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 깨달은 인간관계
손절매 :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할 가능성이 없거나 현재보다 더욱 하락할 것이 예상되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파는 것을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시사경제용어사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친했던 사람과 관계가 틀어질 때가 있다. 계속 친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생각과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 일부러 관계를 틀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작은 일로 오해가 생기고, 오해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그걸 해소하지 못하면 틀어지게 된다.
중학교 때 일이다. 집에도 놀러 갈 정도로 친한 친구가 있었다. 짝꿍이기도 해서 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교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교실에 들이닥쳐서 곧장 나에게 오더니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섬광처럼 날려든 주먹에 맞아 피할 겨를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그 녀석이 나를 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기에 당황하여 계속 맞기만 했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실컷 때리더니 욕을 하며 가버렸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후 물어보려 했지만, 물어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 친구와 손절을 했다. 사실은 그 녀석에게 손절을 당한 것이지만.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손절매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주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이미 발생한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야 한다. 손절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이 발생하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내 투자금이 점점 녹아버리게 된다.
손절을 하게 되면 가슴이 아프다. 손절은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화난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소중한 나의 자산을 바닥에 버려야 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손절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손절을 하지 않으면 손해가 커진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한다. 그저 내 돈이 녹아내리는 걸 애타는 심정으로 지켜보며 하늘에 기도한다. '주가야, 제발 올라라!'하고 말이다.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
유명한 주식 격언 중 하나다. 주가가 오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추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주린이가 그렇게 하는데, 좋지 못한 매매 방식이다. 매수 타점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들어가면 나올 시점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놀란 가슴에 무작정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된다. 계획적인 손절이 아니라, 무지성 매도를 한다. 뇌동매매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식을 매수할 때는 매수 타점을 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매수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뇌동매매로 매수를 하면 주가 움직임에 시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으니 대응도 아무 생각 없이 하게 된다. 최악의 매매법이다.
매수보다 중요한 게 매도다. 아무리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타이밍에 매수를 했어도 적절한 시점에 매도하지 못하면 소위 말하는, 물리게 된다. 물리면 골치가 아프다. 우량주에 물리면 차라리 낫다. 하지만 잡주에 물리면 정말 까마득하다.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우량주든 잡주든 한 번 물리면 물타기가 필수다. 물타기를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익절로 나오느냐 손절로 나오느냐가 판가름 난다. 물을 잘못 타면 손절을 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에 손절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손절만 잘하면 크게 물리지 않고, 큰 손실 없이 빠져나올 수 있다. 그래서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손절을 반기는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거나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런 사람은 빨리 손절하는 게 좋으니까. 손해를 끼치는 사람은 더 큰 손해를 입기 전에 손절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나 연인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손절을 피하고 싶다. 아니 손절을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이나 하겠는가. 영원히 함께할 거라 믿는 사이인데. 살다 보면 가까운 사람과 눈물을 머금고 손절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손해를 보고 있는 주식 종목을 손절하듯, 매도 타이밍을 살펴 적시에 손절해야 한다.
손절을 피할 방법이 있을까? 없다. 애초에 영원한 관계는 없으니까. 드물긴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도 손절을 하게 되는데 하물며 남남은 말해 뭐할까. 그러니 우리는 손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 사람을 만나고 저 사람을 만나다가 이 사람과 멀어지고 저 사람과도 멀어지는 게 인간관계다. 인간관계에서 만남과 헤어짐은 필연적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와 헤어질 때가 되었다면 아쉬워 말고 과감하게 손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