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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책방 Apr 25. 2022

육아 죄책감은 사실 '자기 위로'다

죄책감이 결론이면 안 변하겠다는 뜻이다

아빠가 미안해.


차라리 화를 내지 말든지. 화낼 때는 언제고 마무리는 항상 죄책감이다. 육아하며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다. 아이는 성인이 되기까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기다려주고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 부모 역할인데, 나는 왜 아이에게 엄격한 교관이 되었을까? 그동안 6살 된 첫째 딸을 유독 까다로운 기질이라고, 밉살스럽게 생각했다. 문제는 딸에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의 욕구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양육태도가 문제였다.


아이 행동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해야지." 의무적이고 질책하는 언어를 자주 썼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얼굴은 미간이 한껏 찌푸린 채로 경멸과 신경질 가득한 눈빛이었다. 아이가 몸이 피곤해서 징징대면 아빠니까 도와주면 되는데 아이의 칭얼대는 소리는 내 인내심의 한계를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징징 소리에 예민함 수치는 1에서 10까지 훅 올라가버린다.


낮에는 '분노', 밤에는 '죄책감'


육아하며 느끼는 핵심 감정을 살펴보니 낮에는 분노, 밤에는 자책이다. 화를 내고 후련한 것도 아니다. 웅크리고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미안해서 낯부끄러워진다. 아이가 크면 좀 괜찮아질 거라고,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게 괜찮아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육아 책을 읽던 중 '죄책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죄책감은 '자기 위안'이다."
-윤유상, <엄마심리수업>, p.174-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나는 아이에게 미안한데 죄책감이 나 편하자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엄마심리수업>의 저자 '윤유상'은 '의식'으로 부모가 죄책감을 느끼지만 '무의식'은 사실 편하게 느낀다는 것을 지적한다. 죄책감이 위안이 되는 과정을 내 말로 다시 정리해봤다.


1. 아이에게 문제 행동을 느낀다.
2. 아이에게 화내고 죄책감을 느낀다.
3. 시간이 지나 부모는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느낀다.
4. 자신에게 벌을 주고(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죄책감으로 끝나면 변하지 않겠다는 뜻


'아.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 죄책감에서 끝나면 자기 마음 달래는 이기적인 부모일 뿐이라는 것이다. 죄책감은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필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변화가 빠진 죄책감은 고집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태도는 죄책감은 느끼면서 정작 아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태도다. 쉽게 말해 안 변하겠다는 뜻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마음을 돌볼 줄 모르는 아빠는 아이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다. 겉으로는 아이를 중요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감정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말 중요한 '내 자신을 돌보는 일'을 가장 맨 뒤로 미뤄놓고 살았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면 부모가 자신을 스스로 사랑해야 한다. 딸 아이와의 관계를 위해 나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기를 미룰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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