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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ug 23. 2021

멘탈이 강한 사람이 이긴다

주식을 하다가 깨달은 인간관계

주식 투자에 있어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기법'과 '심법'이다. '기법'은 매매 기술을 말하고, '심법'은 멘탈을 뜻한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데에 주식 투자자들이 동의하지만, 둘 중 뭐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기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심법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관점의 차이이긴 하지만, 나는


"기법보다 심법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한다.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면 사람은 교만해진다. 내가 잘나서 잘 풀리는 거라고 착각한다. 교만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매매 기술에 균열이 생긴다. 승률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고,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실력으로 수익이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운' 때문일 수도 있다. 장세가 좋아서 어부지리로 수익을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심법이 흐트러진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슈퍼 개미들을 부러워한다. 누구나 슈퍼 개미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수백억 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시드를 굴리는 슈퍼 개미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슈퍼 개미의 트레이딩 기법을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고수의 기법을 터득하기만 하면 같은 기량을 발휘하고, 시간이 지나면 슈퍼 개미가 될 거라 확신한다. 그럴까?


주식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분명 뛰어난 기법도 필요하지만 장세도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심법이 받쳐줘야 한다. 100전 100승의 절대 비기를 가지고 있어도 - 그런 매매 기술은 없지만 - 멘탈이 무너지면 끝이다. 단 1패로 99승의 수익을 전부 날리는 게 주식 시장의 오묘한 특징이다. 그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게 주식 시장이다. 주로 심법이 무너졌을 때 그런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법 개발에만 몰두하고, 심법은 등한시한다. 심법이 부족해서 무너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기술도 요하지만, 멘탈이 그보다  중요하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 나온다"라고 하지 않나. 의외로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다. 내가 아무리 지극정성을 다해도 상대가 받아주지 않으면 가까워질  없다. 반대로 상대에게 어떤 취급을 당해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이겨낼  있다.


전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었다. 태어나서 그런 일은 처음 겪어본 터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더 황당한 건 시건의 발단이다. 나를 포함해서 직원이 5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다섯 명이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세 명이 한 명을 왕따 시켰다. 자신들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그건 표면적인 이유였고, 진짜 이유가 있었다. 나이가 제일 많은 직원과 왕따를 당하던 직원이 이전에 같은 직장에 다녔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나이 많은 직원이 사내 분위기를 장악해서 자기와 사이가 안 좋았던 직원을 왕따 시킨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네 명은 여자고, 나만 남자여서 한동안 중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왕따를 당하던 직원과는 입사 전부터 안면이 있던 터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매일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나도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다. 그 정도야 참을 수 있었다. 어쨌든 내 편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나이 많은 직원이 사장에게 알랑방귀를 뀌어서 마음을 사로잡았고, 사장을 통해 우리 둘을 업무적으로 괴롭히기까지 했다. 직원들 왕따는 참아낼 수 있었지만, 사장의 압박은 참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둘이서 그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저들의 이간질로 나와 함께 왕따를 당하던 직원이 잘리고 말았다. 함께 있을 때는 이겨낼 만했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으니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름 애를 썼지만, 노력만으로는 관계를 풀 수 없었다. 이미 틀어진 저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의 왕따를 혼자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사실 왕따를 견디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당장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평정심 유지. 말이야 쉽지, 동료 직원부터 사장까지 연합해서 왕따를 시키는데 버텨낼 제간이 있을까.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멘탈마저 나가면 무너지고 말 테니까.


