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 어렵다.

by 인생짓는남자

인간관계는 참 오묘하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제까지 친했던 사람과 오늘은 먼 사이가 되고, 어제까지 친하지 않던 사람이 오늘은 가까운 사이가 된다. 노력한다고 해서 관계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던 대로 관계가 맺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누군가와는 노력한 만큼 관계가 유지되기도 하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뜻하지 않게 관계가 맺어지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과 그리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참 어렵다. 예전에 이와 관련해서 나름 꽤 충격을 받은 경험을 했다.




10년 전 일이다. 그와는 꽤 오래 알고 지냈다. 당시에 그와 함께 먹고 마시며 논 게 7년 정도 되었으니, 그 정도면 많이 가까운 사이가 아니겠는가.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으니 나는 당연히 그와 엄청 친하다고 생각했다. 속까지 터놓고 지낸 사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느 날 내가 그에게 조금 심한 말을 건넸다. 연애와 관련된 직언이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내 말에 그가 대뜸 성을 내며 “너와 내가 그 정도 말을 할 사이냐”고 따졌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다소 무례한 말이었기에 충분히 기분 상하고 화낼 만했다. 그가 기분 나빠한 데에 일언반구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충격을 받았다. 그가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가 그렇게 생각했었다니,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그 정도 말을 할 만한 사이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런 말을 해서 기분 나쁘다”고 했다면 충격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미안하기만 했겠지. 그렇게 함께 먹고 놀았는데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니. 그러면 우리는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한 거라는 말인가.

이 경험을 하고 나서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그렇게 가까이 지냈는데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도대체 얼마나 가깝게 지내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과 얼마나 친하게 지내야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고민해서 뭐하겠는가. 인간관계가 그런 것을. 쓸데없는 고민 같아서 고민하다 말았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직장인은 일하는 게 힘들다고 말하고, 학생은 공부하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부모는 자식을 기르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 처한 역할과 상황에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인간관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힘들다. 직장에서 일이 힘든 이유는 일 때문이기보다는 대개 사람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 양육을 힘들어하는 것도 자식이 어리긴 하지만,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사람과의 관계로 발생한다. 세상의 각양 힘든 일들의 근본 원인은 대개 사람과 관계 때문이니, 그 어떤 힘듦도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보다 힘들 수는 없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게 힘든 이유는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도 좀처럼 친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도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쪽만 노력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게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인간관계도 쌍방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항상 양쪽 모두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다.

관계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저마다 생각, 성격이 다르고, 사람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다.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다가서 손을 내밀었는데, 상대가 내 손을 얼른 잡지 않고 쭈뼛쭈뼛할 수도 있다. 실은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런 것뿐인데 나는 그가 나와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반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감정이 엉켜서 친했던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감정으로 인해 죽마고우가 영원히 적이 되기도 하고, 친하지 않던 사이가 친해지기도 한다. 생각뿐만 아니라 감정도 사람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묘한 게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과의 관계다. 노력한 대로 되기도 하고, 노력한 만큼 되지 않는 게 인간관계다. 갑자기 멀어지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가까워지는 게 사람과의 관계이다. 인간관계는 정말 신기하고 복잡하며 오묘하다.




그 일 이후 지인과 관계가 살짝 어색해졌지만, 다행히 멀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그 일이 벌어졌을 당시 느꼈던 각자 심정을 이야기했다. 자칫 멀어질 수 있었지만, 서로 오해가 있음을 알았고 묵은 감정을 잘 풀었다. 그 후로 그와 잘 지냈고, 그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17년 동안 알고 지내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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