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7

영화 같은 프로포즈, 나도할 수 있을까?

by 인생짓는남자

아내(당시에는 여자 친구)에게 화려하고 멋진 프로포즈를 해주고 싶었다. 비록 소박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눈물 콧물 쏟는 감동적인 프로포즈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감동은 무슨, 산통 다 깨져버렸다.

날씨부터 좋지 않았다. 불운한 프로포즈를 암시하듯 하늘은 새까맣고, ‘주르륵주르륵’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다행히 아내가 카페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그쳤다. 하지만 카페로 오는 동안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운전하며 왔기에 설레기는커녕 집에 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준비도 엉망이었다. 아내가 오는 동안에 카페에서 지인과 함께 프로포즈 준비를 했다. 그런데... 비가 오는데도 생각보다 카페에 일찍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을 가리고 곧바로 안으로 들여서 ‘짜자잔’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기에 아내가 카페 안에 들어오는 걸 막아야 했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가서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다. 잠깐 기다리라고, 밖에 세워둔 채 안으로 다시 들어가 준비를 했다. 이 얼마나 산통 깨지는 상황인가! 정말 어설펐다. 주인공이 밖에서 다 보는 상황에서 준비하다니! 밖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은 급해지고...




서둘러 준비를 거의 다 마친 후, 수십 개의 초에 불을 붙이는 마지막 작업만 남았다. 이벤트용 케이크가 필요해서 마지막 작업은 지인에게 맡기고, 아내에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빵집에 가자고 했다. 형이 아직 점심을 못 먹어서 배고플 테니 근처 빵집에 가서 빵을 사 오자고 말이다. 이벤트 할 거라는 걸 진작부터 알렸기에 아내가 속으로 엄청나게 웃었을 것이다. 빵집에 들어가서 빵을 고르는데 느닷없이 케이크를 사자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 형이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또 대면서 달랑 케이크 하나, 정말 케이크만 샀다. 이벤트 하는 거 다 아는 데 빵까지 살 필요가 있나! 이제 막가파다!





이쯤이면 초에 불을 다 켰겠지? 산통 다 깨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마무리만이라도 잘하자!’

준비가 다 끝났고, 소박하지만 멋진 장식이 카페 안을 채우고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 불길한 장면을 목격했다. 형이 아직도 뭔가를 하고 있던 것이다. 준비를 다 못 마쳤다!!!!!!!! 절대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아내를 밖에 세워둔 채 황급히 안에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이런... 초에 반도 불을 못 켰다! 라이터를 두 개 준비해 갔는데, 한 개는 가스가 부족해서 꺼지고, 나머지 한 개도 가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화력이 약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이벤트를 가로막았다. 초 심지가 누운 채 초에 붙어 있어서 초마다 심지를 떼서 세워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심지를 겨우 세웠지만, 심지가 너무 짧아서 불이 잘 붙지 않았다. 그래서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이다. 아, 감동적인 프로포즈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 산통이 제대로 깨졌다. 이제 자포자기. 머릿속을 하얗게 비웠다. 마무리만이라도 잘하자 싶었다.




겨우 준비를 마치고 아내를 안으로 들였다. 아내의 표정이 어떤지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준비는 망쳤지만, 이벤트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해서 이벤트에만 집중했다. 미리 찍어둔 영상을 태블릿 PC로 틀어 주었다. 청혼가가 잔잔하게 흘러나왔고, 화면에서 고백이 시작되었다.





“우리 사귄 지 이제 100일이네.”
“우리 1000일, 10000일.”
“계속 사랑하자!”


고백이 이어졌고, 중요한 대목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결정적인 고백이 터졌다!

“나랑 결혼해줄래?”





이 문구를 보고 어떤 심경이었을까? 영상이 끝나자마자 불쑥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준비한 이벤트, 깜짝 프로포즈를 했다!


“이 꽃다발에 매년 장미 한 송이씩 꽂아줄 게~~ 나랑 결혼해 줄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비록 진작에 산통 다 깨졌지만, 그건 100일 이벤트다. 깜짝 프로포즈는 완벽하게 성공!





어찌나 쑥스럽고 떨리던지, 개미 소리만 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몰래’ 준비한 반지를 끼워줬다. 과연 아내의 반응은? 진심인지 얼떨결에 튀어나온 반사 반응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하겠다고? 그래 좋아! 하는 거야~~~!

비록 영화 같은 프로포즈는 못 했지만, 깜짝 프로포즈는 성공해서 대만족이다. 준비가 정말 서툴렀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이벤트였으리라. 그러고 보니 기분이 어땠는지 당시에는 물어보지 않았다. 글을 다 쓴 후 물어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3년간 모태솔로의 신혼일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