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좀 해~"
만날 때마다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 녀석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죄인이 된 듯 대답했다.
"알았어..."
안 그래도 친한 친구인데, 그 녀석 말대로 평소에 연락을 잘 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을 볼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같은 말을 들으니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만 연락을 안 한 게 아니었다. 그 녀석도 내게 먼저 연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쌍방과실인데 왜 내가 가해자인 듯 책망을 들어야 하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한 번 이 문제를 확실히 짚기로 했다. 얼마 후에 그 녀석을 다시 보게 되었다.
친구 : "연락 좀 해~"
나 : "야, 너도 나한테 연락 안 하잖아. 너도 먼저 연락 안 하면서 나보고 먼저 하라고 하냐? 너나 먼저 연락해!"
이 말에 고압 전류에 감전된 듯 그 녀석의 입이 딱 붙었다. 그 후 그 친구는 나만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하던 "연락 좀 해"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연락과 관련해서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늘 먼저 연락하는 사람
2. 생각날 때만 연락하는 사람
3.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사람
4.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사람'과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 문제다. 둘 중에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은 최악이다. 도긴개긴이지만,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차라리 절대 연락을 안 하는 게 낫다. 한결같으니까. 상대방 입장에서는 서운한 걸로 끝난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든다. 이용당하는 기분이 드니까. 필요할 때만 연락할 거면 차라리 연락을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필요할 때만 연락할 거면 평소에 틈틈이 생각날 때만이라도 연락을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연락받는 사람이 덜 기분 나쁘다.
나는 기본적으로 '연락'이라는 걸 잘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향인 성향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행위 자체가 피곤하다. 누군가에게 꾸준히 연락을 한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니까. 신경을 쓰는 만큼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래서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반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수시로 먼저 연락을 하는 사람은 그 행위로 에너지를 채운다. 즐거우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다.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굳이 인간관계의 친밀도를 '상', '중', '하'로 나누면, '상'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수시로 연락한다. 수시로라고 해서 연락 빈도가 높다는 말은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많아야 두세 번 연락한다. 대신 매달. '중'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날 때만 연락한다. 마지막 '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이 있어야 연락한다. 굳이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아마 연락하는 사람의 수와 연락 빈도만 다를 뿐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주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말이다.
사람들은 참 희한하다.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잘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서운해한다. 자신도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연락을 잘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연락을 하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상대가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아도 자신이 상대에게 연락하는 걸로도 만족하니까.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생각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이다. 그도 다른 사람에게 자주 연락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연락이라는 걸 하기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연락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은 연락을 자주 하니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연락을 적게 하거나 안 한다고 착각한다. 자기나 다른 사람이나 그게 그건데 말이다.
연락, 그깟게 뭐라고. 물론 연락은 중요하다. 가까운 관계에서 말이다. 친밀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니까. 사람은 마음 가는데 행동이 따른다. 연락 횟수는 친밀도를 나타낸다. 연락을 자주 한다는 건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다. 애인이나 배우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연락은 내 마음과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는 행위이다. 사람은 자신의 돈과 마음과 시간을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줄 만한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에게만 준다. 아무에게나 주면 감흥이 없으니까. 감흥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주긴 아깝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든다.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서운해할 거면 상대방이 어떻든 나부터 먼저 연락하자.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서운해할 권리도 없다. 상대방이 먼저 연락하면 나도 연락할 거라고?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나도 연락을 안 하는데 상대방이라고 나한테 연락할까.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텐데. 상대방도 서운해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