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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13. 2019

믿고 거르는 가족회사

공교롭게도 내가 지금까지 다닌 회사는 모두 가족회사였다. 신기하게도 모두 사장님과 아내, 부부가 함께 근무했다. 일부러 그런 회사만 골라서 들어간 건 아니다. 그럴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생각도 못 하고 입사했는데 들어가 보니 가족회사였다.

대개 가족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여러 가지 불편과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내가 다닌 회사들은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다닌 곳 모두 가족회사 치고는 꽤 괜찮았다. 모두 사모님들이 직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잘 챙겨 주셨다. 예상외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나 보다.

1. 사장님과 사모님이 부부싸움을 한 날은 회사 전체 분위기가 안 좋다.

사장님과 사모님이 다툰 날은 어김없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다. 평소에는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던 분들이 갑자기 아무 말 없으니 분위기가 좋지 않을 수밖에. 게다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대화하게 되면 서로 날카롭게 반응을 하고, 신경질적으로 말을 하니 분위기는 더욱 삭막해진다. 그러면 직원들은 둘 중 누구에게든 말을 붙이기가 힘들어진다. 업무상 대화를 나눠야 할 때도 괜히 눈치가 보인다.

2. 퇴사할 때가 최악이다.

평소에 그렇게 잘 챙겨주던 (모든 가족회사가 직원들을 잘 챙겨주는 건 아니라는 게 함정) 사람들이 퇴사할 때면 악질로 변한다. 좋게 나가면 괜찮은데, 어떤 이유에서든 안 좋게 나가면 갑자기 치졸해진다. 둘이 똘똘 뭉쳐 심하게 공격한다. 물론 안 좋게 나가면 그럴 수 있다. 안 좋게 나가는 마당에 양쪽 다 상대를 좋게 대할 이유는 없다. 서로 오만 정이 떨어졌어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지. 직원들에게 퇴사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퍼트리지 말자. 그건 제 살 깎아먹기다. 그렇게 하면 남은 직원들은 자신들도 같은 일을 겪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누가 열심히 일하고, 좋게 나가려 하겠는가.

가족회사가 안 좋은 이유가 이뿐이면 낫다. 이 정도면 다닐 만하다. 현실은 내가 다닌 회사처럼 괜찮은 회사도 있고, 정말 최악인 회사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가족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1. 직원들을 가족 사이에 들어온 외지인 취급한다.
2. 직급이 같고, 직원이 일을 더 잘해도 가족이 더 큰 대우를 받고, 더 큰 이득을 누린다.
3. 가족들이 직원들 뒷말을 하고, 마음에 안 뜨는 직원은 따돌린다.
4. 자기들은 잘 대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만의 착각뿐이다.
5. 상사가 여러 명이다.

이상의 불만은 일부일 뿐이다. 가족회사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가족회사가 나쁜 건 아니다. 내가 다닌 곳처럼 괜찮은 회사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으로만 한정해서 말하면, 내가 다닌 가족회사 중에 절반의 직원이 퇴사할 때 끝이 안 좋았던 걸 생각하면 나도 가족회사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도 한군데서는 끝이 너무 안 좋아서 가족회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

도대체 가족회사는 왜 그럴까? 경험해 본 바로는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1. 자기네 회사라서 직원을 하인으로 생각한다.
2. 공사 구분을 못 한다.
2. 직원들을 잘 대우해주면 기어오를 거라고 착각한다.
4. 자기네 회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득을 챙겨야 해서 직원들은 뒷전이다.

더 찾아서 적을 수 있지만, 여기까지만 적으련다.




이유가 어쨌든 괜찮은 가족회사도 분명히 있지만, 안 좋은 가족회사도 많다. 가족회사가 다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웬만하면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근무 환경이 안 좋든지, 끝이 안 좋든지 하기 때문이다. 근무환경과 끝이 안 좋은 거야 가족회사만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가족회사는 피하는 게 낫다. 가족회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위에 적은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가족회사가 그렇게 좋지 않으면 가족회사에 안 가면 되지만, 문제가 있다. 가족회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사하지 않고서야 가족회사인지 알 수 없다. 규모만으로는 가족회사인지 알 수 없다. 소규모 회사가 가족회사인 경우가 많지만, 모든 소규모 회사가 가족회사인 건 아니다. 소규모에서 중소규모로 커진 경우가 있고, 중소규모의 회사 중에 처음에는 가족회사가 아니었지만, 낙하산 인사로 가족회사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모든 소규모 회사가 가족회사면 거르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서 거르기가 힘들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 때 “이 회사는 가족회사인가요?”하고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다. 방법은 하나다. 들어가서 봤더니 가족회사이면, 가능한 한 오래 다니는 게 좋지만, 분위기를 빨리 파악해서 아니다 싶으면 오래 다닐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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