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직장인에게 가장 큰 관심사이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자신의 업무 능력, 가치를 인정받는 지표이다.
둘째, 이직 시 연봉 책정 기준이 된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생활의 질이 연봉에 달려 있다.
연봉은 직장생활과 개인생활 모두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직장인들은 그것에 큰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도 연봉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난해 연봉협상 때 연봉이 삭감이 됐다(지난 글 - 손꼽아 기다리던 연봉협상, https://brunch.co.kr/@book-writer/19). 믿기 힘든 일이 벌어져서 몇 달을 멍한 상태로 보냈다. 낮아진 연봉을 받으며 계속 다니고 싶지 않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퇴사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적은 경력 때문에 동종업계로 이직이 불가능하여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좀 더 다니기로 했다.
직전 회사의 연봉이 완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회사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서 잘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만 보며 회사를 다닐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나는 가장이기에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가족을 책임지기에는 급여가 너무 낮았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하던 차에 지금 회사로 옮겨왔다. 이직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한 건 당연히 연봉이다.
삭감 전 연봉은 괜찮았다. 입사 시 협의한 연봉에 만족했다. 성과를 내서 매년 연봉협상 때마다 연봉을 높여야겠다는 당연한 계획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연봉 삭감으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매년 연봉이 조금씩 올라도 삭감 전 연봉까지 오르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연봉이 깎인 상태로 계속 다니는 것도 문제이고 당장 이직도 힘들고,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렸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1월 구직자 1574명을 대상으로 구직자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볼 것 없이 1위는 ‘연봉’(19%)이었다. 그 뒤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16%), ‘우수한 복리후생’(14%), ‘성장, 개발 가능성과 비전’(12%), ‘고용안정성(낮은 인력감축 위험 및 확고한 수익기반)’ 및 ‘관심직무’(각 11%)가 이었다.
워라밸이라는 새로운 욕구가 등장하여 연봉의 자리를 넘보고 있지만, 연봉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연봉뿐만 아니라 워라밸도 중요하고, 복리후생도 중요하고, 성장과 고용안정성도 중요하다. 연봉을 웬만큼 받아도 다른 부분이 기대치에 못 미치면 오래 다니지 못한다. 잠시 거치는 직장이 된다. 하지만 다른 요소에 대한 만족도가 아무리 낮아도 연봉이 월등히 높다면, 다른 직장에서도 받기 힘들 만큼의 연봉을 받는다면 다른 요소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연봉이 낮은 대신 워라밸이 가능한 직장과 연봉은 높지만 워라밸이 불가능한 직장을 선택하라고 하면, 아마 연봉이 높은 직장을 택하는 쪽으로 선택이 몰릴 것이다. 물론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직장 분위기나 업무 강도를 자세하게 정하고 물어보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단순 비교를 하면 열에 아홉은 후자를 택할 것이다. 몇 년 다니며 연봉을 바짝 모은 후 퇴사하고 워라밸을 즐기면 되니까.
낮은 연봉으로는 현실적으로 워라밸이 불가능하다. 워라밸도 워라밸 나름이지만, 삶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요즘 워라밸의 기대치도 따라 높아졌다. 워라밸의 기준이 높아진 만큼 낮은 연봉으로는 충분한 워라밸을 즐길 수 없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연봉이 높은 쪽을 택하게 된다. 이처럼 연봉은 직장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이 지나도 연봉은 직장 선택 기준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연봉 삭감 후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낮아진 연봉으로는 워라밸은커녕 먹고살기만 하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한다면 숨은 쉴 수 있겠지만, 외벌이로는 숨 쉴 수조차 없다. 투잡을 해야 할 상황이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한 직장만 다니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투잡을 하더라도 메인 직장의 연봉이 높은 게 좋다. 메인 직장 연봉도 낮고 투잡도 하면 돈은 얼마 못 벌고 골병만 든다. 버는 것보다 약값이 더 들 수도 있다. 투잡 하는 것도 갑갑하기만 하다.
이직을 하려면 지금 직장을 1년 더 다녀야 한다. 경력을 채워야 이직을 할 수 있으니까. 전직을 하려면 당장 옮겨야 한다. 연봉이 더 나은 직장으로 하루빨리 옮겨야 가정경제에 손해가 덜하니까. 이직은 조금만 기다리면 할 수 있지만, 전직이 문제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게다가 조금 있으면 아이가 태어난다.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고민이 커진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느라, 이마에 골짜기가 생긴 것 같다.
과연 올해 연봉협상 때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인상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음 직장에서는 연봉을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을까? 어느 쪽도 쉽지 않다. 삶이 그런 것 같다. 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꼬이고 꼬인다. 그래서 절망한다. 그래도 희망적인 게 있긴 하다. 항상 절망적이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절망 끝에 낙이 온다. 삶은 절망과 희망을 줄다리기하듯 오간다. 절망적이기만 하다면 아마 살 수 없으리라. 그래서 꾸역꾸역 살게 된다.
일이 꼬이고 꼬여버렸지만, 내년에는 아니 남은 한 해 동안에 일이 풀리겠지. 일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하늘이 나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