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모태솔로, 이젠 진짜 안녕!
아내가 그토록 상세하게 호구 조사를 한 이유는 나를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어떤 사람인지 검증하려던 이유는 직전에 만났던 남자 친구에게 크게 데었기 때문이다. 사귀기 전에 착하고 좋은 사람인 줄 알고 만났는데, 알고 보니 성격이 정말 괴상하고 괴팍한 사람이었던 것. 데이트폭력은 겨우 면했으니 천만다행이다. 성격이 워낙 이상해서 사귈 때도 많이 힘들었지만, 헤어지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애처롭게 매달려서 헤어지지 못했다고. 그로 인해 힘든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억지로, 매몰차게 헤어졌다고 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다음에 만나는 사람은 사귀기 전에 최소한의 검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내가 그 첫 사례가 되었다.
사귀고 난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심문당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유별난 질문을 하든 무례한 질문을 하든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연애를 해야 했으니까, 결혼이 절박했으니까. 연애할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면접에 통과하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최대한 솔직하고 성실히 대답했다. 그 덕에 애프터 신청을 통과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면접을 통과해서 애프터를 받아준 게 아니다. 아내 주변 사람들 덕이다! 아내는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더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단다. 그런데 왜 만났을까? 지인들이 한 번 보고 어떻게 아느냐고, 세 번은 만나야지 않겠냐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돌려 만나기로 했단다.
어쨌든 우리는 다섯 번을 만났고, 다섯 번째 만남에서 사귀자고 고백했다. 내가 아니라 아내가. 아니, 내가 사귀자고 하긴 했다. 하지만 운을 뗀 건 아내였다. 나는 보통 소개팅 후에 두 번 더 만나고 사귀자고 고백을 한다. 그런데 아내를 만났을 때는 지인들이 하나 같이 극구 말렸다. 너무 이르다고, 다섯 번은 만나야 한다고 말려서 그 말을 따랐다. 몇 번 더 만나야 해서 그런지 초조하고 불안했다.
고백하기까지 만나는 횟수가 중요하겠는가. 마음이 통하기만 하면 한 번 만나고도 사귄다. 마음이 안 통하면 아무리 많이 만나도 못 사귄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그 만남이 편할 리 있겠나. 만남이 편하지 않으니 조심스럽기만 하다. 조심스러우니 각자의 성향과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마음이 통하려야 통할 수가 없다. 세 번을 만나든 다섯 번을 만나든 아니면 그 이상을 만나든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의 감으로 상대를 판단할 수밖에. 동물적인 감각과 그동안의 경험으로 상대를 파악해야 한다. 외모, 말투, 행동, 생각 등 상대의 특징을 재빠르게 파악해서 마음을 결정해야 한다. 소개팅을 많이 못 해서 경험이 부족하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학교에 다니든 회사에 다니든 사회생활을 한 경험이 있을 테니 사람 파악하는 거야 일도 아니다.
고백할 때 정말 많이 떨었다. 마른침을 얼마나 삼켰는지 모른다.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초조했다. 사귀지 못하면 큰일이니까. 사귀자는 말을 내뱉는 순간 진로가 결정된다. 이번에 실패하면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질 테니 말하기가 겁났다. 그래서 계속 우물쭈물했다. 아내가 보다 보다 답답했는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이 여자, 사내대장부다!’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먼저 운을 떼줬는데 말을 못 하면 곧장 낙제점을 받을 수도 있어서 바로 물었다. 나는 더 만나고 싶은데 어쩌겠냐고. 지금 답하기 그러면 바로 안 해줘도 된다고 말했다. 아내는 망설이지 않고, 그러자고 대답했다! ‘쏘쿨!’ 다른 여자들은 고백받고 며칠 있다가 대답해 주는데 아내는 바로 답해줬다. 이 여자, 아주 마음에 든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어차피 사귀기로 마음먹은 거 뭐하러 기다리게 하냐고,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초조하겠냐며 그래서 바로 답해줬단다. (여자들이여, 제발 남자들 초조하게 하지 마시라!) 그렇게 나는 솔로에서 벗어날 기회를 다시 얻었다! 모태솔로는 영원히 안녕일까? 이번에는 결혼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