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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ug 31. 2021

익절 : 잘해주는 사람에게 감사하는 것

주식을 하다가 깨달은 인간관계

익절 :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주가가 상승하여 수익을 얻고 파는 것




주식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이다. 저점과 고점을 알 수 없으니 적당히 수익을 보고 빠지라는 말인데, 이 격언을 따르지 않으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고수가 아니고서야 십중팔구 물리거나 손절을 하게 된다. 괜한 욕심을 부리면, 바닥인 줄 알고 매수했는데 지옥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고 했는데, 하늘 높이 치솟다가 순식간에 흘러내리는 용암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이너스까지 흘러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주식 시장에서 절대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시장이 수익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익절은 항상 옳다."


수익을 얻었으면 얼마를 얻었든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깨에서 팔았는지 머리 꼭대기에서 팔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익을 얻었으면 된 거니까. 투자자 입장에서야 당연히 수익을 많이 거두는 게 좋다. 그러려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욕심을 부리는 자에게 기쁨을 안겨 주지 않는다.


어깨에서 팔았는데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버리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생각보다 많이 오르면 내 돈을 빼앗긴 듯 화가 치민다. 머리 꼭대기에서 팔지 못하고, 너무 빨리 나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 그동안 어깨에서 판 덕분에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최대치로 벌지 못해서 느낀 아쉬움만 기억한다. 잘못된 학습 효과로 조금씩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다.


머리 꼭대기에서 팔려고 했다가 하루아침에 발바닥까지 쏟아져 내리는 게 주식이다. 욕심을 부리는 순간 내 투자 자금이 녹아내리는 걸 경험하게 된다. 돈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서 서서히 돈을 잃는다.




사람은 욕심쟁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고마운 줄 모른다.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바란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잘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잘해주던 사람이 호의를 멈추면,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까지 한다.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 있었다. 서로 음악 코드가 맞아서 같은 음악을 듣고, 음악에 대해 종종 대화를 나눴다. 그 녀석은 음악을 좋아했지만 새 앨범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새로운 앨범을 구입할 때마다 mp3 파일로 변환해서 공유해 - 음악 파일 공유를 저작권 위반으로 인식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 주었다.


그 녀석에게 보내준 앨범만 수십 개다. 돈으로 치면 수십만 원어치. 적지 않은 금액인데 그 녀석은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형, 줄 거 더 없어요?"


나에게 맡겨 둔 게 있는 것처럼 물으니 화가 났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보내 준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녀석에게 공유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래서 생색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런 내게 당연한 듯 손을 내밀다니, 고마운 줄 모르는 그 녀석의 태도에 화가 났을 뿐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 녀석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누군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면 고마워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 태도다. 호의는 내가 잘한  있어서 받는  아니니까. 맡겨둔  돌려받는  아니니까. 그저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베풀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가.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만족하지 않는다. 도리어 기대한다. 다음에는  해줄지 눈을 반짝거린다.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한다.  때는 언제고 이제는  주냐며 말이다.


자기 욕심만 차리고,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틀어지고 멀어지는 게 인간관계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면, 나는 손님이고, 상대는 종업원이 아니다. 내가 상대에게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상대가 나에게 서비스를 해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 받기 시작하면 계속 받으려고 한다. 갑이 되어버린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감정이 있는 존재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느끼는 감각이 있는 존재다. 누군가 나에게 잘해주었는데 감사하지 않거나 더 받으려고 하면 상대는 단번에 알아차린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상대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지금까지 잘해준 게 아까워진다. 반면 진심으로 고마워하면 더 잘해주고 싶어 한다. 무엇이든 퍼주려고 한다. 사람은 그런 존재다.


주식 시장에 뛰어들면 돈 복사를 기대한다. 다른 투자 수단보다 쉽고 빠르게 돈을 불릴 수 있는 게 주식 투자니까. 사람들은 이것 하나만 생각할 줄 안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외면한다. 돈을 벌기 쉬운 만큼 잃는 것도 쉬운 게 주식 투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얼마가 되었든 수익을 봤으면 만족해야 한다. 손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해야 한다. 적은 수익에 만족하고 감사할 때 큰 수익이 돌아온다. 반면 적은 수익에 감사하지 않고 욕심을 내면 겨우 얻은 수익마저 잃고, 도리어 손실을 보는 게 주식 시장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시장이 수익을   만족하고 감사하자. 누군가 나에게 잘해줄  고마워하자. 시장에서 욕망을 채우려 하고, 다른 사람의 호의를 악용하려   남는  만족이 아니라, 후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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