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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11. 2019

재난처럼 느껴지는 출퇴근시간

나는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난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에 집을 나선 후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20분.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만 무려 1시간 50분. 기상 시간부터 셈하면 출근하는데 약 3시간을 소비한다. 출근 시간이 길어도 너무 길다. 출근 소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몸이 늙는다. 이것도 그나마 짧아진 거다. 이전 직장에 다닐 때는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집을 나섰다. 지금은 30분 더 잔다. 위로 아닌 위로가 된다.

출근만 이런 게 아니다. 당연히 퇴근 시간은 더 심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야근이란 없다. 매일 칼퇴근한다. 6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아주 빨라야 8시, 늦으면 8시 20분쯤 된다. 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내지 2시간 20분이다. 출퇴근 시간 도합 매일 최장 4시간 10분을 길에서 허비하는 셈이다. 4시간 10분이면 버스나 자차를 타고 편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대전을 왕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인천에서 경기도로 출근하는데, 매일 서울에서 대전을 오가는 셈이다. 이렇게 3년 째 다니고 있고, 그전에는 더했으니 거의 10년 째 힘들고 피곤하게 출퇴근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1301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소요시간을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114.5분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 직장인이 134.2분, 인천이 100분, 서울은 95.8분으로 나타났고, 비수도권은 59.9분을 출퇴근에 사용했다.



Copyrights. 잡코리아



직장인들은 그 긴 출퇴근 시간 동안 음악 감상(56.3%)을 하거나 모바일 메신저 및 SNS(28.4%)를 이용, 잠자기ㆍ휴식(28.0%), 뉴스ㆍ콘텐츠ㆍ정보 검색(23.8%) 등을 한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소요시간은 평균 114.5분이라는데, 나는 뭔가 싶다. 나는 그것보다 두배가 더 걸린다. 4시간 10분, 분으로 환산하면 250분. 사람들은 114.5분도 힘들다고 난리다. 나는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지경이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 잠자는 시간도 짧다. 12시에 자서 5시 30분에 일어나니 매일 5시간 30분밖에 못 잔다. 그럼 일찍 자면 되지 않냐고? 집에 8시나 8시 20분에 들어가서 씻고, 밥 먹으면 9시가 넘는다. 11시에 잔다고 해도 하루 동안 개인 시간은 아주 많아야 2시간밖에 안 된다. 10시나 10시 30분에 자면 개인 시간은 1시간밖에 없다. 아러면 삶이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 돈도 얼마 못 버는데 개인 시간마저 없다면, 그런 삶에서 어떻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집에서 가깝고, 급여도 나은 데로 이직하라고? 그게 말처럼 쉽나. 쉬웠으면 진작 옮겼지.

나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다. 너무너무 간절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나이 먹기 전에 옮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찾기 쉽지는 않지만, 어서 회사를 옮기길 바라며 기대하고 있다.

매일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이 나라 모든 직장인을 응원한다. 그 고단한 현실을 힘겹게 견뎌도 돌아오는 건 쥐꼬리만한 월급 뿐이지만, 언젠가 좋은 날이 올거라고 작은 위로를 건넨다. 현실은 우리가 좋은 시절을 누리고, 편안한 생활을 즐기는 것을 질투해서 그것을 허락하지 않지만,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그런 날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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