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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ug 18. 2021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 나만 아는 비밀은 없다

주식을 하다 깨달은 인간관계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


주변에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떼돈이라도 벌어다 줄 것만 같은 그 달콤한 속삭임에 귀가 살짝 펄럭여 봤을 것이다. 실상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인데도 말이다. 내 귀에 속삭여 준 지인 조차 그 정보로 돈을 벌지 못했을 확률이 크니까. 정보 전달자도 벌지 못한 돈을 건너온 정보를 받은 내가 벌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비밀이라는 말만 믿고 매수다가 돈을 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그런 정보들이 전부 다 거짓이거나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00 종목이 곧 크게 오를 거라는데 어떻게 생각해?"


직장 동료가 내게 물었다. 주식 관련 카페에서 한 종목을 추천받았는데 내가 보기에 어떠냐고 물었다. 기업 분석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신통하게도 정말 올랐다. 그것도 많이. 내게 그 정보를 알려준 동료 직원은 돈 좀 벌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후회했다. 내게 정보를 주고도 믿지 못해서 매수하지 않았으니까.


주식 시장에서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너한테만 알려주는 거야"라는 말을 타고 돌고 도는 카더라 통신은 믿을 게 못된다. 단물이 다 빠졌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나도 아는 정보는 기업 고위 임원이나 대주주 혹은 세력이 가장 먼저 안다. 그들을 정점으로 해서 아래로 하달되는 정보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단물이 점점 빠진다. 나만 아는 것 같은 정보는 내게까지 도달하는 동안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정보가 된다. 나는 파라미드 최하층부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게 전달됐을 때는 정보의 가치를 상실했을 확률이 크다.


지인이 내게 알려준 정보처럼 실효성이 남은 정보도 있겠지만, 그런 정보가 얼마나 되겠는가. 항간에 떠도는 정보 중에 체감상 그런 정보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따라서 그런 정보는 믿을 게 못 되고,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주식 투자를 하는 지인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주로 남의 이야기인데, 기사화되지 않은 연예인 이야기이거나 친한 지인 혹은 그저 알고 지내는 지인과 관련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이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듣는 사람의 흥미를 돋우니까.


비밀은 참으로 묘한 녀석이다. 비밀이란 녀석은 동네방네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한 군데 머물러 있길 싫어한다. 쓸데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기웃거린다. 내게 들어온 비밀이 나만 아는 비밀이 아닌 이유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면서 정작 본인은 왜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까? 그도 그 이야기를 전달받았을 때는 분명 같은 명령을 하달받았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의 무게가 버겁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은 순전히 입이 가벼운 거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입이 간질거려서, 참기 힘들어서 그나마 입이 무거울 것 같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임금님의 당나귀 귀를 본 신하가 아무도 못 들을 줄 알고 대나무 숲에서 외친 것과 같다. 그 사람에게는 말해도 되겠지 싶어서, 비밀을 누구에게라도 말해야 답답함이 사라질 것 같아서 말해주는 것이다.


비밀은 무거운 녀석이다. 몸무게가 어찌나 무거운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 들고 있기 힘들다. 자연히 비밀을 짊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함께 짊어지어야 가벼워지니까. 그래서 비밀은 감춰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심지어 국가 기밀문서도 50년이 지나면 공개를 한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있어도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다. 비밀이란 언젠간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라고 운을 띄우면 '나 빼고는 다 아는 이야기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흘려듣자. 비밀을 꼭 지키고야 말겠다는 쓸데없는 사명은 버리자.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미 전달했거나 나에게 말한 후에 또 다른 사람에게 말할 가능성이 크니까. 비밀은 한 번 꺼내기가 어렵지, 일단 꺼내고 나면 여기저기 퍼지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니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던져 버리자.




주식 시장에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나에게까지 들어온 장보는 모두에게 퍼진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내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가 아닌 이상 남들보다 고급 전보를 빨리 알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 내게 들어온 정보에 기대면 안 된다. 그 정보를 들고 로또에 맞은 듯 기뻐할 시간에 기업 분석을 하나라도 더 하는 게 훨씬 낫다.


어리석은 사람은 남이 준 정보를 붙들고 원칙 없이 투자하여 잃을 확률이 크다. 현명한 사람은 남이 준 정보는 던져버리고 스스로 분석해서 수익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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