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꼬부부의 조건
대중에게 알려진 부부 중에 잉꼬부부는 많지, 않다. 대중에게 알려진 부부라고 해봐야 연예인 부부인데, 소문난 잉꼬부부는 최수봉/하희라, 차인표/신애라, 션/정혜영 부부 정도다. 잉꼬부부인 척하는 쇼윈도 잉꼬부부와 알려지지 않은 잉꼬부부까지 세면 좀 더 있겠지만, 확실히 검증되고 널리 알려진 잉꼬부부는 손에 꼽는다.
잉꼬부부가 많지 않은 이유는 잉꼬부부 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 부부관계를 유지하기는 쉽다.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간섭하지 않고, 서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만 하는 부부가 되기는 비교적 쉽다. 하지만 누구나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되기는 정말 정말 어렵다.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웬만한 희생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연애 중인 커플이나 예비부부 혹은 부부들은 잉꼬부부를 부러워 하기 마련이다. 연애 중인 커플이나 예비부부는 나중에 결혼하면 그런 부부 관계를 이루고 싶을 것이고, 사이가 좋지 않거나 그저 그런 부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과를 부러워하기만 할 뿐 과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거저 얻으려고만 한다. 잉꼬부부들은 거저 그렇게 됐겠는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잉꼬부부가 그렇게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희생했음을, 그것은 현재 진행형일 것이라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이것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면 절대 잉꼬커플이나 부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잉꼬부부냐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이지”라고. 우리 부부는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연애 때는 잉꼬커플이었고 지금은 잉꼬부부다. 잉꼬부부라 할 만한 특징은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 근자감 아니냐고? 근자감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꼭 그렇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게, 솔로들이 우리 집만 놀러 왔다 가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정도면 근자감은 아니지 않나?
생각해보니 신기하다. 우리 부부가 소문난 잉꼬부부들처럼 사람들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하하, 호호” 웃거나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아내 앞에서는 철없는 어린애처럼 펄쩍펄쩍 날뛰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죽을 고비가 찾아와도 절대 뛰지 않는 사대부 양반이 된다. 사람들 앞에서 아내에게 살갑게 말하기는커녕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 집만 왔다 가면 결혼하고 싶다고 난리다. 왜 그런지 도통 모르겠다.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하다. 아내는 사람들에게 내가 집안일을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정말 부지런히 설명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출근하고, 7시(이직하기 전에는 빨라야 8시 반)에 집에 돌아와서 내가 빨래하고 널고, 함께 저녁 차리고 설거지는 내가 하고, 평소에 집 청소와 화장실 청소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 및 내다 버리는 걸 내가 한다고 말할 뿐이다. 아내는 자신이 하는 건 밥과 반찬뿐이라고 말한다. 아, 몇 개 더 있다. 아들을 낳은 후에는 아들 빨래도 내가 하고, 목욕은 함께시키고, 똥 싸면 닦아주는 것과 모유 수유 후 트림은 내가 시킨다. 이게 전부다. 아내가 사람들에게 우리 부부에 대해 말해주는 건 이것뿐이다. 자랑하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궁금해할 때에만 이렇게 대답해 줄 뿐이다. 이 사실을 듣고 부러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부러워할 만한 건지,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우리 부부의 모습에 특별한 게 일도 없는데, 다른 부부의 모습과 다를 게 전혀 없는데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부러움을 느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잉꼬부부는 처음부터 잉꼬부부였겠나. 물론 어떤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별다른 노력 없이 꿀이 뚝뚝 떨어지고, 결혼 후에는 더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 평생 한 번도 안 싸우고, 케미도 척척 잘 맞는 커플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커플이 얼마나 될까. 극소수다. 그들은 연구 대상이다.
그런 커플은 절대 부러워하면 안 된다. 아예 시작부터 다르니까.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그런 커플을 따라 하려고 하면 탈 난다. 무작정 따라 하면 서로 저쪽 배우자와 내 배우자를 비교하게 된다. 처음에는 좋게 말해도 어느 순간 ‘저 사람은 이런데 이 사람은 왜 이러지’ 자신의 욕심이 투영된 비교, 자신은 누릴 수 없는 그 비현실적인 상황에 자꾸만 화가 나고 화가 나니 더욱 비교하게 된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다시 어느 순간 잔소리와 타박을 하게 된다. 과정은 건너뛰고 단번에 결과를 얻으려는 욕심에 말이다. 욕심꾸러기.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잉꼬부부를 롤모델로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자신을 조금씩 고치는 게 먼저다. 그다음에 - 그렇다고 앞에 것이 완료된 다음에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항상, 무조건 앞에 것을 선행하고 언제나, 느리 앞에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 아니 동시에 서로를 대하는 법을 새롭게 배워나가야 한다. 자신이 상대에게 바라는 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자신이 무엇을 고쳤으면 하는지 물어야 한다. 여기서, 상대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기란 생명을 맞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니까. 상대에게 바라는 바를 전달하되 다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서운해하거나 그걸로 꼬투리 잡지 말아야 한다. 또한 서로 고치겠다고 한 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 대신 그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상대에게는 차분히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우선 서로 진솔하게 대화해야 하고, 상대의 말에 끝까지 귀 기울어야 한다. 즉 속 깊고 인격적인 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과 노력이 반복될수록 잉꼬부부에 가까워질 것이다.
잉꼬부부로 소문났던 어느 부부의 파경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부부란 그런 것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많은 결혼 선배들이 있을 때 잘하라고 말한다. 관계에 문제없을 때 더 주의해야 한다. 더 열심히, 더 신경 써서 관계를 가꿔야 한다. 연애할 때보다 상대를 더 바라보고, 더 관심 가져 주어야 한다. (주로 남자가 그렇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다 잡은 물고기라고 방심하거나 무관심한 순간, 관계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향하게 된다.
‘법적 울타리가 있으니 괜찮겠지’
법적 울타리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그것은 부부 관계를 영구히 보호해 주지 않는다. 결코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다. 언제든 손쉽게 뚫고 나갈 수 있는 지푸라기 담일 뿐이다. 법적 울타리는 관계가 좋을 때만 효력을 발휘한다.
부부 관계를 가장 완벽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건 오로지 ‘사랑’이다. 그 사랑에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희생’이 담겨 있다. 그러한 사랑 없이는 결코 부부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없다. 사랑 없이는 잉꼬부부가 결단코 될 수 없다.
우리 부부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다른 글만 잔뜩 썼다. 아무렴 어떠랴. 마무리만 좋으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