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에게도 서로의 인격과 마음을 지키는 견고한 방패가 필요합니다. 신혼 때는 이 방패가 필요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필요가 절실해집니다. 왜 그렇게 된 걸까요? 관계의 방배를 무너뜨리고, 관계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키는 가장 강력한 독이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경멸'입니다. 이 독이 부부 관계를 어떻게 병들게 만들까요? 이 독을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8년 차인 지수 씨는 남편 민혁 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언제부터인가 차갑고 비웃음이 섞였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수 씨가 회사에서 있었던 힘든 일을 이야기할 때면 민혁 씨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걸 그렇게밖에 처리 못 해?",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지"라며 코웃음을 치거나 눈을 위로 치켜떴습니다.
어느 날 지수 씨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민혁 씨는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내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며 무시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남편의 피곤함 때문이겠거니, 혹은 성격이 무뚝뚝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비난 섞인 말투와 조롱하는 듯한 표정, 경멸하는 눈빛은 지수 씨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지수 씨는 자신이 존중받기는커녕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느꼈고, 점차 민혁 씨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침묵이 늘어갔고, 함께 있어도 외로웠습니다. 비웃음 한 번, 눈짓 한 번이 쌓여 그들의 사랑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부부 관계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중입니다. 배우자의 인격, 생각, 감정 그리고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없다면 관계는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존 가트맨 박사는 이혼으로 가는 네 가지 독으로 경멸, 비난, 방어, 담쌓기를 꼽았습니다. 네 가지 독을 높은 빈도로 사용하는 부부의 92%가 이혼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네 가지 독 중 경멸은 가장 강력한 독입니다.
경멸은 배우자의 인격과 존재 자체를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행위로, 비난, 조롱, 비꼬기, 눈을 위로 치켜뜨기, 비웃음, 냉소적인 표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경멸은 존중이 사라진 자리에서 싹트며, 한번 시작되면 존중은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의견 불일치를 넘어, 배우자를 열등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여기는 근본적인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경멸이 만드는 파멸의 길
경멸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관계의 기반을 파괴합니다. 배우자는 극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됩니다. '나는 이 관계에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구나',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절망이 깊어지며, 이는 자기 존중을 스스로 훼손하는 심각한 상태로 이어집니다. 경멸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게 만들고, 소통을 완전히 단절시킵니다. 배우자는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으며, 관계는 오직 상처와 침묵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결국, 경멸이 지배하는 관계는 사랑도, 신뢰도 없이 함께 있어도 외로운 동거로 전락하며, 종국에는 관계가 완전히 파괴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경멸은 사랑을 질식시키는 가장 강력한 독입니다.
부부 관계를 경멸의 독으로부터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해독제는 '존중'과 '감사'입니다. 배우자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그의 인격과 존재 자체는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존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경멸의 해독제는 '경의와 애정 쌓기' 즉, 배우자를 존중하고, 그의 좋은 점을 찾아 감탄하며, 진심으로 감사하는 태도입니다. 배우자의 단점이나 실수에 집중하기보다, 그가 가진 장점과 관계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시선을 돌리고 이를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존중과 감사가 뿌리내린 관계에서 경멸은 설 자리를 잃고 사랑은 다시금 피어날 겁니다.
경멸을 뽑고 존중을 심는 방법
경멸을 관계에서 몰아내고 존중을 심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비난 대신 '나 전달법'으로 감정 표현
배우자의 행동에 불만이 생길 때, '당신은 항상 왜 그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와 같이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말을 하기보다, 그 행동 때문에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 전달법(I-message)'으로 표현하세요. 예를 들어, "당신이 어제 그렇게 말해서 나는 많이 속상했어"와 같이 자신의 감정 상태만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판단이나 비난을 담지 마세요.
'존경할 점' 찾고 '긍정적 관심' 표현
배우자의 단점이나 실수에 집중하기보다, 그가 가진 장점,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내가 존경할 만한 점을 의식적으로 찾아내고 진심으로 표현하세요. 매일 작은 것이라도 "당신이 ~ 해줘서 고마워", "당신이 ~ 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당신은 ~ 부분이 참 대단해"와 같이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감사하며 긍정적인 관심을 표현하세요.
감정 격화 시 '타임아웃' 요청
갈등 상황에서 감정이 격해져 경멸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거나, 그런 말을 들었다고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자. 지금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진정한 후에 다시 이야기해"와 같이 대화를 중단하고 냉각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세요. 냉각 후에는 침착한 상태에서 대화를 다시 시작하며 사과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부부 관계에서 경멸은 사랑과 신뢰를 좀먹는 가장 해로운 독입니다. 경멸이 침투하는 순간, 존중은 사라지고 관계는 파멸을 향해 치닫습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자를 경멸하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배우자의 인격과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그의 강점과 노력을 알아주며, 진심으로 감사하는 태도를 끊임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존중이 살아있는 관계에서 사랑은 시들지 않고 더욱 깊어집니다. 존중이라는 튼튼한 뿌리 위에서만 부부의 사랑은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영원히 꽃피울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