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일은 직접 하세요

by 인생짓는남자



오늘 퇴사가 무척 마려웠다. 열받게, 상사가 사적인 일을 지시해서 말이다. 그것도 퇴근 이후에. 아니, 사적인 일을 업무 시간에 시켜도 화가 나는데 퇴근 이후에 시키는 건 무슨 매너란 말인가! 집에 가야 할 시간에 자기 일을 나에게 시키니 정말 기가 막혔다. 자기 업무를 나에게 시킨 것도 어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인데,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일을 나에게 시켰다.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함께 화낼 것이다. 자기 아파트 집 문 앞에 있는 택배를 집안에 들여놓으란다. 참나. 내가 자기 아들인 줄 아나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따금 그런다. 이번처럼 지극히 사적인 일을 시킨다. 주로 업무 시간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자기 일을 시키는 건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여기에 ‘업무 시간’이 더해지면 최악이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지시하면 더 큰 문제지만.


시킨다고 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리라. 안 한다고 하면 되지, 왜 하냐고 말이다. 그게 말처럼 쉬우면 진작 말했겠지. 그렇게 말하기 어려우면 때려치우고 이직하라고 말하겠지. 이직하는 게 어려우면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니 능력을 키우라고 또 따지겠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말은 대학 등록금이 비싸니 등록금을 낮춰달라는 대학생들의 호소에 장학금을 타면 되지 않냐고 대답한, 어느 전직 대통령의 덜떨어진 대답과 똑같은 수준의 답이라고 말해주겠다.


아무튼 회사에서 사적인 일을 시키는 건 부당한 지시이자,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직장갑질 119가 22년 12월 7일부터 일주일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지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16.5%가 사적 용무 지시를 포함하여 부당지시를 최근 1년간 받았다고 답했다. 부당 지시는 폭행·폭언(9.4%), 모욕·명예훼손(15.6%), 따돌림·차별(10.6%) 회식, 장기자랑 등 업무 외 강요(11.2%) 등 다른 응답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부당 지시는 만연한 일임을 보여준다. 이래도 시키지 말라는 말을 하라고 할 텐가? 그 결과가 뭔 줄 아는가? 발령, 전보, 업무 배제, 괴롭힘, 부당 퇴사다.


나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는다. 사적인 일을 부당하게 시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하지 않을 때가 있다. 몇 번은 용케 빠져나가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한다. 상사, 그는 사장이니까. 바로 윗사수면 그 윗 상사를 매수해서 어떻게든 찔러라도 보지. 사적 업무 지시자는 나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꿈틀 할 수가 없다. 꿈틀 했다가는 당장 잘릴 테니까. 어디 호소할 데가 없다. 그나마 핑계 대며 피하는 것도 그나마 큰맘 먹고 벌이는 행동이다. 최대한 심기 불편하지 않게, 업무 핑계를 대며 피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이 그이기에 사적 업무 지시를 다 피하지는 못한다. 부당한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오직 퇴사뿐. 그래서 오늘도 퇴사가 무척 마려웠지만, 퇴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한 마디 하고 싶은 걸 이를 악물고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