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가 깨달은 인간관계
"연인과 이별을 했는데,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연애 관련 글을 읽다 보면 이런 질문을 종종 본다. 이에 대한 흔한 답변 있다.
"평소에 하지 못한 취미생활을 즐기세요."
"운동을 해보세요."
"공부를 해보세요."
무언가에 몰두하라고 뜻이다. 다른 데 신경을 써서 이별의 아픔을 잊으라는 충고다. 맞는 말이다. 이별 후에 마음이 아픈 건 아직 이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헤어진 연인을 아직 그리워해서 마음이 이픈 것이니, 다른 데 집중하면 아픔은 차츰 잊기 마련이다.
위에 답변들과 나란히 달리는 답변이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나세요. 사람으로 인한 아픔은 사람으로 잊는 게 가장 빨라요."
그래,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 옛 추억은 새로운 사람과의 새 추억으로 덮어야 깨끗이 지워진다. 어쨌든 사람으로 사람을 잊으라는 답변에 늘 따라붙는 반론이 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헤어진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예의는 무슨, 헤어진 사람과 다시 볼 것도 아닌데 무슨 예의를 차린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헤어진 마당에 예의를 왜 따지나. 다른 사람을 만나면 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나? 그건 헤어진 사람과 재결합을 하겠다는 뜻밖에 안 된다. 다시 만날 게 아니라면 오늘 헤어지고, 내일 당장 다른 사람을 만나도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헤어졌으면 내가 중요하지, 헤어진 사람이 중요한가. 그건 배려나 예의가 아니라 그저 미련일 뿐이다. 미련을 가질 거면 왜 헤어졌나. 어떻게든 붙잡아야지. 미련을 붙자고 있으니 가슴이 아픈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큰 손실을 볼 때가 있다. 고수든 주린이든 손실은 불가피하다. 크게 수익을 보려면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한다. 시드를 늘리든 위험 구간에 진입하든 해야 기대 이상 수익을 볼 확률이 높다. 반면 시드를 줄이고, 안전 구간에 진입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사람들은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한다. 그렇게 고수익 고위험에 진입한다.
수익 욕심을 내다가 큰 손실을 보면 시드에도 심각한 타격이 생기지만 정신적으로도 꽤나 큰 타격을 받는다. 현타가 오고, 위축된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매매에 집중해야 하는데 무서워진다. 다시 돈을 잃을까 봐서 말이다. 멘탈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이대로 매매를 하면 다시 손실을 볼 확률이 크다.
주린이와 고수의 큰 차이가 있다. 주린이는 적은 손실에도 크게 흔들린다. 고수는 큰 손실에도 의연하다. 고수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아니다. 고수도 주린이었던 시절이 있다. 손실과 멘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정신을 단련해서 고수가 된 것이고, 큰 손실에도 의연할 수 있는 것이다. 주린이는 단련이 되지 않았기에 주린이인 것이고, 적은 손실로도 흔들리는 것이다.
손실로 인한 멘붕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신 차릴 때까지 매매를 중단하고 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손실로 인해 무너진 자신감을 세우기 위해 다시 매매를 하는 것이다. 솔직히 후자의 방법은 주린이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주린이는 아직 멘탈 수양이 덜 되었기 때문에 괜히 다시 매매를 했다가 더 큰 손실을 낼 수도 있으니까. 이전 손실에 사로잡혀, 손실을 얼른 메꾸겠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매매를 하다가 더 큰 손실을 낸다. 아니면 또 손실을 낼까 봐 무서워서 매수 매도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손실을 낸다. 그러니 큰 손실을 본 후에는 되도록이면 쉬는 걸 추천한다.
쉴 때 쉬더라도 너무 오래 쉬는 건 좋지 않다. 매매에 대한 감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쉬는 걸 택했으면, 적당히 쉬어야 한다. 하루 정도 차트를 보지 말고 아예 다른 걸 하는 게 좋다. 영화를 보든지, 산책을 하든지, 책을 읽든지, 잠을 자든지 아예 다른데 써야 한다. 쉬는 게 약이다.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왕도는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무언가에 몰두하든 아픔을 잊게만 해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언가에 몰두하는데 이별의 아픔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어서 데이트를 하는데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말한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다. 결국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헤어진 연인을 잊는다. 이별의 아픔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잊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