솔직히 그 당시 평정심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희망의 끈이 있었다. 돈이다. 2년을 근무하면 1,600만 원이라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정부지원제도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걸 받으려면 꾹 참고 다닐 수밖에. 무조건 2년을 버텨야 했고, 버텼다. 저들에게 내가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나. 나만 없으면 자기들 세상인데. 한 명을 내쫓은 자리에 저들이 원하는 사람까지 앉혀놨으니, 저들에게 나는 암적인 존재였을 테지. 그러거나 말거나 2년을 채우고 사표를 쓰려고 했는데, 끝내 채우지 못했다. 나 역시 저들의 이간질로 잘리고 말았다. 비록 잘리긴 했지만, 나도 먼저 나간 직원의 전철을 밟을 거라고 예상했다. 당시 상황이 그랬으니까. 예상이 적중한 덕분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짐을 들고 나왔다.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아니 몹시 불쾌한 일이다. 그 막다른 골목에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정신적인 괴롭힘이야 내가 저들을 왕따 시킨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괴롭힘은 이겨내기 힘들다. 보통은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결국 멘탈 싸움이다. 왕따뿐이겠는가.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어지간한 정신적인 어려움은 멘탈을 부여잡고, 정신 승리하는 쪽이 이긴다. 멘탈이 강한 자가 이기는 싸움이다. 멘탈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멘탈을 부여잡고 있으면 웬만한 어려움도 다 이겨낼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맨탈 싸움에서 지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정신력을 괜히 강조하는 게 아니다. 정신력, 멘탈은 스포츠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식 투자는 멘탈이 전부다."


라는 말이 있다. 꾸준한 수익을 얻으려면 매매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을 철저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멘탈이 매매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 멘탈이 나가면 아무리 좋은 매매 기술이 있어도 지키기 어려우니까. 전 세계 주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투자가인 제시 리버모어가 멘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제시 리버모어는 1929년 주가 붕괴 당시 공매도로 1억 달러를 벌었다. 1억 달러는 오늘날 1조 6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는 파산을 세 번 했지만, 그 충격을 견디고 일어서서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네 번째 파산을 맞이했을 때는 일어서지 못했다. 긴 우울증세에 시달린 끝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리버모어는 추세 매매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시장의 추세를 따라 매수 혹은 공매도를 한다. 추세 매매 전략을 철저히 지키며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그가 파산을 한 건 자신의 매매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이다.


파산이라는 충격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리버모어는 파산할 때마다 재기에 성공했다. 그 밑바탕에는 매매 원칙이 있지만, 과연 그게 매매 원칙만으로 가능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재기의 큰 원동력은 심법에 -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파산과 자살을 그 증거로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수익률이 기법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매매 원칙을 철저히 지켰을 때 수익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기법을 받쳐주고 컨트롤하는 건 심법이다. 멘탈이 튼튼하지 않으면 기법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고수가 고수일 수 있는 건 매매 기법 때문이 아니다. 건강한 멘탈 덕분이다. 고수라고 해서 특별한 매매 기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고수든 주린이든 원론적으로는 비슷한 방식으로 매매한다. 고수와 주린이를 가르는 건 매매 기술이 아니라 멘탈 관리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특별한 기법만 찾아 헤맨다.


기법은 배워서 개발할 수 있지만, 심법은 그럴 수 없다. 고수가 자신의 기법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전해줄 수 없다. 기법을 컨트롤하는 심법은 전해줄 수 없다. 순전히 자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그렇기에 심법은 개발하는데 더 오래 걸리고 힘이 든다.


매매 기법은 한 번 터득하면 계속 지킬 수 있다. 심법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멘탈을 단련해도 완벽하게 단련할 수 없다. 고수라도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게 멘탈이다. 고수와 주린이의 매매 실력과 수익률 차이는 흔들리는 멘탈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느냐로 판가름 난다. 기법보다 심법이 중요한 이유다.




인간관계라고 다를까.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관계가 악화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이겨낼 수 있다. 소심하거나 성정이 약한 사람은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자기 비하를 한다. 자책하고 스스로 멘탈을 무너뜨린다. 문제를 회피한다. 그로 인해 더 괴로워한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문제의 원인 속으로 뛰어든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선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들이받거나 벌어진 관계를 봉합하기 위해 상대에게 찾아간다. 어느 쪽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멘탈만 단단히 부여잡고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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