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9

모태솔로, 우주 최고의 사랑꾼이 되다!

by 인생짓는남자

아내와 사귀면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사랑표현은 적당히 하라”는 말이었다. 연애 때 사랑표현을 너무 과하게 하다가 결혼해서 줄어들면 바가지 긁힌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결혼해서도 똑같이 사랑 표현하면 되죠.”


그 말을 지키고 있냐고? 그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밝히겠다. 아무튼 내 대답을 들은 지인들은 ‘글쎄다’ 혹은 ‘과연’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인들이 내게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정말 사랑표현을 과하게 했기 때문이다. 날마다, 쉴새 없이 말이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페이스북에서 페친들에게 사랑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시도 때도 없이 아내에게 하트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별의별 걸로 하트를 만들어서 찍어 보냈다. 심지어 채 썬 파에서도 하트를 찾아내서 사랑표현을 했으니 말 다 했지.




연인에게 사랑표현은 해도 해도 부족하다. 사랑표현은 하면 할수록 좋다. 사랑표현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 결혼한 후에는 어떡하냐고? 결혼해서도 똑같이 하면 된다. 물론 남자들은 결혼하면 연애 때와는 달라지긴 한다. 결혼까지 갈 필요도 없다. 사귄 기간이 오래될수록 초기 때와 비교해서 사랑표현이 적어지고, 마음이 시들시들해지는 게 남자이긴 하다. 여자들은 반대로 관계가 오래될수록 마음이 깊어지는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아내했던 사랑표현 중 하나



가까운 지인이 나에게 했다. “연애를 많이 못 해봐서 그런다”고 말이다. 그의 말이 옳을 수도 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사랑하는 방법, 사랑표현하는 요령이 생긴다. 언제 사랑표현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상대가 좋아하는지를 안다. 그래서 그 포인트를 적절히 활용한다. 그래서 소위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강약을 조절해야 힘이 덜 빠지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인의 말이 옳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어떤 면에서 상대를 깊이 사랑하면 안 된다는, 적당히 사랑하는 게 좋다는 말처럼 들렸다. 자신의 책임감과 의무를 줄여야 편할 수 있다는 조언으로 느껴졌다. 잘못된 조언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무책임한 말로 들렸다. 그만큼 계산적으로 사랑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계산적으로 사랑하면 내가 편해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데 요령을 피우면 안 된다. 그러면 상대가 바로 알아차린다. 물론 적당한 기술은 필요하다. 완급 조절을 위해서 말이다. 지치지 않으려면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려면 감각이 필요하다. 아무 때나 막가파식 사랑표현은 곤란하다. 사랑에 있어서 계산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은 분명히 다르지만, 나는 둘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것이냐, 상대를 위한 것이냐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결국 내가 편해진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사랑할 때는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상대에게 내 모든 열정과 관심을 쏟아부어야 한다. 상대가 옴짝달싹 못 하고, 숨 막히도록 집착하며, 간섭하고 옭아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잘못된 거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요구하면 안 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그저 그 사람이 나와 함께 인생을 공유하고, 마음을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그 감사와 즐거움이 터져 나오는 게 사랑표현이다.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은 감사와 즐거움을 그 사람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유지하면 요령도 기술도 사라진다. 오직 순수함과 열정만 존재하고, 행복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별걸로 다 하트를 만들어서 사랑표현을 했다.



내가 우주 최강 사랑꾼이 될 수 있었던 건 지인의 말대로 연애를 못 해봐서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그만큼 아내를 사랑했고, 무엇보다 아내가 내 사랑표현을 고마워하고, 사랑표현을 할 때마다 기뻐해서이다. 내가 사랑표현을 할 때마다 나도 기뻐할 만큼의 반응을 해줬다. 그게 힘이 되고, 즐거워서 사랑표현을 더욱더 하고, 즐기게 된 것이다. 만약 아내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으면 사랑표현이 점점 줄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연애하는 내내 한결같은 반응으로 내게 화답했다. 그 덕분에 나는 우주 최강의 사랑꾼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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