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1

33년간 모태솔로, 애인이 생기다!

by 인생짓는남자

33년 간 모태솔로였던 나는 20대 때 자신감이 넘쳤다.


‘나도 아무 때나 연애할 수 있어!’


내가 정해인이나 송중기, 박보검인 줄 알았다. 밑도 끝도 없이, 원하는 시기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해서 연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자신 있었다. 외모가 연애인 급이냐고? 그럼 연예인 했지. 아니면 금수저? 집에서 스테인리스 수저 쓴다. 나는 전형적인 흙수저다. 믿을 만한 구석이 일도 없는데, 도대체 뭘 믿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니 나도 어이가 없다.

내가 믿는 거라곤 나이뿐이었다. 창창한 20대니까. 해병대 극기주도 자신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20대였으니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간의 지배자였고, 국가대표 운동선수 부럽지 않은 체력을 가지고 있는 20대였다. 어이없게도 그거 하나 믿고 자신감 뿜뿜이었다. 그게 뭐라고.

착각이 깨지기까지 29년이나 걸렸다. 29살이 되어서야 현실을 깨달았다. 누구나 노력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지만, 아무나 노력하지 못하는 법.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좀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연애하려고 숱하게 노력해도 계속 실패하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29살이면 결혼 적령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계속된 실패에 자신감이 사라지니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다. (나도 모태솔로면서) 사람들이 왜 모태솔로가 되는지 그제야 이해가 됐고, 결혼은 완전 남의 일 같았다.




‘이제부터 사생결단이다!’


그전에는 가뭄에 콩 나듯 소개팅 의뢰가 들어오면 괜찮다고 했다.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자신감이 넘쳤던 터라, 소개팅 같은 거 안 해도 언제든 애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관심 없는 척했다. 그러나 이제 안 되겠다 싶어서 지인 찬스를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지인 중 한 명을 전방위 압박해서 소개팅을 하고 또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소개팅을 한 끝에... 드디어 애인이 생겼다! 그때 나이 32살. 3년간의 노력 끝에 모태솔로에서 벗어났다! 그때의 기쁨이란... ㅠㅠ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결혼 얘기까지 오갔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교제 6개월 만에 헤어졌다. 아, 6개월이라니! 연애의 맛도 제대로 못 보고, 간만 보고 끝났다.

이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 지금 하나, 나이를 좀 더 먹어서 하나 결혼이야 어떻게든 하면 되지.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문제가 있다. 30대 중후반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20살이 되었을 때 내 나이는 60살이 된다! 결혼시키려면 70살까지 죽어라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너무 싫었다. 그때까지 일해야 한다니. 너무 끔찍했다! 결혼에 뜻이 아예 없으면 모를까. 나는 죽어도 혼자 살기 싫었기에 더욱 죽기 살기 각오로 지인을 압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지인에게 정말 미안하다. 결과적으로야 그 지인 덕분에 결혼해서 그도 나도 기분이 좋지만, 그는 그때 엄청 괴로웠을 것이다. 볼 때마다 소개팅시켜 달라고 징징대고, 안 시켜주면 관계 끊겠다고 협박까지 했으니 싫다는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을까. 그때도 미안하긴 했지만, 어쩌겠나. 나도 살아야지. 다시 솔로로 돌아간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기까지 1년이 걸렸다. 32년 만에 솔로에서 벗어났는데 헤어진 충격이 오죽했겠는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지인을 더욱 압박했다. 더욱더 집요하게 괴롭혀서 여섯 명의 사진을 받아서 그중 네 명과 소개팅을 한 후, 다섯 번째 소개팅에서 아내를 만났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녀를 만났다. 이번에 연애에 골인 못 하면 그냥 혼자 살겠다는 비장의 각오를 했다.




처음 본 아내는 정말 평범해 보였다. 모태솔로에서 벗어나게 했던 구 여자친구에게는 첫눈에 반했다. 보는 순간 이 여자야말로 내가 평생 찾던 여자라는 느낌이 ‘파파퐉!’ 왔다. 반면 아내에게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저 ‘얌전해 보이네’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의 로망인 야리야리하고,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여자여자 하긴 했지만, 내 이상형은 아니었다. 싫지도 않았지만, 마음에 쏙 들지도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소개팅에 임했으니 어떻게든 잘 해보자 싶었다.

소개팅 시작! 그런데 분위기가 묘했다. 다른 여자들과 소개팅했을 때는 내가 대화를 주도했다. 아내와의 소개팅은 달랐다. 아내가 주도했다. 먼저 물어보고 계속 물어봤다. 대화가 끊기면 알아서 대화를 이어줬다. 다른 여자들은 대화가 끊기면 ‘쌩~’ 찬 바람이 불었다. 대화를 다시 이을 때까지 나 홀로 냉기를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아내와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다 해줬으니까. 덕분에 마음이 정말 편했다.

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첫 만남에 호구조사와 취조를 당했다. 형제 관계는 어떻게 되냐, 가족들과 사이는 좋냐, 취미는 뭐냐, 화는 어떻게 푸냐. 나는 책을 좋아했다. 아내 그 정보를 미리 전해 듣고, 물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인과 같이 책읽는 게 꿈이지 않냐고, 그런데 자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층 질문에 압박 질문까지. 별걸 다 물어봤고, 참으로 직설적이었다. 고도의 질문 세례를 받아 멘탈이 살짝 흔들렸지만, 성실히 ‘면접’에 임했다. 어떻게든 면접에 통과해야 했으니까. 자칫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머리를 굴리면, 바로 ‘탈락!’ 될 것이 뻔해서 ‘최대한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

내 대답이 나쁘지 않았는지, 애프터를 신청하니까 받아들여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휴~’ 일단 통과.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직 관문이 남았으니 안심하기엔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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