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 솔로의 신혼일기 #35

결혼은 남자가 추진해야한다?

by 인생짓는남자

정말 신기한 일이 있다. 여자가 결혼을 밀어붙이면 결과가 좋지 않고, 남자가 추진했을 때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가 결혼을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에 골인하지는 않는다. 남자가 결혼을 추진해도 틀어질 수 있고, 틀어진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보편화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주위에 결혼한 커플을 보면 거진 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결혼에 대해 같은 같은 얘기를 한다. “결혼은 남자가 추진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걸 보면 남자가 결혼을 추진했을 때 잘 될 확률이 높은 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도 내가 추진한 경우다.




아내와 결혼하고 싶어서 사귄 지 한 달이 넘었을 때 조심스레 결혼 얘기를 꺼냈다. 노골적으로 “우리 결혼하자” 이런 말을 한 건 아니다. 결혼하고 싶을 때 절대 그런 말 먼저 꺼내면 안 된다! 그럼 탈 난다. 결혼 얘기를 하고 싶으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결혼 얘기를 꺼내면 안 된다. 안 그럼 상대가 부담스러워한다. 상대가 결혼할 마음이 없거나 결혼에 대해 아직 별 생각이 없는데 결혼 얘기를 하면 ‘흥’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부담을 느껴 결혼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다. 그러니 ‘시나브로’ 세뇌시켜야 한다.

먼저 상대도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나와 결혼하든 다른 사람과 결혼하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누가 됐든 결혼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면 세뇌 작전은 아무 소용없다. 그러니 일단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속도위반을 했다. 그 속도위반(?) 말고 다른 속도위반 말이다.

결혼 의향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데,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서 아내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는 작업과 세뇌시키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만약 두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아내가 결혼을 갈망하는 마음이 들게 해야겠다고 계획을 짰다.

내가 택한 전략은 ‘가랑비에 옷 적시기’다. 아내에게 결혼 얘기를 시시때때로 그리고 은근슬쩍 꺼내는 전략을 취했다. 아내와 데이트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결혼해서 퇴근 후에 이런 거 해 먹으면 맛있겠다”라고 말거나 공원에서 산책할 때 “결혼하고 퇴근 후에 이렇게 공원을 함께 걸으면 운동도 되고, 함께하는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좋겠다”는 등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서 결혼에 대한 나의 바람을 내비쳤다. 이 작전이 통했을까? 애석하게도 통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에게 속았다! 깜빡 속았다!!! 아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가 위에 작전을 펼치기 위해 멘트를 날리면 아내가 적절하게 맞장구쳤다.

나 : “결혼해서 퇴근 후에 이런 거 해 먹으면 맛있겠다.”
아내 : “그러게. 퇴근해서 같이 이거 이거 해 먹으면 맞있겠네.”

나 : “결혼하고 퇴근 후에 이렇게 공원을 함께 걸으면 운동도 되고, 함께하는 시간도 보낼 수 있어서 좋겠다.”
아내 : “맞아. 퇴근하고 둘이 산책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아내의 이 반응에 ‘그녀도 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나 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하는 법.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기로 했다. 그 작전을 몇 번 더 펼쳤고, 아내의 연이은 맞장구에 확신했다.


‘나와 결혼하고 싶은 게 분명해!’


확신이 서자 즉시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아예 노골적으로 결혼 얘기를 했다.

“나 자기랑 결혼하고 싶어.”
“빨리 결혼하고 싶다.”
“우리 언제 결혼하지?”

신나서 무슨 얘기를 하든 ‘결혼’이라는 말을 자동 반사로 내뱉었다. 역시 아내도 나와 결혼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내 말에 아무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결혼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나와 결혼할 마음이 있어서 내 말에 맞장구친 게 아니었다. 누군가와 언젠간 결혼한 후에 그런 시간과 순간들을 가지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결혼에 대한 바람을 나눈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아내도 그저 결혼에 대한 바람을 얘기한 것뿐이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진실은 까맣게 모른 채 마냥 신나서 결혼을 진행시켰다. 완전히 오해하고, 제대로 밀어붙였다! 아무렴 어떤가~ 결혼했으면 됐지.

어쨌든 나는 정말 열정을 다해 결혼을 밀어붙였다. 내 인생에서 열과 성을 다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오죽했으면 부모님이 아내에게 이런 말씀까지 하셨을까.


“내 아들이 아닌 줄 알았다. 아들이 그런 모습 처음 봤다.”


정말 그랬다. 나도 태어나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그리 열정을 다해 추진력을 발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얼마나 밀어붙였는지,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한 말이 있다. 그때는 결혼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이 없었다고 말이다. 내가 워낙 밀어붙여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떠밀려 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결혼을 후회한다는 건 아니고. 아무튼 내가 불도저 같이 밀어붙인 덕에 우리는 만난 지 8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만약 내성적인 내 성격대로 쭈뼜대고 미적댔으면 결혼 못하고 헤어졌거나 더 늦게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밀어붙인 게 역효과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희한하게도 보통은 남자가 결혼을 추진해야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성향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성향이라는 게 성별을 떠나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래서 이런 거다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주위를 봤을 때 결과가 비슷한 걸 보면 뭔가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 뭔가는 남녀 성향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자는 대개 목표 지향적이다. 남자는 목표가 있으면 장애물이 있어도 어떻게든 뚫고 나간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쭉쭉 밀고 나간다. 남자는 결혼이라는 목표가 정해지면 저돌적이게 된다. ‘결혼에 제대로 꽂히면’ 골인하기 위해 막 달린다. 양가 신경 안 쓴다. 둘만 신경 쓴다. 어떻게든 날짜 잡고 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밀어붙인다. 그만큼 남자는 추진력이 있지만 동시에 시야가 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사야가 넓다. 여자는 결혼이라는 목표가 정해면 결혼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신경 쓴다. 식장, 집, 혼수 등 여러 절차를 하나하나 살핀다. 동시에 양가 어른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배려한다. 그러니 결혼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모든 남녀가 이렇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남녀가 이런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남자가 결혼을 추진했을 때 잘 되는 걸 많이 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커플들에게 “남자가 결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주위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고, 왜 그런지 신기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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