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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Feb 14. 2022

부부싸움 패턴 찾기

상호 의존증

이제 결혼생활 6년 차. 아내와 9개월 연애하고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 우리는 서로에 대 '확신'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는 모습보다 모르는 면이 더 많았다. 너무 쉽게 결정한 걸까? 역시 사람의 느낌은 완전하지 않다. 사람을 볼 때 느낌 보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연애할 때 아내가 느꼈던 내 장점은 결혼 후 단점이 되었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는 연애할 때 정말 섬세했지. 차를 타고 운전할 때 내가 더워지려 하면 먼저 에어컨 틀어주고, 추워하면 서둘러 에어컨을 꺼줬어.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면 소리를 키워줬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여보가 나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 예민해서 먼저 반응했던 것 같아.(ㅎㅎㅎ)"


나의 섬세함의 정체는 예민함이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은 정말 사랑이 아니었다. 우리는 결혼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대화의 단절을 느꼈다. 너무 달랐다. 사랑의 언어도 달랐고 입맛은 기본이고, 돈을 모으는 법도 쓰는 법도 달랐다. 우리는 너무 달라서 자주 싸운다고 생각했다.

다툴 때의 우리 감정은 강렬했다.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안 싸우고 싶었는데. 부모 문제를 아이가 같이 책임지게 하는 것이 싫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웠을 때 각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대화하기로 했다.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나는 여보랑 싸우면 화해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져 버려.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

"아 그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왜 나를 인정하지 않지? 내가 이만큼 희생했는데? 내가 여보한테 베푼 희생과 헌신을 알아주지 않는 게 너무 억울해. 인정받고 싶고."


그동안 서로 자신의 감정만 표현하기 바빴다. 상대방이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정말 몰랐다. 생각해보니 배우자에 느는 감정이 아니었다.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감정이었다. 우리 자주 다퉈도 서로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다.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도 느꼈다. '아. 우리는 서로 미워하는 감정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자기 자신의 감정 때문에 점점 지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의 문제의 핵심은 짧은 연애가 아니라 '의존적인 관계'였다. 즉 '상호 의존증'이다.

상호 의존증: 정체성 상실(loss of identity),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는 포기한 채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상태
-존 브래드 쇼,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 p.32-


의존적인 관계가 문제였다. 아내와 나의 어린 시절은 공통점이 많았다. 정당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구를 수용받은 경험이 부족했다. 사랑받기 위해 부모님께 맞추며 살아야 했고, 부모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로 단단한 자아의 기반 형성되기 어려웠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감정과 욕구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의 문제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감정은 언제나 외부로부터 결정되는 것이라고 일찍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안에 있던 '잘못된 믿음'을 찾았다.

배우자가 나보다 더 나를 잘 사랑해줄 것이라는 믿음


무의식 중 배우자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책임져줄 부모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단절되 상대가 아무리 사랑을 줘도 채워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의 감정까지 책임지려 했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본인도 힘들면서 나에게 맞지쳐갔고, 나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할 수 없는 스스로에게 좌절했다. 이것을 깨닫고 우리는 스스 로 먼저 사랑할 수 있도록 서로 돕기로 방향을 정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부부싸움의 사이클을 끊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가정에서 겪은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강렬한 마음이 있었다. 건강한 가정을 세워가고 싶은 목표가 동일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내가 변할 수 있도록 먼저 5년을 이끌어줬다.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아내의 수용이었다. 내 부족함을 그대로 수용해주는 모습을 보며 낯설지만 따뜻한 경험을 했다. 만약 내 살던 대로 살았다면 아내는 나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수 천 번하고서야 이제는 '고맙다'는 말로 바뀌고 있다. 결혼생활 6년 차가 되며 이제는 각자 자신의 내면 아이 책임지며 행복을 찾고있다.



[생존책방의 내면아이 셀프치유 TIP] :

1. 부부싸움이 반복된다면 감정이 가라앉고 싸울 때 당시의 감정을 표현해보기
2.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표현해보기
3. 부부 안에 있는 '잘못된 믿음' 찾기
(예 1: 배우자가 나보다 더 나를 잘 돌봐줄 거야.
 예 2: 배우자의 감정에는 내가 책임이 있어. 나 때문이야.)
4. 각자 자신을 돌보며 사랑할 수 있도록 서로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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