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 깨달은 인간관계
주식 투자를 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 분석을 해야 한다.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이다. 간단히 말해서 기본적 분석은 경제, 산업,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고, 기술적 분석은 주가 차트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주식, 기업에 투자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투자 가치를 판단하려면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려면 기업이 속한 산업과 경제 그리고 정부 정책 등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기본적 분석을 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투자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주가는 살아 있다. 주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요동친다. 주가는 무척 어수선한 녀석이지만, 그렇다고 천방지축 날뛰지는 않는다. 나름의 규칙대로 움직인다. 주식 차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녀석이 어디로 튈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트레이더들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조합하여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예측에 따라 매매를 한다. 하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예측이 100% 맞지는 않는다. 예측이 맞을 때도 있지만 빗나갈 때도 있다. 여기서 하수와 고수의 차이가 드러난다.
하수는 예측에 의존하지만, 고수는 대응에 집중한다. 예측이 빗나가면 하수는 허둥지둥 손절을 하거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멘붕에 빠진다. 멘탈이 나간다. 반면 고수는 여유가 있다. 다시 차트와 기업을 분석하고,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대응을 한다.
주식 투자는 예측이 4할이요, 대응이 6할이라고 할 수 있다. 예측보다 대응이 중요하다. 차트는 살아 있어서 아무리 예측을 잘해도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트는 마치 도로와 같다.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다. 운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운전자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늘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주가 예측을 잘해도 재료에 따라 주가가 요동친다. 그렇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 보면 마찰이 생길 때가 있다. 마찰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응에 있다. 대부분의 마찰은 대응을 잘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대응은 말이 될 수도 있고 행동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상대의 심리나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상대나 나나 모두 괴로워진다. 내가 잘못했든 저 사람이 잘못했든 왜 그렇게 말을 하고 행동했는지,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을 해야 막힘없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직장 상사로 인해 괴로워하는 지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상사 비위를 맞추기 힘들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워커홀릭이다. 자신의 일에 푹 빠져 가는데, 너무 빠진 나머지 상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사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거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해야 하는데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마치 청개구리와 같다. 물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자기만의 루틴과 방식대로 업무를 처리하느라 그런 일이 벌어졌다. 신기한 건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업무 성과는 잘 내고 있었다. 업무 성과라도 내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일처리도 제대로 못했으면 상사 눈밖에 크게 났을 것이다.
"업무 보고를 하면 다음에 대화하자며 미뤄. 다음에 하긴 언제 해. 빨리 대화를 해야 내가 일을 처리하는데. 다음에 하자고 해서 며칠 뒤에 다시 물으면 그걸 왜 알아서 하지 않고 묻녜. 아니, 다음에 대화하자고 해서 기다렸다가 물었더니 왜 또 딴 소리야!"
말하자면 그와 상사는 케미가 너무 안 맞았다. 성격이 비슷해서 둘의 업무 방식이 충돌하고 있었다. 지인이 너무도 답답해하길래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황을 물었다. 그와의 대답을 통해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결책을 간단히 제시했다.
"상사의 업무 방식과 언어를 파악해야 돼. 그 사람이 다음에 대화하자고 했을 때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를 파악해봐. 그리고 다음에 대화하자고 해서 다음에 다시 물었는데 다른 소리를 하면 그냥 네 알았다고 대답해. 네가 꼬박꼬박 따져 물으니까 그런 걸 거야."
그는 주도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상사처럼 굴었다. 상사의 방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업무 성과는 잘 내고 있었지만,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니 상사와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주식이든 인간관계든 대응이 중요하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나. 이동평균선과 지지, 저항, 추세선 등을 통해 아무리 정교하게 주식 차트를 예측해도 100% 맞출 수 없는데 시시각각 변하고, 세상 어떤 기계 장치보다 복잡한 사람 속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나. 사람 마음을 100%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거나 아무에게나 사기를 쳐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을 겪고, 마음에 상처도 받는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서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과 상처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계로 인해 힘들어 하면서도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감정에 매몰되어 대응할 생각을 못하거나 화가나거나 무관심으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좋은 선택이 아니다.
주식 투자에서 차트가 내 예측대로 그려지지 않을 때 추매, 손절, 물타기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는 상대에게 가서 대화를 청하든 관계를 끊던지, 아니면 혼자 삭이던지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 대응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개선되던지, 내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