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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Jan 24. 2022

결혼은 '잃지 않는 투자'

내 모습 그대로 만나게 해준 '가족'


내 인생 반전은 '결혼 후'부터다. 결혼에 대한 환상만 품었던 내가 결혼생활이 주는 진짜 행복을 누리기 시작했다. 수시로 찾아왔던 우울한 감정은 80% 이상 해결됐다. 항상 감추며 살다가 내 모습 그대로 드러내어도 괜찮은 곳, 가정을 만난 덕분이다. 수치심이 드러나면 불편해서 숨기 바빴는데 이제는 정면으로 부딪친다. 피하는 것이 더 고통이라는 것을 배웠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감정이 곧 ‘나’인 줄 알았는데, 수치심은 감정일 뿐이다. 나는 소중한 존재다.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아내가 있어서 행복하다. 귀여운 두 아이는 존재만으로 한없이 기쁘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말하던 내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살아야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시를 누그러뜨려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결혼해보니 인생이 꼭 불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결혼은 내게 '진짜 나'를 만나게 해준 '길'이다. 아내와 친밀한 관계를 통해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했다. 알 수 없는 불편한 감정을 피해 끝까지 도망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을 좋아하니까 일에 대한 성취감과 업적으로 내 존재의 부족함을 채우려 했을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는 무너진 채로. 그동안 '진짜 나'를 들킬까 봐 두려워서 화를 내며 살았다. 나는 분노의 보호막 아래 꽁꽁 숨어 있었다. 감정의 뿌리는 부모로부터다. 지금도 부모를 향한 분노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해결되지 않은 감정 때문이다. 이것이 풀리지 않아 내 자녀에게 분노를 쏟아놓고 있었다. 나의 내면 아이는 '자신을 알아달라'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치유되지 않고 가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아내와 소통이 되지 않았고, 자녀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일은 책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치유의 동기는 가정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결핍은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 생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내의 사랑은 내 생존 에너지를 변화 에너지로 바꿔줬다. 결핍된 사람에게는 더 강한 의지 보다 '사랑'이 필요하다. 그동안 내 에너지는 억압하고 숨기는 데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데 집중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결혼이다. 결혼은 일찍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 전에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않아서 망설였다. 인격도 준비되지 못했고 돈도 너무 없었다. 결혼해보니 이 모든 건 상관없었다.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했어도 일찍 결혼할수록 빨리 변화될 수 있다. 가정이라는 집을 세울 때 내면을 먼저 튼튼하게 세우면 건물은 금방 올라간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자기중심성은 의지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혼이 주는 시스템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자기 중심으로 살면 결혼생활이 힘들어 진다. 결혼은 상대에게 베푼 배려가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주는 기쁨을 배우는 곳이 결혼이다. 아내는 대단한 사람이다. 아내는 나를 잘 고쳐쓰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철저한 자기 이해는 최고의 경쟁력이다. 결혼 후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을 잘 통과한다면 메타인지를 얻게 된다. 내가 느끼기에 결혼 전보다 개인 시간도 줄고 아이를 키우며 느리게 사는 것 같지만 갖출 수 없는 스펙을 얻었다. 오히려 시간이 부족한데 읽은 책은 더 많아졌다. 나만이 쓸 수 있는 내러티브 자본도 생겼다. 가정을 지키려는 강력한 책임감이 게으름을 이기게 해주었다.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런 의미에서 결혼은 손실 없는 투자, 나를 ‘우상향’하게 만든 최고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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