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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r 06. 2019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업무시간?

점심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요! 아니면 밥만 먹든가!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점심시간에 전 직원이 함께 식사한다. 사장님부터 신입 직원까지 모두 말이다. 중소기업이라 가능한 일이다. 점심 메뉴는? 매일 달라진다. 회사 앞 식당에서 식대를 달아놓고 먹는데, 메뉴가 매일 바뀐다. 주변 회사에 젊은 직장인이 많아서 그 입맛에 맞는 메뉴를 내놓는다. 덕분에 점심 때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편하다.


다 좋긴 한데, 불편한 게 한 가지 있다. 임직원이 함께 식사하다 보니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할 때가 있다.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간혹 대화가 끊긴다. 그럴 때면 분위기가 얼마나 어색하던지. 그래도 차라리 대화하다가 끊기는 게 낫다. 처음부터 대화하지 않고 밥을 먹으면 체할 지경이다. 그마저도 낫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밥만 먹으면 되니까. 엄한 대화를 하면 정말 곤란하다.


사장님과 본부장님은 늘 업무 이야기를 하신다. 전 직원이 한 테이블에는 앉지 못해서 두 테이블에 나눠 앉는다. 두 분이랑 함께 앉으면 업무 관련 대화에 강제로 동참해야 한다. 다른 이야기 좀 하자고요! 점심 먹으면서도 일하면 어떡해요! 그래, 좋다. 점심시간도 아까워서 그럴 수 있다 치자. 근데, 왜 갈구냐고! 업무와 관련해서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 성과나 실수 얘기가 나온다. 그 대화 내용에 해당하는 직원이 같은 테이블에 있으면 좌불안석이 된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2016년에 소셜네트워크를 방문한 직장인 553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대화 주제와 관련하여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7.8%가 ‘업무 이야기’를 한다고 응답했다. ‘정치, 사회, 경제, 연예 등 사회의 전반적인 이야기’(25.8%), ‘사생활 이야기’(23.4%),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11%), ‘상사, 동료, 후배직원 뒷담화’(6.7%), ‘회사 뒷담화’(5.3%)가 그 뒤를 이었다. 물론 여성과 남성의 응답이 다르긴 하다. 여성 응답자는 ‘사생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남성 응답자는 ‘업무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설문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점심을 같이 먹기 싫은 동료 유형으로 ‘식사 중에도 남은 업무 이야기를 계속하는 스타일’(2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퇴근 시간 다음으로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잠시 쉴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소중한 시간에도 업무 이야기를 듣거나 해야 한다면 피곤하고, 질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나는 점심을 먹으며 업무와 관련해서 입에 오르내린 적이 없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내 옆에 앉는 동료 직원은 한 번 언급 됐다. 본부장님, 나, 그 직원을 포함해서 여러 직원이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어김없이 업무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직원이 업무 속도가 느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직원이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내자, 본부장님이 일을 빨리하라고 채근하셨다. 표적이 된 직원은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당시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마 입맛이 싹 달아났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체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내가 상사면 점심 먹을 때는 누구도 업무 이야기를 못 하게 할 텐데, 본부장님이 나서서 업무 이야기를 하시니 정말 피곤하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조용히 밥만 먹자. 어색해도 말이다. 어색하다고 아무 말이나 막 던지지 말자. 그래, 좋다. 정 아무 말이나 던져야 한다면, 제발 업무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럼 정말 피곤하다. 입맛이 사라지고,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른다. 점심시간은 업무시간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 엄연히 휴게시간이다.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해도 점심시간은 각자의 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며 상대가 싫어할 만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상대의 소중한 시간을 내 마음대로 갈취하는 도둑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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