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가 깨달은 인간관계
주식 시장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1. 자신만의 매매법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
2. 스스로 매매법을 개발해가며 수익과 손실을 사람
3. 남의 매매법을 추종하며 손실만 내는 사람
첫 번째 부류의 사람은 중고수이고,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은 중수, 마지막 부류의 사람은 하수이다.
자신만의 매매법이 없을 때 남의 방법을 따라 하며 실력을 갈고닦는 사람은 칭찬할만하다. 그런 사람은 결국 자기만의 매매법을 만들고, 중고수의 길에 들어서니까. 반면 철새 매매법을 시전하는 사람은 최악이다. 철 따라 서식지를 옮기는 철새처럼 이 매매법대로 매매하다가 손실이 나니까 저 매매법으로 바꾸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 주식 시장을 떠나게 된다. 자신만의 매매법을 만들지 못해서 계속 손실만 내다가 결국 투자자금을 전부 날릴 테니까.
남의 매매법은 내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착각한다. 수익을 내는 사람들의 매매법을 따라 하면 자기도 수익을 낼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매매법을 계속 찾아 헤맨다. 그 착각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매매법으로 매매를 할 때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매매법은 일차적으로 머리로 습득한다. 매수, 매도 타점을 지식으로 습득한 상태인데 그대로 매매를 하면 100% 수익이 날 줄로 착각한다. 수익 나는 매매법이니까. 정말 그럴까? 아니, 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손실이 날 확률이 더 크다. 아직 그 매매법을 완전하 익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매수, 매도 타점을 알지만 막상 호가가 원하는 지점까지 와도 매수나 매도를 하지 못한다. 긴가민가하니까. 욕심을 내니까. 그래서 계속 물리고, 자꾸 손절하게 된다. 손절이 잦아지면 잘못된 매매법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매매법을 찾는다. 그 매매법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은 고수이기 때문에, 숨겨둔 비기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비기를 찾으려 한다.
동료 직원과 가끔 말씨름을 한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말이다. 생각이 다르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그가 상식 밖의 생각과 말을 자주 해서 티격태격한다.
그는 4차원이다. 뇌 구조가 엉뚱하다. 예를 들어 그는 건강을 엄청 챙기는데,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무조건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상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고서야 음식을 먹고 머리나 배가 아플 수 있나.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기름, 밀가루 등 대부분의 음식 재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질이 떨어져서 몸에 안 좋다고 말이다.
내 생각에 그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다. 노시보 효과는 약효에 대한 불신이나 부작용에 대한 염려로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가 아픈 건 착각이고,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거라고 말하면 진짜로 그렇다고 말한다. 무조건 식재료가 좋지가 않아서 그렇단다.
"같은 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도 나는 왜 멀쩡해? 식재료가 안 좋으면 나도 아파야지."
라고 따져 물으면 자기는 예민해서 다 느낀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말인가.
그뿐이랴. 인간관계나 업무에 있어서 늘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자기중심적이다. 아니 이기적이다. 그 때문에 상식 밖의 행동을 한다. 다른 동료 직원이 피해를 보든 말든, 자기만 상사에게 혼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상사가 업무에 대해 지적을 하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대답하면 되는데,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직원에게 피해가 갈 만한 말을 한다.
"ㅇㅇ 씨, 내가 지시한 업무 다 했어요? 왜 보고를 안 해요?"
"아, ㅇㅇ가 아직 자료를 주지 않아서 못했습니다."
동료 직원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했는데 검토, 정리 중이라 보고가 늦었다고 하면 될 것을. 동료 직원 때문에 늦었다는 핑계를 댄다. 그럼 당연히 상사는 둘 다 혼내지 않겠는가. 다른 직원들은 서로 챙겨주고 최대한 보호해 준다. 다들 그걸 동료 간에 미덕이지 상식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동료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 동료애가 없다. 자기만 살면 되고, 화살과 초점이 자기에게서 벗어나는 게 중요할 뿐이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 직원과도 늘 마찰이 생긴다.
그를 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정말 다르구나 싶다. 내가 상식으로 여기는 걸 다른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는 상식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나의 상식이 다른 사람의 상식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가령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게 상식이고 예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밥상에 내려놓고 먹는 게 상식이고 예의이다.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과 식사를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일 뿐이다. 나에게 상식이지만 넓게는 다른 나라 사람 좁게는 주변 사람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군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황당해할 필요가 없다.
따지고 보면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상식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다양성이 사라지고,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 등 사회 전반에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발전적인 생각이 부산물로 산출되고, 그 부산물로 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생각과 상식은 다르다. 생각은 사물을 헤아리거나 판단하는 작용이나 능력이다. 상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할 지식이다. 즉 생각은 개개인의 능력이기 때문에 다를 수 있고, 다른 게 허용된다. 하지만 상식은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수긍하며 동의하는 지식이다. 상식 중에는 사회 질서나 서로 간에 예절 혹은 도덕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상식에 대한 관점과 생각이 다르면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의 상식이 다른 것처럼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마다 상식이 다를 수 있고,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도 다를 수 있다.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다. 그러니 내 상식과 다른 사람의 상식이 같지 않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럴 수 있지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다.
주식 매매에서 절대 비기는 없다. 누구나 수익을 내는 매매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성향과 판단력, 멘탈 등이 달라서 같은 매매법으로 모두가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누가 어떤 매매법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도, 그 매매법으로 아무나 같은 수익률을 거둘 수는 없다. 그 비법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고수의 매매법을 배우면 고수와 똑같은 수익률을 거둘 거라고 말이다.
새로 배운 매매법이 있다면, 수익이 일정하게 날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손실이 났으면 왜 손실이 났는지 분석해야 한다. 분석을 해서 매매법을 보완해야 한다. 분석, 보완, 실행을 반복하면 매매법이 정교해지고, 마침내 자신만의 매매법이 되어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내 상식이 다르다고 상대를 이상하게 보거나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할 필요가 없다. 그의 상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상대의 상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그의 상식이 내 상식이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 간에 다른 상식이 하나로 이어져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상식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단, 다른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내게 피해를 준다면, 그건 이해해줄 필요가 없다. 그때는 손실이 자꾸 나는 매매법을 버리는 것처럼 단호히 거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