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며 깨달은 인간관계
우량주 : 수익과 배당률이 높은 회사의 주식
잡주 : 실적이 저조하여 인기가 없는 회사의 주식
주식에는 두 종류의 종목이 있다. 우량주와 잡주이다. 돈을 벌려면 당연히 우량주에 투자해야 한다. 우량주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다. 어느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우량주에 투자하면 된다.
잡주는 건드리는 게 아니다. 괜히 매수했다가 손해 보기 쉽다. 잡주에 투자한다고 백 퍼센트 실패하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도 있다. 하지만 잡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초심자의 행운을 얻거나 중고수가 단타를 쳤을 때뿐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손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잡주는 건들면 안 된다.
우량주라고 항상 수익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다.
주식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아내 몰래 현대차 주식을 매수했다고 한다. 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고, 가지고 있던 돈 2억 원을 더해서 말이다. 그가 투자한 시기는 작년 2월. 하필 그때는 현대차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주가는 내리꽂았고, 작성자의 수익은 -3억 3천만 원까지 갔다고 한다. 안 그래도 대출을 받아서 투자한 터라 불안한데, 대출금을 몽땅 날리고 원금까지 마이너스가 된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나 보다. 결국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는 이혼 통보를 했단다. 임신까지 했는데 빚더미에 앉게 생겼으니, 무책임한 남편에게 그 정도 화가 난 것은 당연하리라. 그 소식을 끝으로 그의 이야기는 끊겼다. 그렇게 그의 투자는 가정 파탄까지 되고 마는 베드 엔딩, 역시 주식 투자는 하는 게 아니야라는 흔한 후회로 끝이 났을까?
몇 달 뒤 그가 다시 글을 남겼다. 현대차 주가는 바닥을 찍고 상승했다. 작성자는 몇 달 만에 대출을 전부 갚고, 2억 원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원금 2억에 수익금 2억을 더하고, 대출을 받아서 7억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아내와는 화해를 했고, 다시는 주식을 안 하기로 했단다. 다행히도 해피 엔딩이다.
사람도 우량주와 잡주로 나눌 수 있다. 우량주는 나와 잘 맞고, 서로 유무형의 이득을 주고받는 사람이다. 주로 친구나 가까운 지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이 우량주 같은 사람이다. 잡주는 나와 맞지 않고 내 인생에 도움보다는 방해가 더 많이 되는 사람이다. 잡주는 연인일 수도 있고, 친구나 직장 동료 중에 있을 수도 있다. 가족 중에도 잡주 같은 사람이 있다. 도무지 죽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잡주 같은 사람이다.
우량주 같은 사람은 가까이해야 한다. 잘 대해주어야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니까.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말이다.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가 도움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량주 같은 사람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에게 받지 않고, 내가 그에게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잡주 같은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내게 이익을 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피해를 주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옆에 가만히만 있어도 신경 쓰인다. 발암 유발자다. 직장처럼 어쩔 수 없이 엮인 게 아니라면 손절이 답이다.
인간관계는 내게 이득을 주는 사람과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나눌 수 없다. 인간관계를 이렇게 나누면 너무 계산적이고 야박하며 정 없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스무 살이 넘어서 이해득실 여부로 인간관계를 맺으니까. 학창 시절에야 '친구'는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그저 우정으로만 관계를 맺는다. 순수하게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어쩔 수 없다. 이해타산에 따라 가까이하거나 멀리한다. 모든 인간관계를 그렇게 맺지는 않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상당수의 인간관계를 그렇게 맺는다. 따라서 이득이 줄고, 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관계를 정리한다.
우량주는 하락을 하더라도 나락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갈 때까지 가는 듯하다가 지지를 받고 올라온다. 한 번 올라오기 시작하면 전고점을 뚫고 신고점을 만든다. 그래서 고수가 아니고서야 우량주에 투자하는 게 좋다. 잃지는 않으니까. 기다리면 최소한 본전 혹은 약 익절은 할 수 있으니까.
잡주는 답이 없다. 한 번 떨어지면 끝 간 데 없이 내려간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까지 가버리는 게 잡주이다. 그래서 잡주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고수가 아니면 잡주는 멀리하는 게 좋다. 한 번 떨어지면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른다. 하락하기 시작했으면 상승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최소 2-3년은 지나야 평단가까지 다시 올라올까 말까 한다. 한 번 나락으로 간 잡주는 화복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니 자만하고 잡주를 건들면 자칫 빈털터리로 주식 시장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우량주 같은 사람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설령 실망을 안기더라도 그와의 관계는 악화되지 않는다. 실망을 역시~ 엄지척으로 바꾼다. 다시 좋은 관계를 회복한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 편히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다. 잡주 같은 사람은 골칫덩이다. 실망에 실망을 안겨준다. 좋게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사치다. 골치 썩기 전에 최대한 빨리 손절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량주 같은 사람과 잡주 같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았다면 그 정도쯤이야 쉬울 것이다. 대부분은 첫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와 맞을 사람인지 맞지 않을 사람인지, 사회 초년생이 아니고서야 첫인상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첫인상을 뒤집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대개 첫인상은 틀리지 않는다. 우량주 같은 사람이면 붙들라, 잡주 같은 사람은 애써 친해지려고 할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이니까. 그 시간에 우량주 같은 사람에게 잘 대해주는 게 훨씬 낫다. 그게 내 정신건강에 이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