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이지만 충분히 잘살고 있습니다 #27
내향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혜택이다. 인생의 필수조건이다. 내향인은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성장하니까.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신을 발전시킨다. 그래서 내향인은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어떻게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든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나 홀로 있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고, 세상 편안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정신과 육체의 쉼을 누릴 수 있으며,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혼자 방에 앉아서 미뤘던 일을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쓴다. 때론 멍하니 있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내게 혼자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가장 가깝고, 반가운 친구다.
다른 사람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외향인이 말이다. 외향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쩔 줄 몰라하고, 답답해하니까. 당연히 이해 못할 수밖에 없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고등학교 때 이런 적이 있다. 방학이 되면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방 밖을 나가지 않았다. 집 밖이 아니라, 방 밖을 말이다. 용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가거나 세 끼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실에 조차 머물지 않았다. 방학 내내 방 안에만 틀어 박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덕후 기질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덕후 기질은 없다. 방에 틀어박혀 밤낮을 가리지 않고 PC게임을 했다거나 애니메이션에 빠져든 게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내 말고는 무언가에 빠져본 적이 없다. 그저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빈둥거린 게 전부다. 시간 낭비를 한 셈이지만, 어쨌든 나는 혼자 있던 그 시간이 좋았다. 나름 그 시간을 즐기고 누렸다.
내형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게 아니다. 의도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든다. 혼자 있는 게 굉장히 익숙하고, 편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인생이 각박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내향인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혜택이다. 인생의 필수조건이다. 내향인은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성장한다.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신을 발전시킨다. 그래서 내향인은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어떻게든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든다.
이런 내향인을 외향인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외향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반기지 않을 테니까. 외향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다. 외향인도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하지만 내향인 만큼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외향인은 혼자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니까.
반면 내향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빼앗긴다. 물론 친한 사람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에너지를 빼앗기는 건 마찬가지다. 친한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 에너지를 빼앗기는 걸 감내한다. 하지만 에너지를 빼앗겼기 때문에 반드시 집에 돌아와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빼앗긴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그리고 내향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다. 생각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물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장점은 있다. 내가 못 보고 경험하지 못한 걸 간접적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다.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잘못된 생각을 바르게 전환하고, 좁은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 중에는 그런 장점을 뇌 속에 데이터화할 수 없다. 상대방의 대화를 계속 들어야 하니까. 경청하는 동안은 이무런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내향인은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머릿속을 정리해야 한다. 대화 중에 얻은 정보와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서 나만의 데이터로 뇌 속에 저장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고등학교 때는 어려서 혼자 있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긴다. 앞서 말했듯이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킨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 외에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말렸던 일들을 처리한다. 때론 멍을 때리며 머릿속을 힐링한다.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아기와 놀아주어야 하는 지금,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휴가나 다름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홑몸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몇 달에 하루 얻을까 말까한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얻으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아껴 쓰고 누린다. 그 시간 동안 더 나은 인생을 의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크나큰 혜택이자 인생의 보너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