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플링을 맞추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커플들이면 다 맞추는 커플링을 나는 한 번도 못 맞춰봤다. 나는 커플링을 손가락에 끼워본 적이 없다! 왜냐, 난 모태솔로니까... 물론 반년 만난 여자 친구가 있긴 했지만, (반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데 모태솔로?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커플링을 싫어해서 맞추지 못했다. 둘 다 나이가 결혼 적령기였기에 결혼반지만 끼고 싶어 했다. 내 인생에서 커플링을 맞춰볼 첫 기회가 그렇게 날아갔고, 덕분에 나는 커플링을 한 번도 못 맞춰본 희귀한 사람이 되었다. 이러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지. 덕분에 나는 혼기가 찰 때까지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커플링 못 맞춰본 거랑 순수함이랑은 아무 상관없지만, 이렇게라도 위로해야지, 안 그러면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진다.
소싯적에 친구들을 보면 30일이나 50일 만에 맞추기도 하던데, 그건 너무 오버 같다. 커플링을 맞추는 시기야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니 언제 맞추든 커플들 마음이지만, 너무 이른 시기는 왠지 좀 그렇다. 그래서 보통 사귄 지 100일이나 1년이 되면 맞춘다. 나도 그게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잖은가. 아기도 100일 잔치나 돌잔치를 하는 걸 보면, 만난 지 100일 정도는 되어야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1년은 더욱더 그렇고. 그러니 커플링은 100일이나 1년 때 하는 게 적당해 보인다.
자, 이제 커플링을 준비해야 한다. 100일이 다 되어 가니까.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아내(당시 여자 친구)가 내 동선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게 왜? 커플링을 몰래 사서 프로포즈 이벤트(지난 글 - 영화 같은 프로포즈, 나도할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book-writer/45)로 ‘짜잔’ 끼워주고 싶은데, 몰래 살 수가 없었다. 집-회사-데이트-집으로 이어지는 나의 모든 동선을 아내에게 날마다 수시로 알린 탓에 (그게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걱정을 덜어주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알렸다) 몰래 커플링을 맞추러 갈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혼자 몰래 반지를 맞추려면 손가락 굵기를 알아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알아내지?
어떻게든 손가락 굵기를 알아내야 했다. 자연스럽게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 반지 맞추려는 티를 전혀 안 내고 말이다. 궁리 끝에 최선의 방책을 마련했다. 아내 집에 놀러 가서, 집에 반지가 있는데 왜 안 끼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안 맞아서 안 낀다는 답에, 손가락 굵기가 몇 호길래 안 맞냐고 물었다. 아내는 아무 의심 없이 손가락 굵기를 알려줬다!! 아, 나의 위대한 잔머리여! 프러포즈 당시 아내의 반응을 보니 이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굵기는 알아냈는데, 언제 맞추러 가지? 아내 취향이 있을 텐데 어떤 거로 사지? 같이 갈 수도 없고, 취향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스타일보다는 의미를 담자!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모양의 반지를 사자! 모양도 해결됐는데, 언제 사러 가냐고! 이제부터 비밀작전이다~! 맞추러 가는 것도 문제고, 찾으러 가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커플링을 맞추는 건 특급 작전이나 다름없었다.
퇴근하고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 우리는 매일 거의 같은 시간에 만났다. 하지만 커플링을 맞춘 날은 일이 많아서 퇴근을 조금 늦게 한다는 핑계를 댔다. 여자들의 직감은 예언도 가능할 정도로 무섭다. 자칫 들통날 수도 있었다. 아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무조건 거치는 부천 지하상가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반지를 맞췄다. 다행히 여기까지는 무사히 잘 넘어갔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반지를 찾아야 하는데, 찾을 시간이 전혀 없었다. 반지를 너무 늦게 맞춘 탓에 금은방에서 토요일 늦게나 완성된단다. 그다음 날 프로포즈를 할 건데? 그러다 반지를 못 찾으면? 반지 없이 어떻게 프로포즈를 해! 게다가 토요일이면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늦게까지 만날 텐데 어떻게 찾으러 간단 말인가! 정말 낭패였다. 겨우 몰래 맞추었는데, 들통날 위기에 처했다!
데이트하다가 아내에게 느닷없이 부천역 지하상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사 와라 하신 게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 이건 직감이 없어도, 누가 봐도 이상한 핑계였다. 우리 집은 인천인데, 왜 부천에서 사 오라고 시키실까? 오늘 사드려야 하는데, 당장 살 데가 부천밖에 없다고 둘러 댔다. 그러곤 혼자 얼른 뛰어가서 찾아왔다. 아,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여자의 직감이라는 레이더망에 딱 걸렸다. 사 올 게 있다더니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으니 당연히 걸릴 수밖에. 깜짝 선물 준비는 성공 반 실패 반이었다. 프로포즈 후에 물어보니 그때 이상한 걸 느꼈다고 한다. 반지를 받아 든 후에 “그때 반지 샀구나”라고 말했다.
들켰으면 어떠랴! 맞춘 게 중요하지! 사람은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가 없다. 나처럼 어설퍼야 인간미가 있고 재미가 있지. 어쨌든 이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커플링을 맞추었고, 끼우게 되었다. 첫 커플링을 프로포즈와 함께 끼우니 의미가 남달랐다! 기분도 남달랐다! 완전 두근두근, 행복 가득! 모태솔로로서, 나이 먹고 처음으로 반지를 끼워보니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이 기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만 누릴 수 있는 행복, 나만의 기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