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 인 유어 백

가방을 열면 _ 이영림 그림책, 봄봄

by 김영

준우야, 가방 안에 뭐 있어?

비밀이에요.


가방 안에는 뭐가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가방 안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위층 아줌마의 서류 가방에, 도하 아빠의 커다란 기타 가방에, 강아지 산책 나온 아저씨 가방에, 할머니 시장 가방에, 자전거 타고 달리는 형아 가방에, 운동 가는 누나 가방에, 자동차 위에 실린 커다란 짐가방에, 중학생 형, 누나 책가방에, 우리 아빠 가방에, 우리 선생님 가방에, 그리고 내 친구들 가방에. 뭐가 들어 있을까요?

내 가방에는 뭐가 들어 있냐고요? 그건 정말 비밀이에요.




<가방을 열면>의 주인공은 단연 '가방'이다. 가방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준우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며 다른 이들의 가방을 하나씩 살펴본다. 한창 뷰티 콘텐츠들에서 많이 하던 연예인들의 '왓츠 인 마이 백'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가방은 모두 플랩으로 되어 있는데, 플랩 한 장을 열면 소지품이 들어 있다. 그 뒤에 플랩을 한 장 더 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소원, 꿈, 희망, 그리움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작가는 진짜 가방 안에 든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처음 만난 자리는 어느 해의 도서전이었다. 전시되어 있는 책들 사이에서 만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발견했다. 플랩북이라니. 당연히 좋아하지! 게다가 가방을 열고 열면 귀여운 꿈들이 나오다니, 형태로도 만점, 이야기로도 만점이라고 생각하고 냉큼 집으로 데려왔다. 역시나 만보는 그날 사 온 책들 중에 이 책을 가장 좋아했다. 플랩을 열고, 또 열고 하며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그리고 준우 가방 안에 있던 비밀을 좋아했다. 그해 여름에 제주도 바닷가로 여행을 길게 다녀왔는데, 만보는 그 여행을 떠올리며 즐거워했다. 다시 여행을 가자며, 그때 참 즐거웠다고 했다. 자신의 가방 어딘가에도 준우처럼 비밀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 만보는 소문난 조개껍데기 수집가다. -


책의 처음 등장하는 가방은 우유 가방이고, 그다음 가방은 회사원인 위층 아줌마의 서류 가방이다. 서류 가방에는 회사원들의 물건이 잔뜩 들어 있지만, 그 속을 한 번 더 열면 봄날의 소풍을 즐기고 있는 아줌마가 나타난다. 다른 어른들의 가방들도 마찬가지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 준우 아빠의 북스타트 에코백을 들추고 들추면 어떤 섬에서 유유자적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아빠가 나타난다. 어른들은 모두 일상에 지쳐서 자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건가. 반면 아이들의 가방에는 꿈과 추억이 담겨 있다. 태권도 선수,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인, 유니콘과 모험을 하는 요정이 그려져 있다. 현실을 벗어나는 것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 그것이 어른과 아이의 차이인 것인가.


책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읽으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첫 번째는 방금 얘기했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이 아쉬웠다. 어른도 꿈을 꾸고 - 할머니의 시장 가방 속처럼 - 소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걸 더 보여 주면 좋았겠다 싶었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떠나야만 진정한 휴식이나 자유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려 주면 더 좋겠다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두 번 여는 플랩이 아쉬웠다. 두 번 여는 플랩 자체는 재미있고 좋았는데, 첫 번째 플랩과 두 번째 플랩이 크기가 달랐으면 더 좋았겠다. 플랩 두 개를 하나씩 열어야 재미있는 건데, 플랩 크기가 같으니 동시에 두 장의 플랩이 열리는 불상사가 생겨서 말이다. 두 번째 플랩이 조금 더 작았으면, 첫 번째 플랩을 열 때 딸려 올라오지 않을 것 같다. 이건 순 나의 직업적 오지랖이다.


좋은 그림책, 누구에게나 선물해 주고 싶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니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는 건 그만큼 책이 좋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따뜻한 그림과 귀여운 상상력이 웃음 짓게 만드는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아! 엊저녁에 만보가 이 책을 오랜만에 꺼내 읽으며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더 말했다.


엄마, 유치원에는 장난감 못 가지고 가. 이거 틀렸어!


만보는 T인 것 같다. 엊저녁에도 만보는 재미나게 이 책을 읽었다.



카테고리 : 창작 그림책 (국내)

추천 연령: 3세 이상

관련 주제: 가방, 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