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준 것만 생각하니 배우자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거다

슬기로운 결혼 생활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저 사람은 알아주지 않을까?" 결혼 생활을 하는 많은 부부들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하고, 배우자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고민하고,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려 애쓰는 자신의 모습은 또렷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배우자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서운함이 쌓여갑니다. "내가 베푼 사랑만큼 돌려받지 못한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과연 정말로 이렇게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할까요?

결혼 10년 차 부부의 일상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10년 차인 민수와 수진 부부의 저녁 시간입니다. 민수는 오늘도 회사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들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수진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고마워"라는 짧은 인사뿐입니다. 민수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얼마나 돌아서 샀는데, 이렇게 무덤덤할 수 있나?'

반대로 수진은 수진대로 서운합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고, 남편이 입을 옷을 다려놓았습니다. 저녁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로 식탁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만 봅니다. 수진은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정성을 쏟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서로의 노력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왜 배우자의 노력은 보이지 않을까?

부부 관계에서 서운함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위자-관찰자 편향'과 '가용성 휴리스틱'에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하기에, 본인이 겪은 어려움과 수고로움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합니다. 반면 타인의 내면과 상황은 직접 체험할 수 없어 그 무게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부부는 각자 다른 사랑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로 애정을 표현하고, 누군가는 행동으로 사랑을 보여줍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베풀었을 때, 배우자가 다른 방식의 사랑을 기대한다면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게 됩니다.

또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익숙함은 감사를 무디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감동적이었던 배우자의 배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상대의 노력을 당연시하는 순간, 관계에는 불만의 씨앗이 뿌려집니다.