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가 깨달은 인간관계
익절 :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주가가 상승하여 수익을 얻고 파는 것
주식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이다. 저점과 고점을 알 수 없으니 적당히 수익을 보고 빠지라는 말인데, 이 격언을 따르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고수가 아니고서야 십중팔구 물리거나 손절을 하게 된다. 괜한 욕심을 부리면, 바닥인 줄 알고 매수했는데 지옥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고 했는데, 하늘 높이 치솟다가 순식간에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이너스까지 흘러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주식 시장에서 절대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시장이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익절은 항상 옳다."
수익을 얻었으면 얼마를 얻었든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깨에서 팔았는지 머리 꼭대기에서 팔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익을 얻었으면 된 거니까. 투자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수익을 많이 거두는 게 좋다. 그러려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욕심을 부리는 자에게 기쁨을 안겨 주지 않는다.
어깨에서 팔았는데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버리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생각보다 많이 오르면 내 돈을 빼앗긴 듯 화가 치민다. 머리 꼭대기에서 팔지 못하고, 너무 빨리 나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 그동안 어깨에서 판 덕분에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최대치로 벌지 못해서 느낀 아쉬움만 기억한다. 잘못된 학습 효과로 조금씩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발바닥까지 쏟아져 내리는 게 주식이다. 욕심을 부리는 순간 내 투자 자금이 녹아내리는 걸 경험하게 된다. 돈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서 서서히 돈을 잃는다.
사람은 욕심쟁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고마운 줄 모른다.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바란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잘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잘해주던 사람이 호의를 멈추면,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 있었다. 서로 음악 코드가 맞아서 같은 음악을 듣고, 음악에 대해 종종 대화를 나눴다. 그 녀석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새 앨범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앨범을 구입할 때마다 mp3 파일로 변환해서 공유해 - 음악 파일 공유를 저작권 위반으로 인식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 주었다.
그 녀석에게 보내준 앨범만 수십 개다. 돈으로 치면 수십만 원어치. 적지 않은 금액인데 그 녀석은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형, 줄 거 더 없어요?"
나에게 맡겨 둔 게 있는 것처럼 물으니 화가 났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보내 준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녀석에게 공유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생색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런 내게 당연한 듯 손을 내밀다니, 고마운 줄 모르는 그 녀석의 태도에 화가 났을 뿐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 녀석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고마워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 태도다. 호의는 내가 잘한 게 있어서 받는 게 아니니까. 맡겨둔 걸 돌려받는 게 아니니까. 그저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베풀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가.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만족하지 않는다. 도리어 기대한다. 다음에는 뭘 해줄지 눈을 반짝거린다.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한다. 줄 때는 언제고 이제는 안 주냐며 말이다.
자기 욕심만 차리고,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틀어지고 멀어지는 게 인간관계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면, 나는 손님이고, 상대는 종업원이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상대가 나에게 서비스를 해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계속 받으려고 한다. 갑이 되어버린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이 있는 존재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존재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었는데 감사하지 않거나 더 받으려고 하면 상대는 단번에 알아차린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상대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지금까지 잘해준 게 아까워진다. 반면 진심으로 고마워하면 더 잘해주고 싶어 한다. 무엇이든 퍼주려고 한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주식 시장에 뛰어들면 돈 복사를 기대한다. 다른 투자 수단보다 쉽고 빠르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게 주식 투자니까. 사람들은 이것 하나만 생각할 줄 안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외면한다. 돈을 벌기 쉬운 만큼 잃는 것도 쉬운 게 주식 투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얼마가 되었든 수익을 봤으면 만족해야 한다. 손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해야 한다. 적은 수익에 만족하고 감사할 때 큰 수익이 돌아온다. 반면 적은 수익에 감사하지 않고 욕심을 내면 겨우 얻은 수익마저 잃고, 도리어 손실을 보는 게 주식 시장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시장이 수익을 줄 때 만족하고 감사하자. 누군가 나에게 잘해줄 때 고마워하자. 시장에서 욕망을 채우려 하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악용하려 할 때 남는 건 만족이 아니라, 후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