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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늘 같은 원인으로 싸운다.

슬기로운 결혼 생활

by 인생짓는남자

지난주에는 치약 뚜껑 때문에 싸웠습니다. 이번 주에는 설거지 방식으로 다퉜습니다. 다음 주에는 또 무엇으로 다툴까요? 빨래 개는 방법? 쓰레기 버리는 시간? 화장실 불 끄기? 매번 다른 주제로 싸우는 듯 보이지만,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 왜 자꾸 이러는 거지?" 싸움이 끝나고 나면 들었던 생각입니다. 주제는 달라도 패턴은 똑같습니다. 시작하는 방식도, 말다툼이 격해지는 과정도, 끝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마치 같은 영화를 다른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하는 듯합니다.


많은 부부가 이런 경험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로 다투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뭔가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또 이 문제야", "또 이런 식이야." 왜일까요? 정말 치약 뚜껑과 설거지 방식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아니면 그 뒤에 더 깊은 무언가가 숨어 있을까요?




식기세척기 전쟁의 진실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6년 차 태민과 서현 부부는 거의 매주 같은 주제로 다퉜습니다.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방법이었습니다. 태민은 그릇을 크기별로 정렬해서 넣었습니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현은 편한 대로 넣었습니다. 빨리 넣는 게 중요했습니다.


어느 저녁, 서현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태민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아니, 왜 이렇게 넣어? 이렇게 하면 안 돼." 그리고 그릇을 빼내 다시 정렬하기 시작했습니다. 서현이 화가 났습니다. "내가 하겠다고 했잖아. 왜 간섭해?" 태민이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물이 제대로 안 닿아. 제대로 해야지." 서현이 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신이 다 맞고 나는 다 틀렸어? 맨날 이래!" 말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슷한 싸움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수건 개는 법, 옷장 정리 방법, 냉장고 배치 방식. 모두 태민의 "올바른 방법"과 서현의 "자유로운 방법"이 충돌했습니다. 주제는 달라도 패턴은 같았습니다.


상담사를 만났습니다. "정말 식기세척기가 문제인가요?" 상담사가 물었습니다. 두 사람은 당황했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예요?" 상담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식기를 어떻게 넣든 깨끗해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왜 방법이 중요할까요?"


대화가 깊어지며 진짜 원인이 드러났습니다. 태민은 어린 시절 군인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모든 일에 '올바른 방법'이 있었고, 그대로 따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태민에게 규칙과 질서는 안정감의 원천이었습니다. 누군가 규칙을 어기면 불안했습니다. 서현은 반대였습니다. 과잉 간섭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자유를 갈망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방식을 바꾸려 하면 통제받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태민의 '올바른 방법'은 서현에게 '간섭'으로 느껴졌습니다.


식기세척기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통제권과 자율성이 충돌하는 전쟁터였습니다. 태민은 "내 방식대로 해야 안전해"라고 외쳤고, 서현은 "내 방식대로 할 자유를 줘"라고 소리쳤습니다. 근본 원인을 찾자, 해결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표면 아래 숨은 몇 가지 뿌리


부부는 수없이 많은 주제로 다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근본 원인이 반복됩니다.


통제와 자율성의 충돌


가장 흔한 근본 원인입니다. 한쪽은 상황을 통제하고 싶고, 다른 쪽은 자율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 욕구가 충돌하면서 다양한 표면적 갈등이 발생합니다. 식기세척기, 운전 방법, 청소 방식, 돈 쓰는 방법. 모두 "누가 주도권을 가지느냐"의 싸움입니다. 통제를 원하는 사람은 불안을 관리하려 합니다. 예측 가능한 질서 속에서 안전함을 느낍니다. 자율성을 원하는 사람은 자유를 갈망합니다. 누군가 간섭하면 질식하는 느낌입니다. 두 욕구 모두 정당하지만, 조화가 필요합니다.


인정과 존중의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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