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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un 10. 2019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법

이직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이직할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다. ‘이번에는 꼭 오래 다녀야지’이다. 어느 회사에 입사하든 가능한 한 오래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갖는다. 오래 다녀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회사라는 곳에는 암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암초 중에는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게 있다. 가령 상사의 꼬장, 업무 실수 등이다. 그런 암초는 피하기 쉽다. 대응할 방법이 있다. 감지할 수는 있지만, 피하기 쉽지 않은 암초도 있다. 꼬인 인간관계, 과도한 업무,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 데도 피하기 쉽지 않다.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암초다. 이런 암초에 걸리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가라앉거나 폭포수같이 밀려드는 물을 밖으로 죽어라 퍼내게 된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그러다 지치면 끝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암초에 제대로 걸렸었다. 암초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게 뻔히 보였는데도 피하지 못했다. 암초에 걸렸을 때 온 힘을 다해 물을 퍼냈지만, 결국 가라앉고 말았다. 내가 걸린 암초는 상사의 잘못된 업무 지시와 직원들 사이에서의 왕따였다. 두 암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회사를 나오고 말았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상사가 잘못된 업무 지시로 업무에 문제가 생겼다. 말로는 자신이 업무 지시를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이고, 자신이 리더이기에 책임지겠다고 하더니 결국 내게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여초 회사여서, 자기들이 왕따시킨 직원을 챙겼더니 나도 왕따가 되고 말았다. 나를 왕따시킨 직원들은 상사에게 나에 대한 온갖 음해했고, 결국 두 암초를 벗어나지 못한 채 가라앉고 말았다. 오래 다녀야겠다는 바람이 그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누구나 새 회사에 입사하면 오래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할 것이다. ‘조금만 다니고 이직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도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다짐대로 오래 다니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나 다짐을 이루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회사를 가늘고 길게 다니는 게 좋을까? 가늘고 짧게 다니는 게 좋을까? 아니면 굵고 길게 다니는 게 좋을까? 굵고 짧게 다니는 게 좋을까? 여기서 가늘고 굵게라는 말은 업무 능력과 인간관계를 말한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인간관계가 엉망이면 가늘게인 것이고, 그 반대면 굵은 것이다. 물음에 대한 답은 연봉과 복지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런 건 고려치 않고 단순하게 답했을 때는 물론 굵고 길게 가는 게 좋다. 그게 아니라면 굵고 짧게 다니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직하는 게 그다음 답이 될 것이다.

굳이 입사하는 모든 회사를 굵고 길게 다닐 필요는 없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굵기와 길이를 조절하면 되지만, 어쨌든 굵고 길게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다시 말해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법이 있을까?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이 천차만별이라서 모든 회사를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어떤 회서에서든 어느 정도 통하는 방법은 있다.




회사에서 오래 버티려면,

1. 맡은 일을 열심히 잘해야 한다. 업무 능력은 밑바탕에 깔고 가야 한다. 일을 건성으로 하거나 못 하면 답이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장의 친인척, 낙하산이 아닌 이상 일을 못 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낙하산에다 일도 못 하면 직원들이 무시하고 따르지 않겠지만, 사장 친인척이라는 막강한 어드밴티지가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 자리보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낙하산이 아니고서야 일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잘할 필요는 없다. 너무 잘하면 자칫 나이아가라 폭포수와 같이 일감을 무한정받게 될 수도 있다. 욕 안 먹을 정도로만 적당히 하면 된다.

2. 상사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업무 능력이 넘사벽이 아닌 이상 상사 말은 잘 들어야 한다. 업무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면 상사와 어느 정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업무 능력이 보통이거나 평균보다 떨어지면 필히 상사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반항하다가 찍히면 안 된다. 상사에게 찍히면 오래가기 힘들다. 무한 갈굼과 과도한 업무 지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아첨할 필요는 없지만, 비위를 잘 맞추며 상사의 말을 잘 듣는 게 나의 안녕을 위해 좋다. 다르게 말해서 상사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3. 공기와 같이 지내야 한다. 너무 튀면 안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겸양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톡톡 튀는 것과 끼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하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마치 공기와 같이 동료들, 그리고 상황에 잘 어울려야 한다. 너무 앞에 나서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뒤로 빼도 안 된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할 때 함께 하고, 하지 않을 때 하지 말아야 한다. 동료들에게 묻어가야 한다.

4.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해야 한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자기 계발을 하면 좋다. 그렇지 않더라도 업무와 간접적으로라도 관련 있는 자기 계발을 하는 게 좋다.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대신 몰래 해야 한다. 대놓고 하면 견제당할 수도 있다.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자칫 뒤처질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계발을 하기 마련이니까. 다들 몰래 말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남들도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다고 착각한 채 자기 계발을 하지 않으면 몇 년이 지나 남들보다 저만큼 뒤처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때는 늦었다.

5. 이 외에 ‘동료들과도 관계를 잘 맺어야 하고’, ‘동료 뒷담화는 최대한 자제하고’, ‘인상을 쓰는 것보다 적당히 밝게 웃으며 다니는’ 등의 방법이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최소 30년 근무가 목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와 여러 조건이 잘 맞아서 30년을 목표로 삼았다. 말이 30년이지, 3년 다니기도 힘든 게 회사다. 물론 3년, 5년, 10년도 넘게 한 회사에 잘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30년을 목표라 한 이유는 그만큼 지금 다니는 회사가 여러모로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도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우려면 자주 이직하는 것보다 한 회사에 안정적으로 쭉 다니는 게 좋다.

과연 바람이 이루어질까? 다니다가 어떤 암초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전 직장에서 만났던 암초를 다시 만나지 않을 것 같다. 그 암초 말고 다른 어떤 암초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모두 무사히 피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암초를 그때그때 잘 피하고 목표치를 채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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