄했다. 쯧, 순진한 녀석들같으니. 그런데 왜… 나도 같이 집합 당한걸까. 여보야, 나를 저것들이랑 같이 묶어서 취급하지 말아 줄래요? 녀석들의 재잘거림이 줄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근데… 이 아빠가 궁금하게 있어요. 이 집은 32평인데… 왜! 어째서!! 우리 가족 전원이 아침마다 1평에 몰려있는 건가요? 나머지 31평은 어쩌고요. 도대체 늬들은 왜!! 늬들 자리에서 안 자고 3명이 모두 내 배 위에서 아침을 맞이하냐고요. 아빠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래요.”


아… 저걸 따지려고 집합시킨 거구나. 근데… 그 3명에 나도 포함인 거지? 여보야, 명백히 따지면 나도 피해자라고요. 그때 녀석들이 말했다.


 “아빠가 좋아서요.”

 “막냉이는 아빠 꺼.”


 너 이 샠…. 어제는 엄마 꺼라며.

그리고 가족 전원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아? 내 차례야? 나도 고백해야 해? 근데… 이건 좀 억울한데? 거기 원래 내 자리라고! 그래!! 할 말은 해야겠지?!?


 “어… 나도 여보야가 좋아서요.”


 그랬더니 왜인지 도통이 녀석이 두 팔을 파닥거리며 화를 냈다.


 “아냐!! 아냐!! 아빠는 내 거야!!! 엄마 꺼 아니야!!”


하?!? 이 새끼가. 선 넘네. 저게(?) 왜 니꺼야?


 “야!! 아빠는 내가 먼저 만났어!!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공들인 줄 알아? 넌 나보다 10년이나 늦다고! (2002 월드컵 때 만났음) 근데 니가 이렇게 낼름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되지!?!?”

 “아니야!! 아빠가 그랬어!! 도통이가 젤 좋다고!!”


어?? 그럴 리가??? 이 배신…자


 “여보야!! 이게 사실이에요? 나보다 이 눔이 더 좋아요?”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이미 방으로 들어가 버린 지 오래였다. 우와… 이렇게 무책임하게 마무리할 거면 우리는 왜 집합시킨 거니?


 그런데 도대체 녀석들… 특히 도통이는 왜 그리 지 아빠를 좋아할까.


드넓은 그의 어깨 위의 앵무새같은 아기 도통이

그를 관찰해보자.

그는 일단… 아는 것이 많다.(순전히 내 기준) 그래서 뭔가를 물어보면 즉답이 나온다. 하여 궁금한 게 있을 때는 검색해서 찾아보는 것보다 그에게 물어보는 편이 훨씬 편하다. 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문제는… 그가 말이 겁나 많다는 것이다. 즉답이 나오긴 하는데… 어어아아엄청 길게,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뻔한 말을 하지도, 같은 말을 반복하지도 않는다. 신비롭고 새로운 사실들을 순차적으로 끝도 없이 내뱉는다. 마치… 나는 티슈를 한 장만 뽑고 싶었는데, 그게 끊기지 않고 바닥까지 전부 나오는 느낌이다.

 하여!! 장기적으로 보면 그냥 검색하는 편이 짧게 끝난다. 그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충분한 심사숙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자칫했다간 집 좀 따뜻하게 하겠다고 집에 불 지르는 격이 된다.

그런데… 이 사태가 나만 힘든 모양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재울 때도 아으으으주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 강의가(?) 때론 한 시간, 두 시간이 지속된다. 뭐… 두 시간이고 나발이고 막냉이는 삼분 안에 잠든다. 그렇다면 도통이는? 녀석은 끝까지 안 자고 버틴다. 와… 애를 재우라고 집어넣었는데 애랑 120분 토론을 하고 있다. 진정… 이 순간만은 도통이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렇다면 혹시 녀석이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지랑 같은 종이라서?? 이럴 때는 내 유전자가 안 섞이길 다행이란 생각도…


지네 집 앞 공원 in 2015

결국 도통이에게 물어봤다.


 “도통아, 너는 왜 아빠가 좋아?”


 응, 아빠는 다정해서, 나랑 잘 놀아줘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같이 노래를 불러줘서, 요리를 잘해줘서, 멋있어서, 잘 생겨서, 개구쟁이라서(응?),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웅?!?) 뚱뚱해서(…) 그리고…


오우케이. 거기까지.

넌 그냥… 아빠라서 좋은 거란다.




덧붙1.

아빠 손맛 feat. 못난이 막냉이

그런데 이런 도통이도 마냥 맹목적이진 않습니다.

하루는 도통이가 묻더군요.


 “엄마, 엄마는 왜 아빠 같은 개구쟁이랑 결혼했어?”


허… 이건 또 무슨 느자구 없는 질문일까?!?


 “왜 그런 걸 물어보지?”

 “좀 더 멋진 남자랑 결혼할 수 있었잖아.”


… 너 그거 알아? 너 늬 아빠 자가 복제 인간인 거…


 “도통아… 엄마가 아빠를 먼저 좋아해서 결혼한 거야.”

 “아하… 그럼 아빠는 왜 엄마 같은 말썽꾸러기랑 결혼한 거래? 둘 중 한 명은 얌전하고 착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허… 너 이 샠…

오늘 밥 먹기 싫구나?





덧붙2.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애들은 그렇다 치고… 그럼 넌 왜 그리 율군을 좋아하니?


당연한 걸 물으십니까. “잘 생겨서.”

내 입에서 다른 이유가 나올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저만의 이유이고, 이상하게 우리 친정 식구들까지 전부 율군을 좋아합니다. 도대체 왜?!? 왜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토리가 6개월 때, 한 달간 친정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기저귀 가방을 구매했지요. 그런데 배송을 집으로 시켰더라고요. 젠장. (차로 4시간 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는 남겨야 했기에 그에게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후기에 진심인 편)


 “여보야, 오늘 배송 온 가방이요. 사진 좀 찍어서 보내주세요. 후기 쓰게요.”


그랬더니…



평범한 가방 후기 사진 in 2015 봄

이런 사진이 왔습니다?!? 오… 마이…

여보야… 가방만 찍어서 보내도 됐을 텐데요.


근데 여보야… 나 진짜로 후기에 저 사진 올렸어요. 멘트는 이렇게.


 “가방 너무 이뻐용. 제가 몸집이 작고, 등이 왜소한 편인데, 가방이 커서 그런지, 제 등이 가방에 넉넉하게 가려지네요. 빅사이즈 사길 잘했어요.”


 판매자님 댓글…

 “감사합니다. 예쁘게 메고 다니세요.”


그런데 판매자님… 별말도 아닌데 왜때문에 제 후기에만 유독 댓글을 늦게 다셨습니까.


 그가 사랑받는 이유…

 기저귀 가방을 메고 저딴 포즈를 취하는 저 뒤통수와 등짝에서, 남의 시선 따위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기본적인 부끄러움조차 구비하지 않은… 사바나적인 매력이 뿜뿜해서?!?!


네… 이유 찾는데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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