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아내가 저에게 가끔 이렇게 물어요. 그동안 저는 이 물음에 대답을 피했어요. 아내는 다시 태어나도 저와 결혼할 거라고 말을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거예요. 아내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제 아내 같은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시 태어나서 아내와 또 결혼한다면 지금처럼 기쁘고 행복할 거예요. 저는 아내에게 늘 고맙고, 아내가 자랑스러워요. 그럼에도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아내를 향한 헌신을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으니까요.
저는 다시 태어나서 아내와 결혼을 한다면 지금과 똑같이 아내에게 헌신할 거예요.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지금 아내에게 제 모든 걸 바쳐서 헌신하고 있지만, 두 번은 못하겠더라고요. 단지 몸이 힘들어서 말이죠.
얼마 전에 또 묻길래 결국 대답했어요.
“다시 태어나면 당신이랑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야. ”
아내는 제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어요. “당연히 당신이랑 결혼할 거야”라는 대답을 기대했을 테니까요. 제가 아내였어도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어제 갑자기 아내가 그때 이야기를 꺼냈어요. 제 말을 듣고 상처받았다고 말이죠. 저는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아내는 빈 말이라도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이번에도 저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서로 속마음을 언제든 솔직하게 나눌 수 있어야 관계가 건강한 부부라고 말이죠. 보통은 부부가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상처 주지 않으려고 빈말을 하게 돼요.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건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서로 원하는 대답과 말만 해줄 수는 없어요. 듣기 좋은 말만 해줄 수는 없죠. 생각이 다르니까요.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면, 어떤 말이든 솔직히 편하게 주고받는 게 건강한 대화라고 생각해요. 가벼운 대화부터 아쉬운 점이나 불만 그리고 속깊은 얘기까지 주제가 뭐든 말이죠.
악의가 없고 매너 있게 대화를 주고받는다면, 비록 내가 원하는 말을 듣지 못해도 서운해하거나 상처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인간인 이상 서운해 하지 않을 수는 없죠. 하지만 서로를 위해 부정적인 마음을 얼른 깨끗하게 소화해야 돼요. 그게 성숙한 태도이고, 건강한 대화이며, 건강한 부부 관계라고 생각해요.
부부 관계가 건강하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게 돼요. 잔소리 듣기 싫으니까요. 괜히 솔직하게 말했다가 난리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자연스레 안전한 쪽을 택해서 솔직한 마음을 숨기게 되죠. 그러면 듣는 쪽에서는 기분이 좋겠죠.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다시는 진심을 듣지는 못할 거예요. 솔직한 대화는 영영 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속마음은 마음속에만 담고 있겠죠.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으니까요. 서로의 속마음을 편하게 나누지 못하면 마음이 곪게 돼요. 아쉬운 점이나 불만도 솔직하게 나누지 못하게 되고, 설령 말을 해도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돼요. 건강하게 대화하지 못하면 결국 관계가 병들어요.
못내 서운해하는 아내에게 자세한 이유를 덧붙여 설명해줬어요. 아내는 수긍하는 듯 하긴 했지만, 그래도 서운하긴 할 거예요.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지 않아서 아내에게 미안하긴 해요. 하지만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이번에도 솔직하게 말했어요. 제 설명에 알겠다고 대답한 걸 보면, 서운하긴 해도 제 말 자체에는 동의한 것 같아요. 포용력과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