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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Sep 03. 2019

회사가 잘 되면 월급 올려 주겠다는 거짓말

지인의 지인 : “지금 다니는 회사에 계신 분이 독립하려고 하는데, 나보고 같이 나가재요. 독립하면 작은 회사지만, 회사가 커지면 잘 챙겨 주겠다고 하네요. 따라 갈지 고민이에요.”


지인 : “야, 가지 마. 챙겨 주기는 무슨. 말이 쉽지 대부분 안 챙겨 줘. 너 가면 밑바닥에서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못 얻어.”

지인을 만나 대화하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일부러 엿들으려던 건 아닌데, 통화 내용이 들려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지인의 조언에 크게 공감이 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사장의 입에 발린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사장은, 당신 어려울 때야 직원들 도움이 필요하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니 헛공약을 남발한다. 회사가 잘 되면 월급을 올려 준다는 둥, 온갖 입에 발린 말로 직원을 꼬셔서 발목을 잡는다. 그 말에 속거나 안타까워서 도와준 후, 회사가 안정되면? 그걸로 끝이다. 회사가 안정되더라도 직원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왜? 사장들은 욕심쟁이니까. 자기 몫을 직원에게 조금이라도 떼어 주는 것을 매우 아까워하는 존재니까. 조금이라도 나눠 주면 자기 전재산을 날리는 것 같이 벌벌 떠는 존재니까.




경험상 회사가 잘 되면 여러 가지로 꼭 챙겨 주겠다고 말하는 사장 치고, 그 말을 지키는 경우는 별로 못 봤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했던 회사 사장도 그랬다.

그 회사는 전자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이었다. 그 회사 사장은 늘 앓는 소리를 냈다. 매출이 좋지 않다고 말이다. 어찌나 앓는 소리를 내던지, 회사가 당장 망할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회사가 잘 되면 월급 올려주겠다는 말을 선거 공약처럼 내세웠다. 하지만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처럼, 회사 매출이 계속 올라가고 있었음에도 올려주기는커녕 앓는 소리가 더 심해졌다. 대부분의 직원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일했는데, 사장과 경리 업무를 보던 사모는 각자 외제차를 끌었다. 그런 상황에 직원들의 실망 혹은 분노하고 그만두는 직원이 속출했다. 생산라인 직원이 수시로 바뀌었다. 과장, 부장 등 중간 관리자들도 급여가 너무 낮아서 불만이었으니 말 다 한 게 아닌가. 직원이 바뀌거나 말거나, 직원들 급여가 낮거나 말거나 사장은 직원 처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매출만 신경 썼다. 매출이 늘어야 자기 몫이 늘어나니까.

급여만 좋지 않은 게 아니었다. 처우 또한 마찬가지. 주 5일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토요일 오전까지 기본 근무하고, 오후 퇴근은 당연했다. 게다가 매일 야근에 일요일 특근도 밥 먹듯이 했는데, 연차가 없어서 한 달에 쉬는 날이 손에 꼽았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개선해주겠다더니, 내가 퇴사할 때까지 월급이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 처우도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퇴사하고 몇 년 후에 후배가 그 회사에 들어갔는데... 후배를 통해 소식을 들어보니 내가 있었을 때와 비교해서 나아진 게 전혀 없었다. 그 회사는 내게, 역시 사장은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을 처음 심어 주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 사장뿐이랴. 예비 사장, 필시 지인의 지인에게 제안했던 직장 동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지인이 일을 잘하니 끌어가기 위해 당장은 그럴듯한 공약을 내거는 것일 테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 두 말할 것도 없고, 좋아져도 그 지인의 처우를 크게 개선해 주지는 않을 확률이 크다. 그것이 사장들의 전형적인 특성이니까. 굳이 사장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어쨌거나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잘 챙겨주겠다는 사장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물론 모든 사장이 거짓말쟁이는 아닐 것이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잘 챙겨주는 사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사장의 경우에는 떡잎부터 다르다. 회사 사정과 상관없이 직원들을 챙겨준다. 알아서 월급을 신경 써주고, 처우를 개선해 준다. 한 번에 전부 바꿔 주지는 못해도,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그리고 직원들이 말하기 전에 먼저 행동한다. 아니면 직원들이 건의하면 귀담아듣는다.




일반적으로 감언이설을 현란하게 구사하는 사람 치고 속 이 꽉 찬 사람은 없다. 보통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사람은 실속이 없다. 그런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만 즐겨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준이나 거짓을 감추기 위해 화려하게 말하는 것이다. 말을 화려하게 해야 실속 없는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으니 더욱 그럴듯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장들이 헛공약을 남발하는 이유는 그럴 의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챙겨 줄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 마음을 속이기 위해 헛공약을 부르짖는 것이다. 그래야 혹할 테니까. 혹하게 해야 사람을 잡아둘 수 있으니까. 희망고문을 시켜야 기대 심리로 참고 일할 테니까. 보통 사장들은 많은 사람을 대해서 사람의 심리를 잘 알 것이다. 어떻게 해야 속이고 부릴 수 있는지 아니까, 사람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일 게다. 사장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파렴치하고, 악하다. 아니 파렴치하고 악해야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피노키오가 실존한다면, 수많은 사장들이 길어진 코를 담을 주머니를 얼굴에 달고 다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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