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삭감된 지 반년이 지났다(지난 글 - 손꼽아 기다리던 연봉협상). 연봉협상, 아니지. 연봉 삭감을 통보받은 후 두 달을 멘붕 상태로 지냈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와 삭감으로 나가라는 건가 싶었다. 고민 끝에 사직서를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꾸역꾸역 다니고 있다.
다행히 회사에서 기회를 줘서(?) 주어진 일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연봉 삭감이 아니라, 그냥 잘렸을 것이다. 목숨을 겨우 부지했기에, 올 연봉협상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과연 올 연봉협상 때 연봉을 올릴 수 있을까?
연봉 인상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취미나 시간 때우기로 회사에 다니면 모를까, 연봉 인상은 직장인의 가장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회사도 연봉을 그냥 올려주지 않는다.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절대 올려주지 않는다. 1년 동안 아무런 성과가 없다? 삭감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연봉협상을 잘해서 연봉을 인상받으려면 그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를 내도 원하는 만큼 인상받으려면 연봉협상 시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
연봉협상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있다. 궁극의 협상 요령이 있다. 거두절미하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된다. 연봉을 인상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긴 하다.
1. 연봉협상 시기 3개월 전에 바짝 성과를 낸다.
2. 동종 업계 연봉을 파악해 둔다.
3. 협상 테이블에서 절대 먼저 원하는 금액을 말하지 않는다.
4. 평소에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어필해 둔다.
5. 협상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모두 사람이므로 감성 어필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에 비하면 모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건 ‘연봉협상의 끝판왕’이다. 필요한 사람이 되면 굳이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협상 테이블에서 굳이 줄다리기하지 않아도 된다.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연봉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방법들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을 때 필요한 차선책이다. 문제는 필요한 사람이 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차선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차선책이 최선책이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차선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작년 연봉협상 때 삭감 통보를 받고 충격이 엄청나게 컸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본부장님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충격이 워낙 커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말문이 막혔다. 지나고 나서 감성 어필이라도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본부장님이 연봉을 삭감한 이유를 말해 주셨을 때 억울한 부분이 많았다. 성과를 내지 못한 내 잘못도 있었지만, 성과를 낼 수 없게 상황을 만든 회사 잘못도 있었다. 본부장님도 그걸 인정했지만, 그건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내 탓으로 돌리니 정말 억울했다. 너무 억울해서 따지지도 못했다. 왜 따지지 못했는지 자책도 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올 연봉협상까지 9개월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열일해서 떨어진 연봉을 조금이라도, 아니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 된다! 떨어지기 전에 받았던 연봉까지 다시 올려보자!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이상은 안 올려줄 게 뻔하니 작년 연봉만이라도 회복해야지. 그리고 올 연봉협상이 끝나면 그 이후에 더 열심히 일해서 추가 인상을 받아야지. 이것은 ‘올 한 해 최대 관심사이자, 올 한 해 목표’다. 어휴, 이런 목표라도 있어야지. 안 그러면 지금 회사를 더 다닐 의욕도 의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