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겹벌이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직은 맞벌이 중이라 먹고살 만하지만, 이제 곧 2세가 태어나면 힘들어진다. 출신 후 아내는 당분간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고, 그럼 홀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홀벌이로는 가정 경제를 유지하기 힘들다. 미리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홀벌이로도 1년은 버틸 수 있지만, 그것에 기대기에는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 같아서는 모아놓은 돈을 쓰지 않고 가장 경제를 유지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직을 하거나 겹벌이를 해야 한다. 당장 이직은 힘드니 겹벌이를 할 수밖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꽤 있나 보다.
최근에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30대 이상의 직장인 2,05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아르바이트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8.6%가 ‘현재 직장생활과 병행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30대는 16%, 40대는 19.8%, 50대는 23%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알바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또한 미혼 직장인은 17.5%가, 기혼 직장인은 19.4% 알바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바를 하는 이유는 복수 선택으로 ‘수입을 높이기 위해 알바를 한다’는 응답이 85.8%로 가장 많았고, ‘남는 여유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기 위해(31.5%)’, ‘하고 싶었던 일을 경험해보기 위해(11.5%)’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나처럼 어쩔 수 없이 겹벌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 많다. 특히 기혼 직장인 중에 말이다. 설문 결과는 대한민국의 팍팍한 현실을 대변한다.
코앞으로 닥친 현실이기에 별의별 생각을 다 해봤다. 주말에 편의점 알바를 할지, 택배 물류 알바를 할지, 아니면 음식 서빙이나 주방 보조, 그도 아니면 대리운전을 할지. 할 일이야 이것저것 많지만, 문제는 알바 수입이다. 위에 설문에 따르면 한 달 알바 수입은 평균 50만 원이라고 한다. 50만 원이라. 그 정도면 나는 세 겹 벌이를 해야 한다. 물론 알바를 해서 50만 원을 더 벌고, 아끼고 아끼면 풍족하게 살 수는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지 못할 테니까. 가족을 위해 죽어라 일하는 것인데, 정작 가족과는 함께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는 싫다.
누군가는 나를 비웃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를 벌기에 겹벌이, 세 겹 벌이를 생각하냐고.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홀벌이로는 생활이 어렵냐고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자괴감이 들지만, 내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 능력이 그거밖에 안 되니 몸이 고생할 수밖에. 참으로 슬프다. 하지만 꼭 내 능력을 탓할 수만은 없다.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게 분명하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하니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것이 이 나라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